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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Jan 24. 2023

‘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2023.01.23 11번째 일기

To. 찌니님 

오늘은 가족과 롯데타워 서울스카이에 올라가서 서울의 야경을 구경했어요.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저기가 미래의 우리집이라고 이야기하며 행복회로를 돌렸습니다. 

사실 매우 희박한 확률이라는 것은 알지만, 제가 45세에 한강뷰에 살겠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좀 더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목표를 하나의 목표물을 두고 조금 과장섞어 표현해보는 것이에요. 


지금은 불안을 많이 내려놓았지만, 작년만 해도 돈을 벌지 못하는 시점이 올까봐 불안해했었어요. 

나의 기획자로써의 삶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내가 앞으로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추기까지 수입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나 될지가 막연하게 두려웠던 것 같아요. 

특히 작년에 몸이 많이 안좋아지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졌던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았던 과거의 환경에서, 지금은 작지만 내가 편히 쉴 집도 생기고 먹고싶은 것, 즐기고 싶은 것을 그래도 크게 망설이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어서 행복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수입이 유지되지 않으면 이 삶도 그대로 유지할 순 없겠다는 사실이 불안했고, 그래서 수입은 늘려나가고 자산의 축적에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에 작년까진 참 많은 직업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파트타임 잡에 블로그, 주식공부 등 여러가지를 만들면서 바쁘게 살았어요. 수입은 늘어나지만 내 에너지를 많이 투자 해야하는 일들이었고, 무엇보다 이렇게 해서 경제적 자유까지는 누리기 어렵다는 결론에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미래의 더 나은 나와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겠지만, 사실 그 노력 = 경제적 자유와 직결되진 않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자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아직 ‘돈’이라는 단어 앞에서 그렇게까지 자유롭진 못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욕심이 나고, 갖고 싶고, 이것이 사라질까 불안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지는 날은 제가 훨씬 성숙한 사람이 되는 날이겠지요? 

찌니님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해 본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돈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To. 낮잠님

저도 낮잠님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과거를 살아왔죠. 그래서 낮잠님의 고민이나 심정이 그 누구보다 잘 이해됩니다. 저도 내가 돈을 벌지 않으면 다시 그 때의 어려움으로 향하게 될까 무서운 마음이 늘 있습니다. 

저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적 자유에 목 말라 있었고, 늘 그 방법을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들도 해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굳이 따지면 가난한 레벨의 집안 환경이었다 보니, 중학교 때부터 한번도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어야 했고 장학금을 받지 않으면 학교를 다니기 어려웠기 때문에 누구보다 독하게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 졸업 전에 취업을 해서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했고 18년 넘게 가장 오래 쉬어본 게 2주일 정도로 늘 돈을 버는 것에서 멀어져 본 적이 없죠. 

물론 그 덕분에 제가 가진 스펙 대비해서 빠르게 위로 올라가면서, 억대 연봉도 찍어보고 인센티브도 몇 천만원씩 받아봤고 남들이 월급으로 받는 금액을 세금으로 내는, 소위 말하는 돈 잘 버는 사람에 속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게 내 자부심이자 행복이었던 때도 분명 존재했구요.


그런데 요즘, 백수로 살고 있는 지금과 그때를 비교해본다면, 지금이 더 풍족하고 행복한 것 같습니다. 저 지금 말이 좋아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 백수 그 자체잖아요. 그런데 돈을 못 벌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지금껏 해온 것들이 있고 지금껏 내 삶의 중심을 다져온 것들이 있는데, 과연 내가 하지 못할 것이 있을까? 그런 자신감도 있구요. 

무엇보다 처음으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긴 시간이 주어진 덕분에, 그동안 내가 포기해야 했던 것들을 해보면서 나의 결핍들이 채워나가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로 돌아가도 저는 또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벌 겁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제가 그래도 집 한 채라도 들고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앞으로는 돈이 제 1 목적이 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랜 시간 그렇게 살아왔으니, 기왕이면 내가 일을 하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기여하는 일이 될 수 있게 되었으면 해요. 돈은 그 뒤에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되도록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제가 준비하는 사업이나 도전하는 일들이 그런 맥락의 것들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구요.


옛말에 틀린 말이 하나 없는 게, 돈은 쫓으면 도망가고 쫓지 않으면 따라 오더라구요. 이전에는 저게 무슨 개소리야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저 말은 진리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같이 가진 게 적었던 사람들은 돈을 벌려면 결국 시간을 써야만 합니다. 낮잠님만 해도 작년에 수 많은 N잡을 하면서 몸이 아팠죠. 그 N잡에 시간을 써야 해서 본인의 쉬는 시간을 포기해야 했을 거에요. 

그 결과 병원비가, 스트레스 해소비가 본인이 번 것 이상으로 빠져나가게 되었을 겁니다.


최근 제가 통장을 살펴봤는데, 이상하게도 잔고가 꽤 남아 있는 거에요. 거의 버는 돈이 없는데 왜 이 잔고가 남아있는 거지 싶었는데, 제가 쓰는 돈이 엄청 나게 줄어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주로 스트레스를 명품 쇼핑으로 풀었는데, 그럴 일이 사라지니까 먹고 노는 것 외에 돈을 쓸 일이 없어진 거에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남편 혼자 벌어오는 돈으로도 이전과 비슷한 삶을 살아갈 수 있더라구요. 

지금 그러면서도 저는 제가 그동안 하고 싶던 것들을 하면서 미래의 삶을 위한 준비도 하게 되었죠.


그래서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지금 돈을 벌어서 풍족해지는 것 이상으로, 다음을 위한 쉼의 풍족이 필요하다구요. 그래서 솔직히 쫄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돈을 어떻게 벌까에 대한 생각은 조금 뒷편으로 보내고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미래의 더 나은 나와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겠지만, 사실 그 노력 = 경제적 자유와 직결되진 않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자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저는 낮잠님이 이미 이걸 알고 있기에 걱정되지 않습니다. 낮잠님은 저보다 더 빠르게 돈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겁니다. 저는 이 사실을 비교적 최근 깨달았는데, 낮잠님은 저보다 최소 5년은 빠르게 깨달았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다음을 위한 쉼의 시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낮잠님은 하나하나 빠짐없이 보게 되겠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낮잠님 본인에게 ‘아, 지금 나에게는 다음을 위한 쉼이 필요하다’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면 저를 통해 미리 경험했던 그 과정을 통해 누구보다 빠르게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 나가게 될 겁니다.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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