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최근 예전 직장을 몇 번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벌써 퇴사를 한 지가 5년이 지났는데도 워낙 오랫동안 다녔던지라 여전히 익숙함을 느꼈다. 나의 20대에서 30대 초반을 그곳에서 보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한 직장에서 7년 가까이를 일했다.
지금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예전 생각이 날 때쯤 한 번씩 친한 동료를 만나러 전 직장에 들른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재밌는 것이 이곳만 방문하면 로비에 발 내딛자마자 나의 20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특히 그때의 복잡한 감정이 다시 올라온다. 마치 오래된 앨범 속을 뒤지면서 추억 찾기 할 때와 비슷한 마음이다. 좋았던 일도 있지만, 그 시절 내 감정의 절반 이상은 '좌절' 가까운 것들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비정규직 타이틀로 일했다. 그 타이틀이 싫어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던 시절이다. 대학원도 다니고 관련 업계 모임도 많이 나가면서 나름대로 스펙 쌓기에 열중했지만 끝내 나는 정규직을 포기하고 퇴사했다. 그래서 예전 직장을 돌아볼 때 내 감정이 매우 복잡하다.
전 직장 동료 중 나와 친한 A를 만났다. 다행히 그녀는 열심히 노력한 덕에 좋은 포지션으로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친한 동료가 아직 그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좋다. 우리가 함께 일했을 때가 떠올랐다.
나는 남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안달이었고 내가 비정규직이었던 건 내 탓이 아닌 환경 탓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에 수시로 빠졌었고 일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한 만큼 차별을 받게 되는 상황이 연달아 일어났다. 요가를 배우면서 '에너지'에 대한 개념을 익히고 나서 보니 그 당시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찬 내게 그런 일이 생겼던 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반면, A는 천성이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이다. 힘이 넘쳤고 우리들 사이에서도 '조금 더' 일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회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으로 일하고 있는 건 당연하다.
시간이 흘러 그녀도 나도 많이 바뀌었다. 나는 긍정을 붙잡으려 노력하고 그녀는 예전보다 덜 화를 내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달라, 예전에는 남들한테 화를 냈는데 결국 그게 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어." 화를 내면 낼 수록 그게 자신의 건강에 더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화를 억누르지 않고, 그렇다고 남들에게 표출하지 않고 잘 흘러 보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녀도 그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겠단 마음으로 내게 선물을 줬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서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얻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예전 직장을 대하는 내 마음가짐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탈감과 열등의식으로 얼룩졌던 마음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대신 동료들이 나에게 주었던 고마움이 그 공감을 메우고 있다. 과거의 나는 왜 그렇게 스스로 희생자였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마음 때문에 비롯된 사건들이 너무 많지 않았을까 싶다. 감사함으로 일했다면 뭔가 달랐을까? 나의 20대를 돌아보며 앞으로는 감사함으로 매 순간에 임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