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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Mar 11. 2023

가난은 추억이 될 수 있을까요?

2023.03.11 53번째 일기

To.찌니님

오늘은 엄마와 아빠, 동생을 만나서 같이 점심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셨어요. 같이 이야기를 하다가 옛날에 살던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부모님도 저희도 참 열악한 시간을 어찌어찌 잘 버텨왔더라구요. 지금은 재개발 예정이어서 모든 사람들이 이사가고 예전보다 더 어두컴컴하고 무서운 동네가 되었데요.

평범하지 않았던 무서운 세입자들 (알콜중독자, 불량 청소년, 수시로 경찰이 찾아오던 사람..), 눈 마주치면 성희롱을 하던 옆집 아저씨, 매일 패딩을 입고 훌쩍거리며 추운 겨울을 버텨야 했던 그 집에서 나와 부모님이 이젠 작지만 따뜻한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마음이 조금 편해요. 엄마는 처음으로 아파트에 살면서 우리들한테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 때 왜 그렇게 허름하고 추운 집에서 고생시켰는지 모르겠다구요.


얼마 전에 찌니님한테 다시 가난해지는게 두렵다고 했었죠? 그리고 저에게 너같은 사람은 다시 가난해질 수가 없다고 확신있게 말씀해주신 찌니님의 말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세월이 흐르고 사는 환경들이 전반적으로 좋아지면서 제 환경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어찌됐든간에 저의 직업을 가지고 안정을 찾은 지금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저는 그 시절의 두려움이 조금은 남아있기도 해요. 이제는 그 두려움을 떨치고 지금 최선을 다해 잘 살아보겠습니다. 열심히 살아서 리락쿠마 순금 선물할께요!




To. 낮잠님

우리가 상당히 서로 많은 것들을 드러내고 서로 보여주는 사이가 되었을 때, 낮잠님은 제가 낮잠님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10대, 20대를 보낸 걸 알았잖아요. 언니 외모가 부잣집 딸 같아서 전혀 몰랐다고 했었죠. 

그리고 우리가 이번에 익선동 데이트때도 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이야기 했었잖아요. 사람은 생긴대로 살게 되어 있다고. 그래서 나는 이 얼굴에 풍기는 귀티가 존재하는 한 이걸 지켜내고 가난해지지 않을 거고, 낮잠님 역시 가난해질 수 없다구요.

제가 관상을 좀 보잖아요. (웃음) 낮잠님 얼굴은 더는 가난할 수 없는 얼굴이에요. 사람의 얼굴에는 이전의 인생과 앞으로의 인생이 담겨져 있다고 하죠. 낮잠님의 얼굴에는 복이 가득해서 돈 걱정할 일이 앞으로 없을 겁니다. 실제로 현재도 그렇구요.


그리고 그건 관상에 대한 것 뿐만이 아니라, 매일 최선을 다해서 성실히 살아가는 낮잠님의 매일이 앞으로 가난해질 수 없다는 증명이기도 합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위험한 것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그저 성실히 자기의 능력으로 해낼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꼬박꼬박 저축하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난해질 상황이 오겠어요? 심지어 가족 누구 하나 사고 치는 사람도 없고 남편마저도 그렇게나 능력있고 성실한 사람인데?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할게요. 낮잠님이 가난해질까 걱정하는 게 세상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그렇게 사는데 가난해지려면 오히려 고생할 거 같을 정도거든요. 

과거의 가난한 기억에서 벗어나세요. 우리가 스스로 다룰 수 없던 지난 삶을 돌아보기엔 우리가 스스로 다룰 수 있는 앞날의 찬란함이 아깝잖아요. 걱정을 위한 걱정은 그만하고, 우리 얼굴에 귀티, 부티나는 인생을 새겨 넣읍시다.


P.S 리락쿠마 순금 기대할게요! (웃음)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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