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찌니 Jan 17. 2023

가족을 잘 챙기고 싶은데, 잘 안돼요.

2023.01.15 3번째 일기

To.찌니님

오늘은 엄마 아빠를 만나서 맛있는 점심을 같이 먹고 우리 집에서 고양이 범이랑 인사도 하면서 낮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더욱 자주 봐야하는데 연락도 많이 못하고 오랜만에 만난 것 같아요.


이런 모든 나의 삶을 이해해주고 전혀 독촉하지 않는 부모님입니다. 부모님을 만나면 너무 반갑고 좋은데, 이상하게 슬픈 감정이 많이 듭니다.

내 삶을 살아가기 바빠서 가족을 마음만큼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미안함,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아픈 곳이 늘어나는 모습들, 여전히 돈을 벌어야 한다고 나가서 고생하는 모습. 부모님도 각자의 인생이 있어서 내가 말을 한다고 내 말대로 살아가시진 않으실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프고 슬퍼져요.


그래도 얼마 전에 집도 공장도 이사를 가서, 엄마는 요즘 집에서 안춥게 있을 수 있다고 좋아해요. 그리고 매번 저랑 동생한테 맨날 추운 집에서 살게 해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저도 엄마 아빠가 사는 집이 그 집이 아니어서 조금은 마음이 놓기는 것 같기도 해요.


찌니님은 바쁜 와중에도 언제나 가족을 잘 챙기셨던 것 같아요. 두 딸을 든든하고 예쁘게 잘 키우셔서 찌니님 부모님이 얼마나 행복하실까요! 찌니님처럼 내 일을 잘 해나가면서도 주변을 돌아보고 소중한 사람들을 챙길 수 있는 것은 삶의 우선순위가 잘 정돈되어 있기 때문일까요?




To. 낮잠님

오늘 진짜 좋은 하루를 보냈네요. 사실 오늘 보낸 하루를 부모님을 위해 효도한 날, 딸로서 역할을 한 날이 아니라, 낮잠님 본인의 마음을 무조건적이고 무한한 부모님의 사랑으로 배부르게 채운 날일 겁니다. 낮잠님 본인을 위해 굉장히 좋은 날이었네요.


부모님이 좀 더 편하셨으면, 행복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부모님의 현재 고생하시는 모습이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는 것은 낮잠님이 정말 부모님을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지는 감정이기도 해서 굳이 그 감정을 피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무덤덤한게 더 이상한 것 아니겠어요?


저도 제 가족들을 그다지 잘 챙기지 못합니다. 삶의 우선 순위가 잘 정돈된 덕분에 가족들을 둘러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내가 가족들을 잘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것 덕분에, 여유가 있든 없든 간에 가족들을 생각하고 챙기려고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행동들은 대단한 것들이 없답니다. 그냥 생각날 때 만나자고 하고 전화하고 그런 사소한 것들이에요. 중요한 건, 가족들을 챙기기 위해 시간을 뺀다, 여유를 만든다 하는 계획을 가지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굉장히 무계획적으로, 순간적으로 지금 그런 생각이 들 때 바로 행동해 버려요. 


낮잠님은 워낙 계획형 인간이라 ㅋㅋㅋ 그렇게 갑자기 그러면 가족들이 시간이 안될 수도 있고 너무 잘 못 챙겨주는 게 될 것 같은데 그럼 아쉽지 않을까 고민할 수도 있는데요. 

반대로 그 덕분에 다음에 만날 약속도 잡고 그 덕분에 다음엔 더 잘 챙겨줄 수 있는 겁니다. 저도 상당히 계획형 인간인 거 아시죠? 근데 저는 가족과 만날 때는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모드로 움직여요. 후후~


부모님께 거창하게 효도하려는 계획을 세우지 마세요. 이제 우리 부모님의 삶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에요. 언제 우리가 헤어지게 될지도 모르는데 뭔가를 계획하고 준비하기만 하다가는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놓치게 될 수도 있어요.

저는 그냥 지금 이 순간 부모님이 웃을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고 늘 생각해요. 그래서 최근에는 고마워, 사랑해, 재밌었어, 만나자, 맛있다 이런 함께 나눌 수 있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만나서 비싼 걸 사드리고 할 때 보다 더 많이 웃고 좋아하시더라구요.


부모님의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하고 그때그때 후회 없는 표현을 하면 좋겠어요. 아주 작은 것부터 표현하는 용기를 가지도록 해봅시다.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동료들은 나랑 일하는게 재밌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