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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Feb 14. 2023

리더의 기대치와 실무자의 갭 차이에 관하여

2023.02.13 31번째 일기

To. 찌니님

저는 요즘 많이 바쁘고 피곤하지만 꽤 의미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환경의 변화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게 될 기회도 생기고 있는 것 같고요.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얼굴이 흙빛이 되어서 좀 걱정입니다...지금 또 고민 하나 생성했네요?!


오늘 여러가지 중 고민해본 내용이 하나 있었는데요, 리더의 기대치와 실무자의 갭 차이에 관한 내용이에요. 스타트업의 경우 한 명이 일당백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경우 그동안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학습해가며 일을 처리해야 할 때도 많을 거에요. 이런 부분은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렇게 업무를 하고 누적치가 쌓여가면 기존에 내가 경험하지 않았던 것들을 새롭게 습득해 가면서 개인도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순서라고 생각하는데요. 저의 경우 연차가 낮은 편은 아니기에 조금은 다르지만 연차가 낮은 친구들의 경우 이 습득한 일들이 리더가 보기엔 ‘이 직군에서 기본으로 해야하는 일’ 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저 개인적으로는 약간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 직군으로만 보면 기본으로 해내야 하는 일은 맞지만, 회사에서는 그 사람이 있기에 그 많은 일들을 하나 하나씩 해갈 수 있었던 것이거든요.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경험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나 하나 해 나갔던 경험이 있고, 리더의 입장에서는 성장을 위해 좀 더 전문적인 역량을 쌓아나가길 원할거에요. 이 때 리더의 기대치와 실무자의 갭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습니다.


리더는 이만큼 더 고차원적인 일을 하길 원하는데,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바쁘게 많은것들을 해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갭차이가 극복되지 못하면 실무자의 동기가 꺾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동기부여라는 것, 조직에서 참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찌니님이 전에 주신 미션처럼 저 스스로도 셀프 동기부여를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거든요.


저도 예전부터 일을 하면서 종종 생각한 적이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고, 내가 최선을 다해서 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는데 과연 나는 그에 합당한 인정을 받았는가?에 대해서요.

내 생활을 반납하면서 최선을 다했는데, 리더가 바라는 기대치는 더 높아져버렸을 때 허무한 기분도 들고 의욕도 꺾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나치게 최선을 다한 제가 잘못된 것일까요? 아니면 그걸 어필을 하지 못한 상황이 문제일까요? 찌니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To. 낮잠님

굉장히 좋은 방향의 고민을 했네요. 이런 고민은 낮잠님을 갉아먹는 고민이 아니라, 채워주는 고민이라서 정말 좋은 고민을 했어요.


리더와 실무자가 ‘실무자가 해낸 일의 성과’를 바라볼 때 갭 차이는 왜 생긴다고 생각해요? 낮잠님이 말했던 ‘리더는 이만큼 더 고차원적인 일을 하길 원하는데,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바쁘게 많은것들을 해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가 정말 맞을까요?

실제로 리더는 실무자에게 고차원적인 일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리더를 처음 맡으면 본인도 성장 열정이 뿜뿜해서 그런 욕심이 들 수 있는데 조금만 있다가 보니까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돼요. 그래서 내 구성원이 고차원적인 일을 해내는 사람이 돼주길 바라기 보단, 지금 우리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 지금 단계에 해당 실무자가 해야 할 역할과 기여를 생각하고, 그 역할과 기여만큼 만이라도 해주기를 기대하죠. 그 이상의 고차원적인 걸 해내면 그 때 실무자는 더 많은 인정을 받게 되는 거구요.

낮잠님이 만약 초보 리더라서 그 기대치를 잘못 잡고 있다면 실무자에겐 고역이 될 수 있으니 구성원에 대한 기대치의 영점 조정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낮잠님이 이야기 한 부분을 요약해보면 ‘누군가가 그동안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을 학습해가며 일을 처리해야 할 때, 그 일이 리더가 보기엔 이 직군에서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실무자 입장에선 그런 학습을 하며 일을 처리한게 충분히 최선을 다한 것이라 갭이 생기는데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까’ 라는 건데, 여기서 실무자는 인정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왜냐면 보통 그 기준이 ‘평가와 보상’에 있기에 저 간극이 생기거든요.


기본이 된 리더라면, 내 구성원이 최선을 다한 일에 대해서는 그 결과와 상관없이 칭찬을 해주고 응원을 해주는 게 당연합니다. 근데 그런 거 없이 ‘왜 이 기본인 걸 못해서, 회사가 학원도 아니고 여기서 배워 놓고, 그걸 최선을 다했다고 어필하는 거냐’ 이런 사람은 본인 또한 리더라는 위치에서 해야 하는 기본을 못한 거니 그 자리에서 내려오시면 되구요.

이런 사람은 있긴 하지만 드물기 때문에, 보통은 실무자가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인정 받지 못했어’ 라고 느끼는 경우는 평가 점수가 자신의 기대보다 낮거나, 연봉이 덜 오르거나, 인센티브를 적게 받거나 하는 것들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나보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데 더 좋은 평가와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더 그런 마음이 들죠.


그런데 냉정하게 말하면, 실무자가 ‘최선을 다한 것’은 칭찬할 일이고 리더는 그 최선과 성장에 박수를 쳐줘야 하는 게 맞지만, 리더 개인의 입장을 떠나 회사의 입장은 실무자가 최선을 다한 것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라면 좋은 평가와 보상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도 낮은 연차일 때는 화도 나고 속상했던 적이 많아요. 하지만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회사는 결국 ‘성과’로 판단할 수 밖에 없고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 성과를 내지 못한 문제가 있는 거죠. 이런 회사의 입장을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실무자의 속상함은 어쩔 수가 없어서 일하는 동기부여가 조금이라도 하락할 수 밖에 없죠. 이해 못하면 미친듯이 하락할 거구요.


그래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회사에 실무자의 입장도 피력해 주는 거에요. 최선을 다한 실무자에게는 ‘성장’이라는 ‘성과’도 분명히 존재하고 이것 역시 객관화 가능하기에 우리 평가보상 제도에는 ‘성장 평가’를 추가해서 실무자의 노력과 최선도 인정 받을 수 있게 하여 동기부여를 극대화 해야 한다는 설득을 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실무자는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고, 내가 최선을 다해서 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는데 과연 나는 그에 합당한 인정을 받았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면, ‘조직이 기대하는 나의 역할과 기여는 무엇이었는가, 나의 최선은 그것을 향한 것이 맞나, 그래서 우리 회사의 성장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목표 성과를 달성했는가’ 에 대해서도 같이 생각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결국 서로의 간극을 메꾸는 건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최고의 방법이랍니다.


P.S

지난 일요일에는 낮잠님이 피곤해서 고민 생성을 안 했고, 어제는 제가 피곤해서 이렇게 아침에 답을 다네요. 어제 이상하게 밥 먹고 졸음이 막 몰려와서 낮잠님에게 고민 남겨두라고 하고 그냥 잤는데 이른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지니 좋네요.

지난 일요일에 사실 저는 낮잠님이 ‘언니 제가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하루만 고민 생성을 미루겠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해서 되게 기쁘게 생각했어요. 이제 스스로 자기 컨디션 생각해서 컨트롤 하려고 드는구나 싶어서요. 이전 같으면 피곤해 죽겠어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서 꾸역꾸역 했을 텐데, 우리의 교환 일기를 못 올리는 걸 마음에 걸려하긴 했지만 자신을 위해 쉬었으니까요. 이렇게 하나씩 해나갑시다.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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