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쿠팡의 현모습이 달라진 이유
2000년대 후반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티몬, 위메프, 쿠팡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면서 소셜커머스(소셜미디어 기반 공동구매) 모델을 도입했다. 그리고 지금,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 1위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티몬·위메프는 작년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티몬이 1등을 달리고 있던 초장기에 서비스 기획 담당자로 일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티몬은 서비스의 디테일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고 인력에 대한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공격적으로 IT 인력을 스카웃해가면서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키워 나갔다. 엄청난 사람들과 함께 했고 실제로 내가 있을 동안에는 티몬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1등의 위치에 있기도 했다. 하지만 대단한 능력자들 위에 있는 경영진은 그들만큼의 케파가 되지 않았고, 그 능력자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퇴사를 했고, 이 회사를 잊어버렸다. 퇴사를 하자마자 소심한 복수의 마음으로 바로 티몬을 삭제하고 쿠팡을 이용했기 때문에 사실 티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을 몰랐었다.
그래서 작년 티몬과 위메프 사태가 터졌을 때는 참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막판에 서비스가 아닌 숫자에만 신경 쓰던 조직 분위기를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다시 1등 잡기는 어렵겠다는 건 알았지만, 망할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 홀로 살아남은 쿠팡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맛집, 여행 상품, 미용실 쿠폰 등을 할인된 가격에 공동구매하는 방식이라는 것과 SNS와 입소문(바이럴 마케팅)을 활용해 빠르게 성장했다는 것이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동구매 모델이 점점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낮은 마진율은 지속적인 가격 경쟁을 일으켰고 수익성 악화를 가져왔다. 한정된 상품군은 소비자 충성도 높일 수가 없었고,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계속 할인 프로모션을 해야만 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입점 파트너를 더 늘리는 것에 집중했고 입점 파트너를 더 조여내면서 최저가를 요구했는데, 쿠팡은 여기서 그들과 다른 결정을 내렸다.
2014년, 쿠팡은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로켓배송(당일·익일 배송) 개념을 도입한다. 당시 위메프, 티몬은 제휴업체에 의존하는 중개형 모델이라 물류 속도가 느렸는데, 쿠팡은 직접 상품을 보유하고 배송까지 책임지는 아마존 스타일의 모델을 구축했다.
티몬·위메프는 초기 모델(소셜커머스)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었던 반면, 쿠팡은 아마존의 성공 사례를 철저히 연구하고 벤치마킹 해서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모델을 한국 시장에 맞게 빠르게 최적화했다.
쿠팡에서 사면 빠르게 온다는 경험의 확산은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쿠팡을 찾게 했고, 배송 속도 자체가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 되었다. 동시에, 검색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빠른 배송 + 편리한 쇼핑 경험”을 경험시키면서, 고객 경험 자체가 강력한 바이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게 했다.
그리고 대규모 투자를 받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위메프·티몬은 단기적인 수익성을 고민했지만, 쿠팡은 장기적인 성장에 집중했고 빠른 배송과 함께 쿠팡 와우 멤버십(정기 구독 서비스)을 도입해 충성 고객 확보에 집중했다.
이에 반해, 위메프와 티몬은 “최저가 보장” 같은 메시지를 강조하며 가격 할인과 프로모션 중심의 마케팅을 지속했다. 차별화된 서비스 없이 ‘할인 경쟁’에 머무르면서 고객들은 할인을 받을 때만 구매하고, 충성 고객으로 남지 않게 되었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선택한 것과 달리, 티몬과 위메프는 입점업체에 의존하는 중개형 모델을 유지했고 배송 속도에서 밀리면서, 고객 만족도가 낮아지고 자연스럽게 쿠팡으로 고객을 빼앗기게 되었다. 가격 경쟁은 지속 불가능한 전략이었고, 결국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24년 위메프·티몬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격차가 필요한 타이밍에 쿠팡은 베팅을 했다. 전지현이라는 S급 광고 모델을 활용하여, 온/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대규모 브랜딩 캠페인을 전개한다.
당시 쿠팡이 광고 모델로 전지현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그녀가 유명해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세련되고 도회적 전지현의 이미지가 '빠르고 스마트한 쇼핑'이라는 쿠팡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울렸고, 그녀가 신뢰감 있는 톱스타라는 것은 쿠팡을 '믿을 수 있는 쇼핑 플랫폼'으로 인식되게 했다.
그 전지현이 직설적이고 시원시원한 느낌으로, 쿠팡에서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쿠팡 = 트렌디하고 똑똑한 소비자가 쓰는 서비스'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고, 전지현 특유의 카리스마와 확신에 찬 말투가 "로켓배송"의 강점을 강조하는 데 최적화되면서 "로켓배송"이라는 개념을 소비자들에게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물론 티몬과 위메프도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하지만, 명확한 브랜드 포지셔닝이 부족했고 단순히 "우리가 싸다"라는 메시지만 강조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별점이 없어 기억에 남지 않았다. 반면, 쿠팡은 "로켓배송"을 확실한 아이덴티티로 만들었고, 전지현이 이를 완벽하게 대변해줌으로서, 쿠팡은 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쿠팡이 살아남은 이유는 서비스 자체가 마케팅이 되도록 설계함에 있지 않을지...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전략적인 선택하면서 서비스 자체가 마케팅이 되도록 설계했고, 이를 전지현 광고를 통해 대중에게 빠르게 퍼뜨린 신의 한수가 참 잘 맞물렸던 것 같다.
결국 모든 답을 소비자에게서 먼저 찾은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쿠팡의 사례는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주는 마케팅은 무엇일지, 우리의 마케팅이 고객 경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