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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이후의 삶은 걱정부터 시작된다

Step Forward 프로젝트 2차 회고

by 찌니

지난 회고 이후에, 커뮤니티 운영을 배우기 위한 쓰빌클이라는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맞는지와 그 생각에 대한 객관적인 힘을 얻기 위한 설문 조사도 진행했다. 이후에 커뮤니티앱 구체화를 위해서 멤버들과 논의할 킥오프 기획안을 준비했다.


설문 조사를 해봤다.


1차 설문 조사는 구글폼을 통해 진행했다. 쓰레드에 글을 올려서 설문 조사 참여를 부탁했다. 암 환자 본인은 12명, 가족은 2명 이렇게 총 14명이 참여를 했다. 설문에 응해준 사람들은 매우 다양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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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암 환자도 가족도, 암 이후에 가장 큰 걱정은 건강(환자 본인은 재발할까봐, 가족은 본인도 걸릴까봐)과 경제적인 불안감에 있었다. 암 이후에 지원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암 환자와 가족 모두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그 외에도 환자의 경우에는 심리 상담 및 멘탈 케어, 재취업 관련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0%나 되었는데, 암 환자와 그 가족 70% 이상이 취업 교육이나 커리어 컨설팅이 있으면 좋겠다는 답을 했고, 재택 근무에 대한 희망 의사가 50% 이상이었다.


1차 설문에 참여자 수가 적어서 다시 한번 쓰레드를 통해 2차 설문 투표를 하고 있는데, 2차도 참여자수는 아직도 적은 상황이라 내가 의도했던 설득의 힘을 가지기는 미흡한 상황이다. 그래서 좀 더 커뮤니티를 키우고 다시 한번 증명용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설문을 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1, 2차 모두 얻게 되는 인사이트는 비슷한 상황이라서 내가 생각했던 것이 틀리지 않았구나. 내가 예상한 pain point가 대부분 맞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값진 것은 설문에 참여한 분들이 선한 마음으로 함께 돕고자 시간을 내주셨고 댓글로 응원의 메시지까지 남겨줬다는 것이었다. 당신은 지금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인정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 설문 내용은 나를 다시 한번 부끄럽게 했다.


내가 왜 완치가 되고 나서야 암 환자와 그 가족의 암 이후의 삶에 대해서 오지랖 부리는지 궁금한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이게 참...부끄러운 부분인데, 나는 사실 암 환자와 그 가족의 암 이후의 삶이 이렇게 고단한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내가 경험한 고단함은 암 이후의 건강과 재발, 기존에 하던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의 영역이었을 뿐, 생존에 대한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넥슨이라는 큰 게임회사에 다녔다. 넥슨의 복지는 IT 대기업 내에서도 좋기로 유명한 편이고, 건강 관련 복지도 꽤나 높은 수준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내가 암에 걸렸을 때 회사가 들어준 단체보험에서 받은 진단금과 실비 치료, 병가 제도와 휴직 제도를 모두 활용하고 복직도 문제 없이 할 수 있었다. 좋은 동료들 덕분에 수많은 배려를 받았고 그 덕분에 내 커리어에 위협이 될만한 요인이 없었다.


이후에 동료 본인, 가족, 지인 등 꽤 많은 암 환자들이 생겼는데, 그때마다 나는 그분들을 응원해주고 멘탈을 잡아주면서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거기서 한가지 간과한 것이,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IT 대기업 또는 복지가 이상하게도 좋은 스타트업들이었다는 거다.


그렇기에 나는 생존의 영역에서 치료를 위협 받는 이야기들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완치 후에 올린 스레드 글이 우연히 터지면서, 이를 통해 연결된 스치니들의 이야기를 찾아 보면서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나와 같은 힘듦에 더해서 그들은 생존과 미래에 대한 거대한 위협에 놓여 있었다. 그들은 치료 받는 것에만 집중할 수가 없었다. 놀라울 정도로 우리 사회는 이들이 급한 치료를 끝낸 후에 지속되는 삶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고 있지 않았다.


물론, 암과 관련한 국가의 여러 제도나 지원금이 있지만, 환자나 그 가족 입장에서는 그걸 받기 위한 단계가 너무 복잡한 부분들도 있고, 지원이 되는 기준이 매우 엄격하고 현실성 없는 기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암 환자들 사이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지원 정책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또한, 일부 제도는 좋은 제도인데 홍보가 되지 않아서 누리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 나 역시 최근에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여러 정보를 찾고 공부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오래 운영하신 대표님, 복지 관련 전문가 등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다. 그러던 중에 스레드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스레드 친구가 생겼는데, 루닛케어라는 암 환자와 보호자를 타겟으로 건강에 대한 pain point를 해소해주는 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앱의 콘텐츠들이 상당히 알차서 마음에 들었고, 암 환자랑 가족들한테 필요한 정보를 단계별로 잘 정리해놔서 도움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1등급 받은 병원 정보도 제공하니까 믿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반적으로 공신력 있는 출처의 암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기에 '카더라~'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감이 좋았다. 처음에 진입해서 상담 예약을 하러 진입하기가 쉬웠고 '채팅으로 상담 예약하기' 기능이 있는 부분이 배려심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아쉬운 점은 콘텐츠를 좀 더 보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퍼블리를 보고 콘텐츠를 보여주는 방식과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요약해서 정리해주는 방식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터페이스가 약간 복잡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 부분은 좀 더 직관적으로 바꾸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자끼리 경험을 나누거나 소통할 공간이 없어서 좀 아쉽고, 정보는 많은데 정서적인 위로나 공감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게 아쉬웠는데, 그 부분은 나중에 내가 준비하고 있는 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커뮤니티앱 '스포(SFO)'에서 해결할 것이니! 루닛케어가 이대로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중에 함께 콜라보 해서 암 환자와 가족을 위한 풀케어를 하는 서비스로서, 좌청룡 우백호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커뮤니티앱 '스포(SFO)'의 킥오프 기획을 마쳤다.


‘하나 된 마음으로 함께 나아가다’는 의미를 담아, Step Forward One (스탭 포워드 원)이라는 서비스명을 뽑았고, 각 앞 글자만 따서 '스포(SFO)'라는 것으로 최종 정리를 했다. 당신의 행복하고 멋진 인생을 스포(스포일러)한다는 느낌 같아서도 왠지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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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과 이 기획을 기반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해 킥오프 회의 후 서비스 기획을 들어가기로 했다. 함께 하는 멤버들 모두 재밌을 것 같고 의미 있을 것 같다면서 우리 이걸 꼭 해내자고 해주는데, 그게 또 참...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여튼, 이번주 주말이나 다음주에 직접 만나서 논의하기로!


하나씩, 천천히, 꾸준히, 끈기있게 이 일을 끝까지 완수해야지. 우리 사회가 암 이후의 삶도 함께 멋지게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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