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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Jul 14. 2019

취향과 시대를 뛰어넘은 성장통

<기묘한 이야기 3> 리뷰

1.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감상하다 보면 때때로 당황스러운 순간이 찾아온다. 미국과 한국이라는,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사회 간의 이질감이 작품들을 감상할 때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묘한 이야기>가 그러한 종류의 드라마 중 하나였다. 198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의 <E.T.>와 같은 영화들 혹은 스티븐 킹의 <그것>과 같은 소설들을 연상시키는 시공간적 배경 설정과 저연령대 인물들의 스토리가 주가 되는 작품들을 개인적으로 즐겨보지 않은 것도 원인일 것이다. <구디스>는 물론이고 <기묘한 이야기>처럼 1980년대 문화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한 <레디 플레이어 원> 마저 그리 즐겁게 보지는 못했으니...


하지만 마침내 마주한 <기묘한 이야기>는 감상 전의 예상과는 다른 결을 지닌 드라마였다. 그저 1980년대 레트로 감성을 바탕으로 한 SF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로 치부하기에는 더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존재할 법한 어린 시절의 성장통과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해 나가는 개인들의 사연들이 잘 짜인 드라마, 바로 <기묘한 이야기 3>다.





1985년, 인디애나주 호킨스. 여름이 후끈 달아오른다. 방학이 시작되고, 동네에 새 쇼핑몰이 개장했다. 호킨스 아이들은 성인이 되는 문턱에 서 있다. 풋사랑이 싹트고 친구들 사이의 우정은 꼬이기 시작한다. 이제 아이들은 우정도 지키면서 성장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한편, 또다시 위험이 다가온다. 오래된 적과 새로 등장한 적의 위협에 맞서며, 일레븐과 친구들은 다시금 되새긴다. 악은 결코 끝나지 않고 진화한다는 것을. 이제 생존을 위해 다시 한번 뭉쳐야 할 때다. 우정은 공포보다 강하다는 걸 마음에 새기며.






2. 드라마의 시즌이 거듭되면 자연히 그 안에서 캐릭터들도 성장하고, 그로 인한 변화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3도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이 시즌 1, 2와 다른 것은 단지 배우들이 부쩍 성장한 모습으로 등장한 것뿐만이 아니다. 배우들이 성장한 만큼 캐릭터들도 성장하고, 그로 인한 고민들도 깊어졌다.


어린아이에서 청소년으로 자라난 이들은 사랑, 우정, 가족, 미래 등에 대한 고민들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그 순간에 옳은 답을 찾거나 효과적인 해결책을 반드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성장통을 통해 아이들은 어른으로서 생각하는 방식을 익히고 사회와 자신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다. <기묘한 이야기 3>는 자연스러운 성장통과 변화를, 지난 시즌들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3. 그렇다고 해서 <기묘한 이야기>가 단지 어린 시절, 청소년기의 성장만을 소재로 활용하는 것도 아니며, 설사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강렬한 반응을 유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의 진짜 매력은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최대로 유도하는 영리한 설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기묘한 이야기>는 마인드 플레이어와 같이 물리적인 힘보다도 아이들의 정신적인 약점(윌과 빌리 같은)을 이용하는 빌런들을 선보이곤 했다. 이처럼 정신적, 심리적인 어려움을 주는 대상들을 상대로 맞서 싸우는 인물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각 개인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극 중에 대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수많은 플랫폼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사람들을 만나며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독함과 외로움을 호소하고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상처 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이들도 많으며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듯 약해지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치유받고 싶다는, 또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욕망이 <기묘한 이야기>라는 드라마에 투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1980년대를 빌려 2010년대를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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