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찌니 Aug 29. 2023

자랑할 수 밖에 없는 내 남편♥

본격 남편 자랑 에세이 '빵세 리포트' 프롤로그

나의 애칭은 찌니, 남편의 애칭은 빵세, 그래서 우리는 연애할 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찐빵 커플로 불려왔다. 우리 부부는 1년 반 정도를 연애하고 나서 결혼을 결정했다. 연애를 1년 했다고는 하지만 9연애 끝에 결혼한 동생네 부부 보다 우리가 연애 기간 만난 날이 많았을 정도다. 1년 동안 매일 같이 만났고 실제로 연애 기간 동안 만나지 않은 날은 단 7일이었다.


나름 비혼주의자였던 나에게 결혼은 인생에 없던 새로운 레일이었다. 엄마의 고된 시집살이를 보고 자란 나에게 결혼은 그저 여자에게 불리한 제도였다. 내가 남편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시댁의 노예가 되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친가는 매우 가부장적이고 친할머니는 매우 고약한 시어머니였다. 말년에 착한 치매가 걸린 친할머니는 비교적 잘 털어내고 귀여운 사람으로 남으셨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러웠던 수 십년의 기억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외가도 가부장적인데다가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집안이었기에 고된 시집살이를 하는 엄마에게 도움도, 위로도 되지 못했다. 엄마는 가부장적인 종가집 종손의 며느리로서 1년에 10번이 넘는 제사를 지내고, 시할머니(나에게는 증조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친가에 갈 때마다 구박을 당하는, 그런 이상하고 불합리한 삶을 감당하고 순응하며 살았다.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엄마'로 남는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고 엄마처럼 참고 살 자신이 없었다. 아니, 참고 살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모두 그러하듯, 자연스럽게 연애 초반에 '나는 너랑 결혼해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달콤한 상상을 남편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냥 지나가듯 가볍게 연애의 설렘을 담아 한 이야기에 나는 정색하면서 나는 결혼이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몇 가지 엄마의 시집살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는 결혼에 대한 공포감이 있고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싫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냥 해 본 연인의 달콤한 소리에 정색하는 내가 서운하고 싫었을 수도 있는데, 당시 남자친구였던 우리 남편은 "어머님이 많이 힘드셨겠다. ㅠㅠ 나랑 결혼하기 싫다는 게 아니니까 괜찮아~ 내가 자기가 날 믿게 하면 언젠가 결혼해주겠지~내가 한결 같은 남자거든!"이라며 따뜻하게 넘어가줬다.


남편의 '한결 같은 남자' 전법은 통했고 결국 2012년 4월, 나는 내 인생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 없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어느새 결혼한지 11년을 꽉 채우고 12 년차에 접어든 우리 부부는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하고 싶게 만드는 부부로 불린다. 흔히 결혼한지 3년이면 눈에서 콩깍지가 떨어지며, 신혼의 감정이 사그라든다고들 한다. 결혼 10년이면 자식을 보고 산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자식 없이도 서로가 있기에 살고 있고, 오히려 신혼 때보다 더 진한 사랑의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내 남편은 누군가가 부러워할만한 직업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40대의 남성이자 선한 대한민국 국민 1인인 보통 사람이다. 보편적으로 잘난 사람의 범주로 논한다면 내 남편은 그리 자랑할만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대체 뭘 자랑할 게 있다는 건지 모를 사람일 수도 있다.


내가 그린 남편의 캐리커쳐 : 억울한 눈썹과 뾰족뾰족한 수염이 특징인 귀여운 남자다.


하지만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압도적으로 다른 남편들과 차별화된 매력 포인트를 가진 사람이다. 보편적인 남의 기준은 내 알 바가 아니다. 원래 자랑이란 것의 기준은 나다. 본래, 자랑의 의미는 내가 나와 관련되어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남에게 알리는 행위가 아닌가!

그래서 나는 남편 자랑이 하고 싶다. 한결 같이 나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보호해주며 존경해주는, 세상에 하나 뿐이고 앞으로도 세상에 하나 뿐일 '남편'에게 감사의 세레나데를 보내고 싶다. 늘 표현이 부족해 그를 목마르게 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가득 채우고 있는 나의 경애(敬愛)의 마음이 남편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글을 써본다.




다음에 계속.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