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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Jan 23. 2023

저는 아직 중심이 잡히지 않은 걸까요?

2023.01.22 10번째 일기

To.찌니님

오늘도 예전에 썼던 음악일기를 다시 읽어보았어요. 읽다보니 눈에 띄었던 하루가 있었는데, 그날은 제가 남의 말에 굉장히 상처를 받은 날이었나봐요.

그날은 지인을 만나서 대화를 하던 중, 제가 최근 하는 활동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어요. 매일 글쓰기를 하는 리추얼도 하고, 메모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 때 지인은 약간의 비속어가 섞인 말을 하면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비웃었어요. 

그리고 그날 호르몬의 문제도 있었지만, 감정적으로도 엄청나게 속이 상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그자리에서 창피하게 펑펑 울고 말았어요. 


하지만 전 하루가 지나기까지 왜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몰랐어요. 그만큼 감정 순발력이 떨어져서, 바로 제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든요.

보다 인생을 잘 살아보고 싶어서 하는 활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의미 없는 일로 보이는 것을까? 또는 다른 사람이 같은 말을 했다면 이런 반응은 아니었을텐데, 내가 평소 허술해 보이는 면이 있고 아직은 부족해보이는 모습 때문에 그런걸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오랜 시간을 생각한 끝에, 결국 크게 신경쓸 말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긴 했어요. 제가 하는 활동들은 누구에게 평가를 받기 위해 하는 일도 아니고, 오직 제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평가를 하더라도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들이 제 삶을 더욱 찐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가치 있는 일들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때로는 저는 사람을 가려서 제 가치관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위에 말씀드린 반응이 나올 것 같은 사람들에게는 저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거나, 또는 분위기를 적당히 맞추려다가 제가 가치관과 상반되는 말을 내뱉을 때도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나면 스스로를 자책하게 됩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인생이 꽤 선명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종종 이런 행동을 하는걸까요? 저는 아직도 중심이 잡히지 않은걸까요?




To. 낮잠님

일단 저에게 낮잠님의 그동안의 노력은 멋지고 응원하고 싶은 것들이었습니다. 내 인생에 배울 수 있는 선배를 만나는 것이야 비교적 쉽지만, 배울 수 있는 후배를 만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내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삶을 사는 후배인 낮잠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에 나 스스로를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 그 비웃음을 보였던 지인은 낮잠님의 지인이 될 자격이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노력과 도전을 비웃는 사람은 그 누구의 가까이에도 존재할 자격이 없습니다. 스스로가 꽤나 누군가의 삶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자입니다. 교만한 자는 가까이 해서는 안됩니다.


의미 없는 사람들이 하는 의미 없는 소리에 흔들리지 않으면 인생의 중심은 저절로 잡힙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내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사람을 가리기로 했습니다. 저런 사람은 부여잡지 말고 그냥 흘러가게 놔두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하는 일들이 제 삶을 더욱 찐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가치 있는 일들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는 사실이에요.

라는 이 생각이 낮잠님에게 있어 정답입니다. 해답도 아니고 ‘정답’이에요. 내 삶의 가치는 남이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판단해야 하는 것이에요. 그렇기에 낮잠님의 생각은 흔들림 없이 지켜져야 합니다.


사람을 가려서 가치관을 이야기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건 자신의 가치관과 상반되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 스스로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라, 꽤나 깊은 상처가 됩니다. 낮잠님처럼 아직 멘탈탄성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꽤나 난이도 높은 숨김의 방식이라, 아직은 사용하시면 안될 것 같습니다.


저는 낮잠님의 인생이 선명한 색보다는 다채로운 색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십잡스 프로젝트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찾아나가는 여러 도전을 해보면서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다는 것은 내 삶에 색을 입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안 그래도 좋았던 내 매일이 더욱더 예쁘고 귀해지더라구요.


낮잠님, 저는 낮잠님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해온 수 많은 노력과 도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에요. 13년간 변화무쌍한 낮잠님의 다채로운 색상에 늘 감탄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확신하고 말씀 드릴 수 있어요. 낮잠님이 하는 지금 모든 노력과 도전은 낮잠님의 인생을 꽤 다채로운 색상으로 채워나가며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어요. 의심하지 마세요.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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