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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Jan 17. 2023

한번 꽂힌 일을 끝장내지 않으면 참기가 힘들어요.

2023.01.16 4번째 일기

To. 찌니님

저는 요즘 해야 할 일이 많아서 평일에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을 많이 하는 것은 괜찮은데, 꽤 높은 빈도로 중간에 일의 흐름이 끊기는 것이 싫어서 지금 나를 챙기는 것, 또는 주변을 보는 것에 소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의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일에 꽂혀서 끝장을 보지 않으면 눈이 아프건 화장실을 가고 싶건 그 일에만 집중을 하느라 정신이 팔립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안그래도 생활감이 좀 부족해서 허술한 면이 있는데, 사소한 것들을 자주 깜박깜박 하는 등의 작은 실수들을 종종 하는 것 같아요.


오늘은 저번에 찌니님과 얘기한 대로 내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들만 추려서 하긴 했는데, 그 일에 집중하다 보니 또 시간이 밤 9시가 되어버렸어요..

그 일을 100% 완성도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닌데도,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보니 끝을 맺지 않으면 그 찜찜함을 참는 것이 많이 어렵습니다. 제 목표가 항상 너무나 높은 것일까요?


그래도 9시에 내가 또 그랬구나.. 싶은 마음에 정신을 차리고 밖에 나가서 산책 다녀오고 뜬금없지만 코인 노래방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성장통 동영상도 수정하고 오늘의 일기도 썼어요!

요즘의 제 일은 그 일을 반드시 오늘 안하면 안되는가? 했을 때, 반드시가 아닌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의 덩어리들의 더미가 쌓여있는 느낌입니다.

저도 이런 비슷함을 반복하는 제가 징글징글할 때가 있습니다 ^^;


찌니님은 중간에 일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끊어야 할 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컨트롤하시나요?




To. 낮잠님

저도 일단 낮잠님과 같은 문제를 오랫동안 안고 있는 인간 중에 하나인데 말이죠.(웃음) 

여튼, 최근 그나마 나아진 건 내가 무리했다는 싸인을 스스로 인지하게 된 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우리가 계속 일을 뭔가 못 놓고 하는 이유가 딱히 완성도나 목표가 높아서 이런 문제가 아니라, 대체 내가 언제 무리를 했는지 몰라서 무리를 하게 되는 거더라구요.


그래서 한동안 굉장히 나 자신의 행동에 집중해서 몸이 ‘야, 너 무리했어 오버하지마’하는 싸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하품을 하고 앉아있던 자세가 틀어지면 그때부터 텐션이 확확 떨어진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그래서 역으로 내가 저런 행동을 하는 순간 이게 1시간 내에 3번 이상 반복되면 싸인이 왔다고 판단하고 바로 하던 일을 때려 치고 있습니다.


죄책감은 어떻게 하냐고요? 죄책감은 없어요. 왜냐면 내일의 내가 할 거라. 내일 남이 해주는 거면 죄책감이 있는데, 내가 할 거잖아요. 오늘의 나도, 내일의 나도, 다 나인데 내가 나한테 왜 미안해야 되는 걸까요? 나는 나를 스스로 귀하게 여기지 않았을 때, 사랑해주지 않았을 때만 미안해 하면 됩니다. 그 외에는 자기 자신에게 미안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제가 지난 번에 말한 ‘내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도 왜 꼭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내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에는 안 하면 나를 포함한 누군가가 피해를 입거나, 안 하면 내가 너무 마음이 불편하거나 불행한 마음이 드는 수준이어야 해요. 안 그러면 ‘꼭 해야 할 일’까지는 아닌 거라고 생각해도 되요.

그리고 그 일들도 우선 순위가 필요해요. 생각한 그대로 하면 그게 AI지, 무슨 사람이겠어요. 지금까지 ‘내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을 생각하면서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단박에 딱 나를 지치지 않게 하면서 적합한 타이밍에 마무리하게 할 수 있는 ‘내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의 양을 알 수 있겠어요. 

계속 실패를 반복하면서 영점을 맞춰나가는 방법 밖에 없어요. 그냥 오늘의 일은 ‘과정에서 발생되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이세요.


낮잠님이 해야 하는 것은 ‘칼을 꺼냈으니 무라도 썰어야 하거늘, 오늘 그 무를 다 못 썰었구나!’ 하는 후회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집중해서 내 몸에 지침의 싸인이 오는 순간이 어딘지 찾아내는 것과 ‘내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의 기준점을 찾는 일, 이 2가지 입니다.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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