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27화
누군가 친밀해지기 위한 첫 만남에서 우리는 나름의 노력을 많이 한다. 예의를 차리고 고운 말을 쓰고, 상대를 칭찬한다. 무엇인가를 나누고 커피를 사주는 호의를 베푼다. 그런데 그 첫 만남에서 너무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나머지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를 놓쳐버린다.
내 친구 조이가 대표적으로 그런 인물이다. 그녀는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면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늘 긴장했다. 또 사람들과 친해지려면 1년가량 기간이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누구보다 사람들과 빠르게 친해지고 싶어 했다. 인간관계에 부단히 신경을 많이 쓰던 그녀는 얼마 전 지인이 자신에게 했던 말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지인이 조이에게 보내온 메시지는 '어느 선 이상으로 너랑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아. 너랑 친해지는 건 어려워.'였다.
가장 애써왔던 것에서 예상치 못한 피드백을 받은 조이는 실망이 가득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진짜 신경 많이 쓰고 웬만하면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쓴다고. 그런데 늘 사람들 사이에서 겉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진짜 이 사람 말처럼 나한테는 친해지기 힘든 그 선이 있는 걸까?"
그때 나는 조이의 고민에 딱히 해 줄 말이 없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조이와 나는 다시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사뭇 들뜬 얼굴로 나에게 사람들과 친해지는 비결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조이의 말대로라면 그 비결은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었다. 상대를 위해 레스토랑 밥 값을 대신 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상대에게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이는 최근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예전과는 다른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들과는 언제든지 시간을 묻고 만나자고 할 수 있는 사이가 된 것 같다고 좋아했다.
조이는 '잘 보이려고 하지 않기'를 따르자 긴장이 풀리고 개인적인 고민을 대화 주제를 꺼내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자신을 힘들게 했던 친밀한 인간관계와 그 안에서 겪은 많은 실수와 경험담을 솔직히 나눌 수 있었다면서 이런 얘길 해주었다.
"솔직히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싶었지. 구차하기도 했고. 말하다가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창피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 이후부터 사람들이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았어." 그리고 이어 "사람들은 내가 실수해서 더 좋았나 봐." 라며 낄낄댔다.
나는 조이가 하는 말이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는 캐릭터보다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에 더 호감을 느낀다. 세상에 완벽한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아는 이상,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하는 것이 더 가식적일 수 있다. 또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모자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더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런 면에서 조이가 자신의 어설픔을 드러내고 또 인정하면서 사람들과 가까워지게 된 것은 당연했다.
조이는 내게 말했다. "예전에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노력했던 것들이 오히려 더 사람들과 가까워지지 못하게 했나 봐. 요즘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최대한 편하게 대하려고 해. 그럼 사람들도 나를 편하게 대하는 것 같아."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최근 많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면서 자신이 이렇게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란 것을 처음 깨달았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예전보다 한결 편해 보여 좋았다. 그리고 나 또한 조이에게 편안하고 친밀한 감정을 느꼈다. 나는 조이가 좀 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을 표현할 줄 알고 편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