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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Jan 21. 2023

언니의 Golden age는 언제였어요?

2023.01.21 9번째 일기

To. 찌니님

오늘은 작년에 적어놓았던 음악일기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노리플라이의 Golden age라는 곡이었는데, 이 곡을 들으면서 좀 더 어렸던 날들의 좋은 기억을 많이 떠올렸던 것 같아요.

모든 게 쉽기만 했지 여물던 나의 젊은 날 이제는 담담한 듯이 조용히 하나씩 떠올려 보네
내 삶의 전부 같았던 모든걸 내려놨던 날 홀로 외롭게 걸어와 방안에 울었던 지난 날들
눈부시게 아름다운 내 삶에 전부 같았던 날 이제는 오래된 기억 그저 흩어진 조각들
하지만 아름다웠던 인생에 It’s my golden age


20대의 매일매일이 버라이어티하고 이벤트 같던 날들을 떠올리며, 30대 중반 이후의 삶 동안 이런 생각을 특히 많이 하던 때가 있었어요. “더 이상 왜 이렇게 특별하고 신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거지?

20대의 삶은 지금보다 불안하고 많이 흔들렸지만, 그만큼 들뜨고 신나는 일들도 많았거든요. 이제는 그런 일들은 적어지고 하루를 무난히 지내는 일에 안도감을 얻는 시기가 된 것 같아요.


어쩌면 저의 삶이 많이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욕심쟁이인지 종종 신나고 들뜨는 순간을 계속 갈망합니다. 그리고 20대의 시기에 특히 느낄 수 있었던 그 벅차오르는 감정이 희미해지는 것이 두렵기도 해요.

저는 그래서 "청춘"이라는 단어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것들이 저에게서는 이제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어서 너무나 아쉽고 그래서 자꾸만 되새기고 기억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때가 삶의 Golden age였다고 느껴져요. 그리고 또 다른 의미의 최고의 순간들이 다시 올거라고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치지 않고 앞으로 새로운 화양연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잘 할 수 있겠죠? 

찌니님의 삶의 Golden age는 언제였나요?




To. 낮잠님

저에게 삶의 Golden age는 늘 지금인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Golden age가 과거형에 있지 않은 듯 해요. 나의 과거, 현재, 미래 모든 나의 시간 속에 매순간 존재하고 있죠. 매일매일 인생의 황금기를 갱신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도 나의 매일은 에너지가 넘치고 도전적이고 버라이어티해요.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움직이니까요. 내가 그러겠다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살 수 있는 거죠. 

저는 10대의 나보다, 20대의 나보다, 30대의 나보다, 40대의 내가 더 멋지게 잘 살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어요.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내가 되기 위해, 매일 조금씩 더 행복하기 위해, 나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더 이상 특별하고 신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 같나요? 낮잠님, 절대 그렇지 않아요. 낮잠님이나 저,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의 인생 속에 ‘특별하거나 신나는 일’들은 늘 일어나고 있어요. 

자기도 모르게 특별하고 신나는 것에 대해 복잡하고 많은 기준들이 요구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래서 지금 내가 이미 쥐고 있는 ‘특별하거나 신나는 일’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예를 들어 달리기를 하는데, 오늘이 어제보다 숨이 덜 차고 0.05초라도 단축된 날이라고 칩시다. 아마도 낮잠님은 매일 달리고 있으니 당연히 나아져야 맞지 하는 생각으로 여상하게 넘어갈 것 같습니다. 내가 노력을 하고 있고 매일 시간을 투자하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인식하겠죠. 

하지만, 애초에 인식 자체를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볼까요? 오늘은 내가 최근 들어 가장 빨라진 특별한 날이자, 내 기록을 깬 특별한 날이자, 체력적으로 나아짐을 느낀 특별한 날이 될 겁니다.

옛말에 돼지 눈에는 돼지,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이 보인다는 말도 있죠? 세상 무슨 일이든 결국 중요한 건 나의 관점이지 않을까요? 나의 어제가, 오늘이, 내일이 특별하고 최고인 나날이라고 생각하면 켜켜이 쌓여나가는 나의 매일이 내 삶의 Golden age가 되는 거죠.


그래서 저에게는 어제도, 오늘도, 지금도, 그리고 내일도 끊임없이 삶의 Golden age가 갱신되고 있는 것 같아요. 내 삶을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는 눈을 갖춰보면 낮잠님도 꽤 옆에 자리하고 있는 자신의 Golden age를 바라볼 수 있게 될 거에요.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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