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찌니 Jun 30. 2023

Y야, 쉼이 없으면 서러워진단다.

Y에게 1화

그 날, 나는 Y의 서러움을 보았다.


2023년 1월 중순의 어느날, 간만에 Y와 카페 데이트를 했다. 나의 이사와 Y의 바쁨이 맞물려서 카톡으로만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던 중에, 우리 간만에 기분 좀 내자면서 당시 인스타에 자꾸 등장하는 은평구의 한옥카페를 가게 되었다.

북한산을 배경으로 둔 멋진 한옥마을의 분위기도, 디저트 맛도 좋았던 한옥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면서 툭 튀어나온 "아, 이렇게 있으니 참 좋다."라는 나의 한마디에, 갑자기 Y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거냐는 나의 말에 Y는 "제가 요즘 감수성이 너무 풍부해졌나봐요."라는 답을 했는데, 그 짧은 순간에 Y의 표정에 드러난 서러움이 그 말을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만들었다.



Y는 늘 자기 자신에게 가장 공격적인 사람이다.


Y는 늘 견디는 것에, 참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남에게 나쁜 소리, 서운한 기억을 안겨주게 되는 상황이 매우 불편하고 힘든 사람이었다. 그래서 늘 뭐든 '내 탓이오~' 기술을 시전해왔다. 그렇게 13년 넘게 자기 자신을 스스로 공격하는 방법으로 자기 자신을 지켜왔다.

자기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자기를 지키는 사람들의 문제는 굉장히 오랜 시간 뒤에 발생되는데, 이런 방식이 자신의 자존감을 서서히 갉아먹음으로서 자존감이 바닥을 치게 되고, 결국에는 우울감에 빠지게 되는 문제를 백이면 백 경험하게 된다. 당연히 Y도 그 늪에 빠지고 있었다.



사실 Y는 계속, 그리고 최근에 더더욱 힘들었다.


"제가 요즘 감수성이 너무 풍부해졌나봐요."라는 Y의 말에 나는 "감수성이 풍부해진 것이 아니라 Y야, 니가 요즘 많이 힘든거야."라고 답했다. 

Y는 최근에 직장생활 13년 만에 리더십을 경험하기 시작한 초보 리더였다. 이전에는 본인만 잘 챙기면 되었다면 이제는 내 조직의 구성원까지 챙겨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Y는 원래 '나도 잘 못하는데 내가 감히 누굴 키우냐'는 주의를 가지고 있었고, 자신이 잘못된 영향을 끼칠까봐 누군가의 사수가 되는 것도, 리더가 되는 것도 줄곧 꺼려오며 거절해왔다. 그런 Y가 회사를 이직하면서 리더까지 맡게 된 상황은 매우 스트레스 레벨이 높았을 것이다. 남보다 책임감도 몇 배는 높은 사람이라 그 압박감은 아마 엄청났을거다. 

나도 처음 사수가 되었을 때, 리더가 되었을 때 많은 실수를 해왔고 그 실수들을 통해 성장하며 지금은 나만의 리더십을 정립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초보 리더 시절, 선배들과 후배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내가 누군가에게 리더십을 교육하고 컨설팅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가 있었을까 싶다.


특히, Y는 그동안 늘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늘 애써왔다. 그런 Y에게 최근 주어진 리더십의 미션은 그 잘해야 하는 일이 늘어남과 동시에 난이도에 대한 압박까지 주어졌다. 그렇기에 더더욱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야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Y의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인해 생겼다. 주변의 도움이 필요함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거다. 물론 나는 Y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대단하고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늘 내가 그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오! 나의 이 이기주의란!) 그러나, 저 마음으로 인해 Y 본인은 혼자 절대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을 혼자 이겨내야만 하는 괴로움이 매일매일 증식하고 있었다.



Y에게 맞는 방식으로 나도 Y를 위해 노력해 보기로 했다.


이전부터 나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어떤 사소한 것이어도 너의 마음을 괴롭게 한다면 나에게 의논해도 괜찮아."다고 수 차례 이야기 했으나, 지금껏 Y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바쁘게 분 단위로 살아가는 사람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Y는 이미 나의 저 말만으로도 위안을 받았고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걸로 만족했다. Y는 절대 상대 호의에 그냥 응하지 않을 거다. 자기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사람이기에, 남의 시간 특히 나처럼 자기가 가족과 마찬가지로 인생에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시간은 그보다 몇 배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이번에는 방법을 바꿨다. Y에게 "자, 이제 매일 너의 고민을 담은 일기를 쓰기로 하자. 나랑 공동의 프로젝트를 하는 미션을 달성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브런치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많은 글도 써봐야 하니, 브런치 선배인 니가 나랑 같이 재밌게 글을 같이 써주면 내가 더 재밌는 글들을 쓰게 될 것 같고, 너의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되면 내가 행복해질 것 같다는 설명을 붙였다. Y가 참 한결같은 친구다. 이 제안이 나를 위한 일이 된다고 하니, Y는 매우 기뻐하며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Y에겐 다음을 위한 쉼의 시간이 필요하다.


Y는 늘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과 내가 벌지 않으면 가난해진다는 공포감에 불안해했다. 그래서 Y는 늘 더 잘하기 위해 몸을 갈아 넣으면서 일했고, 잠깐씩 쉬면서 여행을 가거나 아파서 쉰 것 외에는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계속 Y에게 "너에게는 다음을 위한 쉼의 시간이 필요해, 넌 쉬어야해."라는 이야기를 해왔다. 그러면 Y는 한 며칠은 쉬었고 괜찮아졌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Y에게 말한 쉼은 기간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삶에 대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내가 열정적인 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길 바랬다. 단 하루를 쉬더라도 그렇게 쉬기를 바랬다.


Y의 인생에 내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인만큼, 나에게도 Y는 내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자 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Y에게 시선의 높이가 높은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래서 진실로 자기 삶을 스스로 귀애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때문에, Y에게 말한다.


Y야, 쉼이 없으면 서러워진단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너의 마음과 행동에 서러워지는 거란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이전글 본편 6개월(4~6월) 회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