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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Aug 22. 2023

재발에 대한 '두려움'

암을 통해 배우게 된 것 3.

검사가 더 필요합니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말이다. 암에 걸린 후, 매번 검사를 받을 때마다 추가 검사나 정밀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심장이 요동을 치며 손이 덜덜 떨린다. 다행히 매번 늘 잘 지나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쉽지가 않다. 내년이면 암과 이별을 한다고 안심하고 있던 또는 방심하고 있던 나에게 정신차리고 살라는 듯 난소에 약간 문제가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또 혹이 생겼나?' 가볍게 생각하던 나에게 선생님께서는 복부골반 CT를 찍어봐야겠다고 하셨다. 그게 한달반 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주 뒤 건강검진에서 대장내시경을 했을 때에도 대장에는 문제가 없지만 자궁 쪽에서 뭔가 대장을 압박하는 소견이 있으니 복부골반 CT를 찍어보라는 권고가 있었다. 더불어 종양표지자 검사에서도 암항원125 증가 소견이 있으니 생리가 끝나고 다시 피검사를 받아보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주에 아산병원에서 CT를 찍었고 오늘은 결과를 들으러 갔는데, '난소 쪽에 있는 혹의 모양이 나쁜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난소 쪽에 MRI를 찍어 봅시다. 체혈도 하고 가세요.'라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다부졌던 내 마음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나도 암을 한번 겪어본터라 MRI를 찍어야 판단이 가능하다는 건 좋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운 좋게 문제가 없을수도 있지만 그렇게 희망 회로를 돌리기에는 이전에 내 경험이 좋지 않았다. 다만, 보자마자 암이라고 판정을 내릴 정도로 나쁜 건 아닌 상태라는 것은 위안이기도 했다.


동생에게 제일 먼저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 했다. '걱정마, 온니 행운요정 메리가 곧 간다!'며 오늘만 우울하게 있어도 봐준다고 했다. 눈물이 울컥했지만 그래도 울지 않고 잘 참아냈는데,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남편이 '괜찮을거야. 만약 안 좋은 결과가 나와도 우리는 잘 이겨낼 수 있어'라는 말이 마치 내가 이미 또 암에 걸렸다는 것처럼 느껴져서 펑펑 울었다.


그렇게 한차례 울고 나니 왠지 속이 후련해졌다. MRI를 찍는 건 한달 뒤(이게 가장 빠른 일정이라니!!!), 그 전까지는 내가 아프다고 정해진 건 없으니까. 그저 내가 하고 싶던 걸하고 열심히 하던 일을 잘하고 있으면 되는 거니까 말이다. 그리고 아마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암이랑 대체 무슨 척을 진 건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8월은 암 때문에 평점심이 생기기 힘든 달이었다. 키우는 강아지인 하임이가 어느날 아파해서 병원에 데려갔다가 비장암인걸 알고 마음이 너무 힘들었었다. 이야기를 들은 날 장이 뒤틀리며 모두 토하고 쓰러졌다. 다른 병도 아니고 암이라는 것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마치 '왜 내 강아지까지!'랄까? 


하임이의 수술 날짜를 잡고 이사를 준비하고 하던 중 나의 유방암 정기검진 일정 때문에 유방초음파를 찍었는데, 그 때는 양쪽 다 너무 깨끗하다는 선생님 말씀에 기분이 심하게 업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난소암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우울함이 찾아왔고 말이다. 대체 왜 '암'이란 단어는 이다지도 나를 슬픔과 기쁨에 올려두는지 모르겠다.


그저 일상 그대로 즐기며 지내야겠다.


여튼 지금은 아무것도 결론나지 않았으니까. 생각해보면 10년을 앞두고 제대로 완치판정을 받고 싶은 것치곤 그동안 건강 관리를 너무 제대로 안했으니 그것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르겠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움직여야지! 내가 느끼는 내 몸은 그 어느때보다 기운차고 좋은 상태니까 평소처럼 지금을 즐겨야겠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날 불쑥불쑥 올라올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모든게 확실해지기 전까지 잘 지낼거다. 계획된 여행도 가고 일도 열심히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잘 해온 게 너무 억울할 것 같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바라건데, 한달 뒤에 부디 좋은 소식을 적을 수 있길!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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