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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Feb 09. 2023

해결하기 막막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해결하나요?

2023.02.09 28번째 일기

To. 찌니님

저는 오늘 조금 제가 해결하기에 큰 일들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그동안은 어쩌면 책임이라는 무게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편하게 살아왔던 것 같기도 해요. 당장 노하우를 가진 사람도 없고, 멘땅에 헤딩해야 하는 상황에서 규모가 큰 업무와 책임을 맞이한 상황에 막막한 기분이 든 하루였어요.


하지만 저는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PM이자 리더잖아요. 그렇기에 그냥 못한다는 말로 이것을 피해버리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오늘은 부끄럽게도 아… 어떡하죠.. 라는 말을 몇번 해버렸답니다.

저에겐 도전적 경험이기도 하고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새로 일궈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많이 두렵기도 합니다. 이걸 잘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뭘 해야할까? 누가 필요할까를 고민하고 있긴 하지만,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이리 저리 말을 건네보기도 해요.


찌니님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셨나요? 사실 찌니님이라면 분명 잘 헤쳐나가셨을 것 같아요. 

마음이 피곤한 하루입니다.




To. 낮잠님

저는 해결하기 막막한 문제를 마주하면,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같이 고민할 수 있거나 방법을 알고 있을만한 사람을 찾습니다. 내부든, 외부든 간에 가리지 않아요. 그리고 그걸 그 사람에게 논의하기 위해서, 우선 이게 해결하기 막막한 문제가 맞는 지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내가 왜 그 일이 해결하기 막막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를 적어보세요.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좋을지 생각해 보시고, 어떤 ‘첫 질문’을 던질지 생각해 보세요. 

여기에 바로 지난 시간에 이야기 했던 ‘질문을 잘하는 법’이 등판할 때입니다.


여튼, 저렇게 하는 건 하는 거구요. 진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리더니까 내가 해결 해야지’ 라는 생각은 굉장히 교만한 생각이다'~이거에요. 낮잠님은 리더의 책임감을 ‘내가 혼자 짊어져야 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것 같아요. 어떤 일이던 리더 한 사람이 그것에 대해 모든 걸 알지도, 모든 걸 할 수도, 모든 걸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내가 리더라는 위치에서 해야 하는 건, 저 모든 걸 다 해내는 신(=GOD)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방법을 찾는 일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정답은 없잖아요. 수많은 해답 중 베스트를 찾는 게 바로 리더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리고 ‘아, 어떡하죠’ 라는 말을 한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부끄러움을 느끼는 이유가 달라야 하는데요. 낮잠님은 그 순간 내가 해결책을 바로 제시하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라, 리더임에도 구성원들을 불안하게 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셔야 합니다. 

리더에게 해결책을 찾고 싶다고 이야기 한 사람에게 ‘아, 어떡하죠’ 라는 말은, ‘어 당장 나는 이거 해결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해결하면 좋지’ 라는 고민 보다는 ‘난 모르겠으니 니가 해결해야지’ 라고 강 건너 불 구경하는 회피의 의미로 들릴 확률이 높아요.

이럴 때 ‘제가 해결할 방법을 찾아볼게요, 여러분도 같이 고민해주세요. 이건 우리의 어떤 어떤 목적 또는 목표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일이니까 어렵겠지만 꼭 같이 해결합시다.’ 라고 리더인 낮잠님이 말했다면 구성원들이 든든함을 느끼면서 나도 이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서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고 기여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도 안 늦었습니다. 내일 오전에 해당 구성원들과 티타임이라도 하면서 

어제 내가 너무 막막해서 이런 리액션을 했는데, 집에 가서 생각해보니 여러분이 불안했을 것 같더라구요. 혹시 불안하게 했으면 미안해요.
일단 제가 해결할 방법을 찾아볼게요, 여러분도 같이 고민해주세요. 이건 우리의 어떤 어떤 목적 또는 목표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일이니까 어렵겠지만 꼭 같이 해결합시다.

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어떨까 해요. 리더가 솔직하게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구성원들의 도움을 구하는 처럼 멋진 용기는 없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용기에 늘 감동 받죠.


낮잠님, 우리 일은 학생들처럼 나 혼자 문제 풀이하고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에요. 어떤 일인지 정확히 제가 몰라서 피드백 주기가 애매하긴 하지만, 지금의 그 해결하기 막막한 문제는 그 문제에 대한 정답이 안 보여서 막막한 것일 수도 있어요. 

정답 찾기가 아닌 해답 찾기에 집중해 보세요. 그게 정답일지는 모르지만, 숨통이 트이는 새로운 기회들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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