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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Jan 17. 2023

저는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한 걸까요?

2023.01.17 5번째 일기

To. 찌니님

오늘은 어제 이야기해주신 지침의 싸인을 잘 인식하여 오후에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왔습니다! 다행히도 비교적 피로도가 아직은 덜한 것 같아요.


오늘은 저의 수많은 걱정병중 한가지에 대해 또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저는 세상의 일들에 대해 호기심이 너무나 많아서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게 좋다면 좋을 수 있고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는데, 요즘은 여러 조언해주신 부분들을 기억하며 포기의 용기를 내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그렇게 살아온 저에겐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 연습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이것 저것 하겠다고 벌려놓은 일들이 참 많습니다.


사실 좀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흥미거리가 생기면 지나치게 감정의 텐션이 높아진다는 점이에요. 이런거 해보면 어때? 하면서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매우 높은 감정의 텐션이 높아지는데, 그 순간에는 너무 즐겁고 행복하거든요. 다만 일상에서 그 텐션이 이어지기가 당연히 어려운 건데, 저는 그 기복이 조금 큰 편인 것 같아요. 

얼마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배포한 건강한 생활습관 자료를 봤는데, 감정이 서서히 나아지는 형태가 건강하지 빠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상태를 위해 과도한 활동을 하는건 좋지 않데요. 그리고 빠르게 기분을 좋아지게 할 수는 있디만 결국 유지하지 못하고 더 오래 우울하게 된다고 해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배포한 건강한 생활습관 자료


계속 생각해보니 저는 과도한 계획이나 상상을 하면서 기분이 매우 좋아지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텐션이 유지되지 못하면 급격히 우울한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찌니님은 일상에서 이런 기분의 기복을 잘 유지하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To. 낮잠님

저는 기본적으로는 감정 기복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 이유는 아마도 중심점을 정해놔서 그런 것 같아요. 급격히 텐션이 떨어지는 것 같을 때 그게 확 떨어지지 않도록 조정하는 중심점을 심어두는 거죠.

저에게는 그게 우리집 멍멍이 하임이랑 애니메이션 보는 것입니다. 하임이를 만지거나 하임이 귀여운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멍 때리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그냥 시간을 보냅니다. 이 때, 하임이랑 애니메이션은 그 시간을 보내는 수단일 뿐이에요.


중요한 건, 그게 뭐든 간에 내가 우울할 수 있는 시간을 다른 어떤 행위로 줄여줘 버리는 거에요. 순간적으로 기분을 좋게 하고 안정적이게 하는 것들을 여러 개 넣어버리면서 실제로 우울함을 느낄 시간을 줄여버리는 거죠. 낮잠님은 범이 사진이나 동영상 보고 좋아하는 음악 듣고 아니면 저랑 시덥지 않은 카톡이나 합시다. 우울함에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일단, 낮잠님은 감정 기복이 그렇게 큰 사람이 아니에요. 전에 우리 같이 일해봤던 S 여사님을 생각해봅시다. 그 분처럼 공적인, 사적인 모든 상황에서 감정 기복이 타인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인 걸 '감정 기복이 있다'고 하는 겁니다. 감히, 그 분과 비교했을 때 본인이 감정 기복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세요.


낮잠님은 본인이 스스로의 원래 텐션을 무시하고 본인이 동경하는 사람들의 텐션을 끌고 오려니까 마음이 힘든 거에요. 후천적으로 스스로 기복이 생기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거지, 원래 기복이 그렇게 큰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건 낮잠님이 일을 할 때 생기는 문제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늘 그런 문제에서 대체적으로 무던한 사람이거든요. 오히려 그런 일들은 감정이 우선 시 되는 일들이 아니니까요.


스스로의 텐션이 어느 선에 있는지, 거기서 절반 정도 떨어졌을 때 어떤 중심점을 만들어 주면 다시 탄력적으로 텐션이 회복되는 지를 찾아내 보세요. 

저처럼 텐션이 높은 사람은 텐션이 안 떨어져서 문제란 말이에요!(웃음) 텐션이 늘 높으면 자기가 지치는 포인트도, 멈출 포인트도 발견 못하기도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텐션의 기복이 있는 것도, 낮은 것도, 높은 것도 각각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구요.


그 당연함 속에서 내가 이게 행복한지 아닌지 모르는 것보다는 뒤에 조금 우울해지더라도 내가 확실히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과 행복함을 느끼는 것을 인지하는 지금이 더 낫지 않나요? 

텐션이 떨어지는 것 = 우울한 것이 맞나요? 사람의 행복감과 즐거움이 늘 꼭대기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내 감정이 언제든 다시 텐션업을 할 수 있는 탄성력을 가진 지점, 언제든 사소한 계기로 다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내 감정의 중심점을 찾으세요, 낮잠님.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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