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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Oct 10. 2021

사람들과 친해지려면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27화

누군가 친밀해지기 위한 첫 만남에서 우리는 나름의 노력을 많이 한다. 예의를 차리고 고운 말을 쓰고, 상대를 칭찬한다. 무엇인가를 나누고 커피를 사주는 호의를 베푼다. 그런데 그 첫 만남에서 너무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나머지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를 놓쳐버린다.


내 친구 조이가 대표적으로 그런 인물이다. 그녀는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면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늘 긴장했다. 또 사람들과 친해지려면 1년가량 기간이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누구보다 사람들과 빠르게 친해지고 싶어 했다. 인간관계에 부단히 신경을 많이 쓰던 그녀는 얼마 전 지인이 자신에게 했던 말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지인이 조이에게 보내온 메시지는  '어느 선 이상으로 너랑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아. 너랑 친해지는 건 어려워.'였다.


가장 애써왔던 것에서 예상치 못한 피드백을 받은 조이는 실망이 가득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진짜 신경 많이 쓰고 웬만하면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쓴다고. 그런데  사람들 사이에서 겉돈다는 느낌이 드는  왜일까? 진짜  사람 말처럼 나한테는 친해지기 힘든  선이 있는 걸까?"

그때 나는 조이의 고민에 딱히 해 줄 말이 없었다.


왜냐면 나도 조이랑 같은 고민을 했었거든



일 년이 지난 지금, 조이와 나는 다시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사뭇 들뜬 얼굴로 나에게 사람들과 친해지는 비결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조이의 말대로라면 그 비결은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었다. 상대를 위해 레스토랑 밥 값을 대신 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상대에게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이는 최근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예전과는 다른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들과는 언제든지 시간을 묻고 만나자고 할 수 있는 사이가 된 것 같다고 좋아했다.  


조이는 '잘 보이려고 하지 않기'를 따르자 긴장이 풀리고 개인적인 고민을 대화 주제를 꺼내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자신을 힘들게 했던 친밀한 인간관계와 그 안에서 겪은 많은 실수와 경험담을 솔직히 나눌 수 있었다면서 이런 얘길 해주었다.  

"솔직히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싶었지. 구차하기도 했고. 말하다가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창피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 이후부터 사람들이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았어." 그리고 이어 "사람들은 내가 실수해서 더 좋았나 봐." 라며 낄낄댔다.


나는 조이가 하는 말이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는 캐릭터보다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에 더 호감을 느낀다. 세상에 완벽한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아는 이상,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하는 것이 더 가식적일 수 있다. 또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모자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더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런 면에서 조이가 자신의 어설픔을 드러내고 또 인정하면서 사람들과 가까워지게 된 것은 당연했다.


조이는 내게 말했다. "예전에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노력했던 것들이 오히려 더 사람들과 가까워지지 못하게 했나 봐. 요즘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최대한 편하게 대하려고 해. 그럼 사람들도 나를 편하게 대하는 것 같아."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최근 많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면서 자신이 이렇게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란 것을 처음 깨달았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예전보다 한결 편해 보여 좋았다. 그리고 나 또한 조이에게 편안하고 친밀한 감정을 느꼈다. 나는 조이가 좀 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을 표현할 줄 알고 편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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