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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Apr 15. 2023

모든 사람 앞에서 일관된 모습을 유지하기 어려워요.

2023.04.14 72번째 일기

To. 찌니님

가끔 타인에게 듣는 이야기를 통해 혹시 제가 말하는 것이 너무 아이같아 보이나? 싶은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특히 저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이전 고민에서 찌니님께서 말씀 주셨던대로, 외모나 첫인상은 어려보이지만 일에 있어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며 반전된 모습을 줄 수 있는 것도 매력이라고 해주셨는데, 한켠에 혹시 내가 너무 어리숙하거나 아이처럼 말하나? 싶은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한번 처음에 저를 그렇게 봐버리면, 저는 특히 그사람 앞에서는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저에 대해 아이같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좀 더 펼치지 못하는 느낌이랄까요?


누군가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제 모습대로 행동하면 되는데 사실 그 편견 앞에서 위축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집단마다 보여지는 이미지가 다르기도 한 것 같아요.

지금 조직에서야 저의 역할 상 조금 더 외향적인 페르소나를 가지고 행동을 할 수 있는 반면, 어떤 곳에서는 완전히 반대의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하나의 사례로 제가 노래를 배우러 갔을 때, 그 선생님이 제 말투나 첫인상을 보고 저에 대한 편견을 딱 가져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성에 대해 점검하는 과정에서 목소리를 좀 더 맑게 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까지는 충분히 다 이해가 되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지는건, 이런 발성들과 말하는 투가 첫인상에 영향을 준다며 저에게 그런 부분들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그 순간 내 첫인상이 별로였구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위축이 되고 그 수업이 편하지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또 저는 제 자신을 아직 완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그렇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수많은 고민들을 묶어서 나누면 몇가지 비슷한 키워드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일상의 저런 사소한 순간들에 저는 종종 구겨지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사람들을 주변에서도 꽤 많이 봐왔던 것 같네요.

찌니님, 언제 어디서나 온전한 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To. 낮잠님

낮잠님이 굳이 발성, 말하는 투를 바꿔서 첫인상을 좋게 만들어줘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아이 같다는 편견을 가진다는 건 낮잠님과 5분 이상도 이야기 안 해봤다는 소린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에 왜 귀를 기울여야 하죠? 사람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감히 왜 나를 판단하게 둬야 할까요?


저는 솔직히 노래 선생님이 선을 넘으셨다고 생각해요. 노래를 부르러 왔는데 무슨 첫인상 이야기에요. 

애초에 노래를 배우러 간 목적이 첫인상 좋게 만들려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해야 하는 본문에 집중을 못하신 분인 거 같네요. 

그런 부분에서 사실 낮잠님이 그 수업이 편하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노래 선생님이 나를 어리게 보는 편견이 있구나 보다는, 이 사람이 본인 직무에 대한 파악을 잘 못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에게 배워도 되는 걸까 라는 불신이 더 크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근데 워낙 남의 반응에 집중하고 남을 중심으로 생각해오던 낮잠님이니까 본인 중심으로 판단한 속마음을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데, 낮잠님과 제대로 이야기를 한 사람이 낮잠님을 아이 같이 볼 수가 없어요. 낮잠님과 대화를 조금만 해보기만 해도, 단어의 선택에게 비롯되는 지식의 깊이, 말의 신중함, 배려심, 숙달된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 절대 어리고 아이 같은 사람에게 나올 수 없는 수준의 대화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첫인상이 ‘어리다’로 찍힐 리가 없어요. 

그리고 눈을 마주치고 바라보며 대화를 하다 보면, 눈빛에 담긴 다정함과 진중함에서 신뢰감이 뿜뿜 올라가기만 하는걸요.


낮잠님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한번의 인연으로 끝나지 않은 사람들이 낮잠님에게 어려 보인다는 첫인상으로 낮잠님을 제대로 안 보고 있던 가요? 아니죠, 다들 제대로 파악하고 제대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는 낮잠님이 언제 어디서나 온전한 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그럴 수 있다고 믿고 확신합니다. 그냥 낮잠님 본인만 내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슴에 품으시면 됩니다.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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