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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Oct 31. 2021

퇴사한 직장에서 20대의 나를 만나다.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최근 예전 직장을 몇 번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벌써 퇴사를 한 지가 5년이 지났는데도 워낙 오랫동안 다녔던지라 여전히 익숙함을 느꼈다. 나의 20대에서 30대 초반을 그곳에서 보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한 직장에서 7년 가까이를 일했다.

지금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예전 생각이 날 때쯤 한 번씩 친한 동료를 만나러 전 직장에 들른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재밌는 것이 이곳만 방문하면 로비에 발 내딛자마자 나의 20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특히 그때의 복잡한 감정이 다시 올라온다. 마치 오래된 앨범 속을 뒤지면서 추억 찾기 할 때와 비슷한 마음이다. 좋았던 일도 있지만, 그 시절 내 감정의 절반 이상은 '좌절' 가까운 것들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비정규직 타이틀로 일했다. 그 타이틀이 싫어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던 시절이다. 대학원도 다니고 관련 업계 모임도 많이 나가면서 나름대로 스펙 쌓기에 열중했지만 끝내 나는 정규직을 포기하고 퇴사했다. 그래서 예전 직장을 돌아볼 때 내 감정이 매우 복잡하다.


전 직장 동료 중 나와 친한 A를 만났다. 다행히 그녀는 열심히 노력한 덕에 좋은 포지션으로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친한 동료가 아직 그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좋다. 우리가 함께 일했을 때가 떠올랐다.


나는 남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안달이었고 내가 비정규직이었던   탓이 아닌 환경 탓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에 수시로 빠졌었고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한 만큼 차별을 받게 되는 상황이 연달아 일어났다. 요가를 배우면서 '에너지' 대한 개념을 익히고 나서 보니  당시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내게 그런 일이 생겼던  이상한 일은 아니다.


반면, A 천성이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이다. 힘이 넘쳤고 우리들 사이에서도 '조금 ' 일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회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으로 일하고 있는 건 당연하다.


우리는 여전히 동료!

시간이 흘러 그녀도 나도 많이 바뀌었다. 나는 긍정을 붙잡으려 노력하고 그녀는 예전보다  화를 내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달라, 예전에는 남들한테 화를 냈는데 결국 그게 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어." 화를 내면 낼 수록 그게 자신의 건강에 더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화를 억누르지 않고, 그렇다고 남들에게 표출하지 않고 잘 흘러 보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녀도 그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겠단 마음으로 내게 선물을 줬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서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얻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예전 직장을 대하는 내 마음가짐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탈감과 열등의식으로 얼룩졌던 마음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대신 동료들이 나에게 주었던 고마움이  공감을 메우고 있다. 과거의 나는  그렇게 스스로 희생자였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마음 때문에 비롯된 사건들이 너무 많지 않았을까 싶다. 감사함으로 일했다면 뭔가 달랐을까? 나의 20대를 돌아보며 앞으로는 감사함으로  순간에 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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