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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Nov 29. 2021

긍정적인 사람은 화를 안 내는 사람일까?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최근 나의 목표는 부정보다는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사는 것이다. 이것이 목표가 된 이유는, 다른 것보다 긍정적으로 삶을 대할 때 행복하고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긍정적인 상태가 유지될 때, 밥도 맛있고 잠도 잘 오고 후회스러운 일도 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란 쉽지 않다. 나는 요가를 하면서 긍정도 습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긍정적인 마인드를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마음에 대해서는 별 훈련 없이 자연스럽게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에 마음을 수련하거나 내면을 공부한다는 애기를 늘 이상하리만큼 우습게 생각했던 것 같다. 오히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길거리의 '도를 믿으세요'가 연상되어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내가 긍정적인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또 나에게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 알게 된 이후부터 나는 긍정을 붙들기 위해 훈련하고 공부를 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엄청난 부정의 기운을 지녔던 내가 이렇게 변할 수 있던 것도 다 훈련 덕분이다.


그런데 긍정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 긍정적인 롤 모델도 찾기 쉽지 않다. 따라서 많은 오류를 겪게 된다. 그중 내가 지녔던 가장 큰 오류는 '긍정적인 사람은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였다.


너무 단순하게 나는 긍정적인 사람을 스마일 캐릭터쯤으로 생각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아예 느끼지 않는 것을 긍정적인 것이라고 추측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방식의 훈련을 몇 차례 거듭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내 마음은 긍정보다는 불편에 가까웠다.


긍정은 스마일?!


최근 나는 시력 수술을 다시 해야 한다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통보를 받았다. 진료실을 나오면서 많이 속상했고 눈물이 났다. 엄청난 걱정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 마음을 참아냈다. 다음 날,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며 병가 일정을 잡았다. 동료들은 부작용 아니냐며 나를 걱정했다. 우려 섞인 많은 코멘트 속에서 나는 담담해지려 애썼다. 아무렇지 않게 괜찮을 거라며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내 마음에는 또다시 엄청난 불안감과 속상함이 남았다.


분명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려고 불안, 걱정, 화나는 감정을 꾹 참았는데 전보다 더 부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긍정을 부여잡기가 더 어려워진 마음을 살피며 나는 대체 이 상황에서 긍정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 아차차.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오히려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지.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면 그것들이 쌓여서 결국 더 큰 부정을 만든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잖아.'

나의 속마음에선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부정적인 상황을 고스란히 느끼고 그 감정을 인정해줘야 그다음에 긍정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사무실 밖을 나와 속상한 마음을 느끼기 위해 호흡을 열 번 정도 했다. 눈물이 죽 흘렀다. 내 마음이 많이 속상했다는 것을 인정하니 오히려 속이 편했다. 그리고 오히려 지금 상황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수술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내가 좋은 의료진을 만나서 얼마나 감사한지, 여전히 빛을 바라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연달아 감사하는 마음이 일었다.


긍정적인 사람은 결국, 화를 안 내는 사람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못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다. 긍정적인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을 인정하고 쉽게 긍정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긍정적인 방향이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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