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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Feb 11. 2023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2023.02.10 29번째 일기

To. 찌니님

찌니님은 저에 대해 잘 아시겠지만, 저는 저의 의사를 좀 더 유창하게 표현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매번 실패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못했단 날의 빈도가 70퍼센트는 되는 것 같습니다.


스킬적으로는 발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거나 발성이 좋지 않았다는 느낌도 들고요, 제가 한 말의 문장이 마음이 들지 않고 분명 많이 보고 잘 아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머리가 까맣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스피치의 스킬적 측면은 방법을 배우고 연습을 하면 개선이 눈에 띄게 가능할거라 보여지는데, 후자의 내용이 특히 어렵습니다.


말로 바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완전히 제 것이 아니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도 드는데요, 때로는 모든 내용을 완벽히 알지 않아도 적절히 대응해낼 수 있는 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특히 누군가 질문을 하는 순간이 두렵기도 해요.


찌니님은 원래 말을 잘 하셨지만, 지금은 더 잘하시잖아요. 제가 맨날 왜 이렇게 말을 잘하시냐고 감탄하죠! 찌니님은 원래 잘 하셨는데 더 잘하시게 된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찌니님이 쌓아온 경험들이 그 결과로 나왔을 것 같긴한데요! 저는 아직 그 부분이 많이 부족합니다. 때로는 버벅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찌니님처럼 되고 싶어요!




To. 낮잠님

늘 우리 낮잠님이 저한테 ‘우리 언니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하지? 이런 표현을 어떻게 하지? 왜 같은 말인데도 울림이 다르지?’ 이 이야기를 달고 살죠. 

낮잠님에게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말하기 능력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낮잠님은 특히 제가 말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반짝반짝한 눈빛을 보내며 좋아하고 자랑스러워 하죠.


낮잠님 말대로 저는 말을 잘하는 편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말을 잘하는 이유는 생각해보면 저희 부모님 덕분인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은 원래 대화가 많았고 표현이 많은 집이에요. 

그리고 제가 초등학교를 다닌 시점부터는 무언가 나와 관련된 대부분의 일에서 부모님이 선택한 걸 이유 없이 그냥 따르는 상황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뭘 하고 싶다고 하면 왜 그걸 하고 싶느냐, 제가 뭘 하기 싫다고 하면 왜 걸 하기 싫느냐 등을 물어보시면서 본인들이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이 있을 때 왜 그것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지도 설명하는, 그런 토론이 많았던 분위기에서 자라났습니다. 

생각하다 보니 부모님께 진짜 감사해야겠네…그래선지 낮잠님도 아시다시피, 성격도 성향도 저랑 정반대인 제 동생도 논리정연하고 차분하게 말을 잘하는 것 같습니다.


여튼, 이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저는 굉장히 책을 많이 읽고 늘 독후감을 썼었어요. 책을 많이 읽고 독후감을 많이 쓰다 보니 표현력이 좋아지고 단어를 많이 알게 되는 건 물론이고 글을 쓰면서 정리가 되는 감각이 점점 자리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머리 속에 마치 글을 쓰듯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두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분명 제가 말을 잘하게 된 건 선천적이라기 보다는 후천적인 것이 맞지만 아주 어린시절부터 훈련된 스킬이라서, 낮잠님과는 출발점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 저의 말하기 실력이 향상된 것은 제가 글을 여전히 많이 읽고 쓴다는 것과 일하면서 수많은 기획서와 콘텐츠를 작성하면서 생긴 논리정연한 기획 스킬, 다양한 직군과 성향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스킬, 멘토님들과 소통하면서 얻게 된 지혜, 최근 많은 사람들의 컨설팅을 하면서 생긴 상담 스킬 등 제가 꾸준히, 조금씩, 매일 해오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저는 나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잘 전달할 수 있는 말하기 경험을 ‘축적'해왔으니 어찌보면 말을 잘하지 못하면 이상한 상황이라고 봐야할 것 같아요. (웃음) 

물론, 저의 딕션, 눈빛, 호흡 등도 분명 말을 더 잘하게 보이는데 영향을 주겠죠. 그런데 그건 낮잠님 말대로 연습하면 해결되고, 시간도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저의 축적된 말하기 경험을 누군가 따라 잡으려면 일단 30년 정도가 필요한 상황이니 더 빡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낮잠님, 개인적으로 저는 낮잠님의 개인사를 좀 알고 있다 보니…말씀 드리자면, 어디 감히 나만큼 축적한 경험도 없는데 나만큼 잘하려고 드냐...뭐 그런 이야기를 드리고 싶네요? (웃음) 

낮잠님의 어린시절은 저와 같지 않았고 낮잠님이 말하기 경험을 제대로 하게 된 시점이 바로 저와 처음 만난 그때입니다. 기존에 나름 책도 읽고 글도 썼다 치고 잘 봐줘도 20년 정도 축적 되었으려나? 

그리고 10년 전의 저랑 비교를 해보면 낮잠님도 엇비슷하게 말합니다. 낮잠님은 제 10년 전을 알고 있으니 잘 떠올려 보세요. 분명히 저도 버벅댈 때 있었고 답 못할 때 있었습니다.


만약 정말로 낮잠님이 지금 말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면 PM으로서 이렇게 수많은 팀과 파트너와 협업을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전에도 여러번 말했는데, 자꾸 저랑 비교해서 자신의 아쉬움을 찾지 마세요. 저를 사랑해주는 마음은 알지만 낮잠님은 저처럼 살아야 되는 사람이 아니에요. 우리 둘의 삶의 색체가 다른 건 너무나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단순히 입만 살아서 동동 떠다니는 사람들을 두고 낮잠님이 말을 잘한다고 평가하지는 않을테니 걱정은 없으나…혹시나 그런 사람들이 더 평가 받는 것 같은 상황에 현타가 왔었다면, 장담컨데 얕은 수는 반드시 탄로납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차분히 말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축적하면서 가세요. 앞으로 10년 뒤, 낮잠님이 저만큼 또는 저보다 말 잘하게 되어 있을 겁니다.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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