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한다. 대체적으로 서로 관심사가 겹치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일본 문화, 일본 노래, 여행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가끔은 사회 현상이나 내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게임 이야기 같은 경우에는 게임 회사를 다닌 나보다도 잘 알고, 게임 기획을 하는 내 후배가 대체 왜 게임 회사에 안 간거냐고 지금이라도 도전하라고 할 정도다.
얼마 전 차를 타고 가다가, 가짜 일본 유명 관절약 칸세츠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둘 다 해당 건이 사기가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히, 나는 안그래도 마케터나 관련 비즈니스 컨설팅 하는 사람들은 사기꾼 취급 받기가 쉽상인데, 이 케이스는 그런 상황을 더 마케팅이 후킹과 속임수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면 안되는데, 아주 안 좋은 사례를 남겼다고 말야.
차를 타고 가면서 요즘 경기 침체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컨설팅을 하는 내 일의 특성상 여러 대표님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은데,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는 정말 무서울 정도다. 그런데 이 부분이 느껴지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싸면 일단 한번 사본다'에서 '제대로 된 소비를 한번에 한다'라는 것으로 변한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이것을 일발필중(一發必中 : 한 번 쏘아 반드시 맞힘) 쇼핑이라고 했다. 한번의 소비로 딱 끝내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하다는 거다. 그리고 이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 소비자들은 더 똑똑해졌고 오히려 판매자들이 생각하던 마케팅 방법론을 피해가는 방식으로 현명한 소비 정보를 선별해내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 오갔다.
확실히 싼 것만으로는 먹히지 않게 된 것은 맞다고 생각되었다. 알리나 테무에서 물건을 떼어다 파는 판매처들이 상당히 많이 침채되었고 싸게 판다고 해서 모르는 제품이 팔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30대 이상의 소비자는 상당히 설득이 까다로워졌다.
소비에 대한 경험이 상당히 축적된 그들은 소비에 대한 자기 주관이 매우 확실해진다. 그렇기에 리뷰 마케팅은30대 이상에게 먹혀들기 쉽지 않다. 이들은 자신들과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에 설득이 된다.
예를 들면 김장 카르텔 같은 건데, 고춧가루나 절임배추 좋은 것들은 돈 쓰는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고도 중년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 만으로 엄청난 매출을 거둔다. 이들은 쿠팡에서 리뷰가 많거나 리뷰 점수가 높다고 구매하지 않는다. 그 리뷰가 쿠팡이나 판매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이 아닌지를 더 챙겨본다. 그런 진짜 후기가 많은 상품을 선별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친하게 지내는 이웃, 친구, 회사 동료, 친척, 가족 등의 추천은 믿고 사게 된다. 그것은 관계성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이 사람이 나에게 괜찮지 않은 제품을 추천할리가 없다'는 맹신과 그렇게까지 괜찮지는 않아도 그 사람이 추천한 성의를 봐서 제품에 대해 좀 더 너그런 마음을 가지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미 나도, 남편도 그런 상태였다. 인플루언서들이 광고하는 제품들도 진짜로 써봤다 싶은 수준으로 사용한 것을 알면 사고 싶어지는데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는 의견이 오고 갔다.
이제는 리뷰도 1개월 사용 후기, 3개월 사용 후기, 1년 사용 후기 이렇게 진정성 있는 리뷰가 남겨지게 되어야 하는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삼천포로 잘 빠지는 우리답게! 우리가 어디 한번 이사 오면서 새로 산 제품의 3개월 사용 후기를 남겨 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대화가 끝나고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수준 높은 마케팅 인사이트를 일반인인 우리 남편과 나눌 수 있다고? 우리 남편이 특이한 사람인지, 남편이 놓인 환경이 특이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나는 같은 이슈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는 게 행복하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