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찌니 Jul 02. 2023

제대로 된 '위로의 방식'

암을 통해 배우게 된 것 1.

요즘 암은 별 거 아니래, 걱정마.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암환자를 안심 시키고자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실제 이 이야기를 듣는 암환자 입장에서는 '니가 안 걸렸다고 막말하지마'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생존율이 99%여도 살아남지 못하는 1%가 나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무슨 마음으로 그런 위로를 하는지도 알고 그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도 안다. 하지만 무서운 병 앞에서 마음은 삐뚤어지고 방어기재가 강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상대 앞에서는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따지지도 못한다. 꿍하게 내 마음에 담아두고 계속 떠올리며 그냥 깊은 우울감을 찾아간다.


과거의 나도 그랬다.

나는 이전에 내 주변에 암을 겪은 분이 없었다. 외할머니는 수십년 전에 겪으신 거라 내가 위로를 해드릴 상황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건너건너 암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그때마다 나 역시 "요즘 암은 별 거 아니래, 괜찮으실거야." 라고 말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암에 걸리고 나서야 나의 이 발언이 만약 상대에게 전해졌다면 얼마나 무심하고 슬픈 위로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내 일이 되니 깨달음이 오는구나.

정말 신기한 건 내가 그동안 '친하다'고 생각해 온 사람 중에는 한번도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내가 '괜찮은가, 얼마나 두려울까, 하지만 우리가 너랑 같이 있다, 같이 싸우자' 였다. 공통적으로 그들 모두 내가 얼마나 슬프고 괴로운지, 두려워 하는 지 등 이 일을 겪고 있는 '나라는 사람의 감정'에 공감부터 해줬다.

오히려 애매하게 함께 일을 했다거나, 식사를 했다거나 연이 짧은 사람들이 연락이 와서 요즘 암은 별 거 아니라는 말을 했었다. 물론, 그들 또한 오랜 기간 나와 연락을 하지 않았거나 연이 짧은데 불구하고 나를 걱정해주는 마음이었을 거다. 그런데 당시에 삐뚤은 내 마음은 그걸 헤아려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여튼, 덕분에 나는 '아, 누군가를 위로해야 할 때 가장 우선 시 해야 할 건 상대의 상황과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구나'를 깨달았다. 이미 알고 행하는 사람도 많은, 나는 그러지 못했던, 내 일이 되니까 알게 된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내 인생에 암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떤 성장이 있었는지 나의 경험과 생각들을 계속 올리겠지만, 우선 암에 걸린 처음부터 <위로>의 단계를 경험하면서 그동안 행해왔던 나 자신의 무심함에 놀라고 상대의 마음을 울리지 못했던 위로 방식을 반성하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이 입장에 처해보게 되지 않았다면 미처 깨닫지 못한 채로 지금도 나 중심의 사고의 위로를 하고 있었지 않을까? 나라는 '사람'의 성장을 위해 암이 내 인생에 끼여들 수 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이전글 Y야, 쉼이 없으면 서러워진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