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족회의 회의록
동생이 귀국했다. 마중 나간 공항에서 우리를 보고 우는 동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했다. 일단 밖으로 끌고 나가서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게 했다. 곧 진정한 동생은 언니랑 형부를 보니 순간적으로 안심하게 되면서 눈물이 울컥 나왔다고 했다.
동생이 자신의 힘든 시간들을 잘 극복하고 있다고 안정되고 있다고 방심하지 말라고 우리 가족에게 누군가 경고를 해준 것 같았다.
"그래도 재밌게 놀았지?"라는 내 말에 환하게 웃으면서 "응!"하는 동생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기절하듯 잠이 든 동생을 보고, 마음이 조금 먹먹해졌다.
집에 돌아오니 하임이랑 츄츄가 동생을 격렬하게 반겼다. 강아지들의 꼬숩고 따수운 환영 인사에 행복해하던 동생은 너무 졸린다고 자도 되냐고 했다. 마음대로 자라고 하자, 부족한 잠을 채우듯 몇 시간을 내리 잤다.
저녁 늦게 일어나서는 언니 밥 먹고 싶다며 밥 해달라고 하고, 여행 이야기도 나누고, 여행 가서 사온 선물들을 꺼냈다.
다시 안정감이 맴돌았지만 남편과 나는 공항에서의 동생이 잊혀지질 않았다. 그리고 이번 가족 회의 때 동생과 함께 이 상황을 그냥 넘기지 말고 함께 방법을 찾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남편과 이야기를 했다.
회의 일시 : 2025년 2월 10일 밤 8시
회의 안건 : 1) 우리집 더부녀의 건강 논의, 2) 가족들에게 제안 및 논의하고 싶은 것
더부녀는 동생의 새로운 별명으로, 남편이 지어줬다. 이 별명은 동생이 뭔가에 가입을 하다가 기혼, 미혼이 있는 항목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한자의 뜻에서 보면, 이 두 단어는 다음과 같은 의미인데...
기혼 : 이미 결혼한 사람
미혼 :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결혼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
그럼 이혼한 사람은 기혼이냐 미혼이냐, 그리고 비혼(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결혼할 가능성 없는 사람)은 어디에 해당되는 것이 맞느냐는 이야기로 전개되어...
그럼 내가 차라리 기혼, 미혼 보다는 유부녀, 유부남 이런 게 더 현재 상태의 혼인 상태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갔고, 동생이 그럼 나는 무부녀인거냐고 해서, 남편이 한심하다는 듯이 우릴 쳐다보며...
너 그냥 더부녀해라.
더부살이 하는 결혼했던 사람
으로 종결 지으며, 이 별명을 마음에 들어한 동생의 동의가 이뤄지면서, 우리집은 유부녀와 유부남과 더부녀가 같이 사는 새로운 가족으로 정의되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집 귀한 더부녀의 지난 공항 귀국 사건에서 우리 부부는 걱정이 많았다. 사실 이미 놀러가기 전부터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같이 외출을 하면 숨쉬기 어렵다는 호소를 했던 적이 있어서 남편이 마시는 산소캔을 사줬었다. 다만, 그 상황만 벗어나면, 특히 집에 오면 멀쩡해지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이구나 했었는데, 이번에 귀국 시 공항에서 동생이 보여준 모습은 다소 패닉 상태가 보였기 때문이다.
공황장애에 대한 의심이 생긴 우리 부부는 이번 가족 회의에서 진지하게 동생에게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길 권유하려고 했다. 우울증으로 최근 몇 년을 고생했었기에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족 회의를 시작하자, 동생이 먼저 논의를 하고 싶다며 자신이 약을 다시 먹어야 할 것 같다면서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잘 생각했다며 약을 다시 먹든 안 먹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초장에 잡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약을 그동안 안 먹다가 다시 먹게 된다고 한들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는 일은 아니었다. 일단은 전문의도 아닌 우리가 여기서 나불댈게 아니니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기로 했다.
남편
현재 나의 욕 안하기 프로젝트(우리 남편이 스스로, 나이에 맞는 언행을 갖추겠다며 시작한 프로젝트)의 성과를 공유하겠다. 1월 1일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누적된 벌금 통장의 잔고는 19만원이다. 그런데, 상이 없고 벌만 있는 이 제도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 동생
일단 너무 장하다. 근데 우리 아무도 벌을 준 적이 없다. 그럼 공덕 시스템을 추가하자! 하루 내내 욕을 안하면 벌금 통장에서 1만원을 삭감하자. 만약 해당 통장의 잔고가 0이 되면 공덕 시스템은 하루 내내 욕을 안하면 +1만원이 되게 하자. 그건 마음대로 써도 되는 용돈이 되는 거다.
나
근데, 그 공덕 시스템의 자금 출처는 어떻게 마련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동생, 남편
논의가 왜 필요하냐, 당연히 님 아님????????????????????????????
→ 나는 그것에 대한 불공평함을 이야기 했으나 다수결에서 밀려서 결국 내 지갑이 털리는 방향으로 결정이 되었다.
나
앞으로 매월 사야하는 것들이 있으면 같이 논의를 하고 정하면 좋겠다. 우리가 서로 쇼핑을 하는 것에 있어서 의사 결정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 충동 구매를 최소화 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모두가 동의했고 그래서 재고 조사를 좀 더 서두르기로 했다. 동생도 빠르게 자기 물품의 재고 조사부터 하기로 했다.
다음번 가족 회의에서는 이사 후에 인테리어와 새로 구매한 물품들에 대한 3개월간 리뷰를 하는 것을 주요 주제로 하기로 하고 가족 회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