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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Dec 20. 2018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

색과 조명, 명암이 만든 시리즈 최고작

캐릭터 포스터에서 이미 영화의 방향성과 특징이 드러난다

1. 개인적으로 12월 25일만 다가오면 왠지 보고 싶어지는 영화가 있다.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특히 감독들이 바뀌는 와중에도 8편의 작품들이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수준을 지니고,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이루어 낸 프랜차이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몇 안 되는 기념비적인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셈이다. 사람들마다 시리즈 중에서 좋아하는 영화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죽음의 성물 1부>는 시리즈를 통틀어 스토리 상 가장 극적인 변화가 있는 작품인데 이를 가장 영화답게, 영화다운 방식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2. <죽음의 성물 1부>는 '빛'을 상당히 다각도로 활용한다. 작중에서 빛은 크게 2가지 방향으로 활용되는데 그것은 바로 명암과 색채이다. 우선 <죽음의 성물 1부>는 시리즈를 통틀어서 가장 어두운 작품이다. 빛이 환한 장면은 거의 없으며, 빛이 있다 하더라도 자연광에 가까운 매우 어두운 빛을 사용한다. 그 결과 인물들이 화면에서 등장할 때 그들의 얼굴에는 명암이 상당하다. 그렇기에 아래에서 위로 찍을 때는 눈이 거의 안 보이고, 위에서 아래로 볼 때는 표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처럼 인물들의 얼굴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캐릭터를 촬영하는 것은 스토리 상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죽음의 성물 1부>에서 주인공 3인방은 처음으로 호그와트를 떠나 어둠의 마법을 정면으로 마주하는데, 이들은 제각기 다른 생각을 하며 다른 선택을 내린다. 이렇듯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두면서 서로 다른 선택을 내릴 캐릭터들의 내면을 영상으로 암시하는 것이다.



3. <죽음의 성물 1부>에서 함께 두드러지는 특징은 색채다. <혼혈왕자>까지만 해도, 해리포터 시리즈는 따뜻한 빛이 감도는 화면이 주를 이루었다. 호그와트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색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기숙사 상징색부터 호그와트 대연회장의 촛불들과 기숙사 난로, 버로우의 따뜻함이 감도는 색들까지 그러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시작부터 전작들과의 차이를 둔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그들의 여정을 떠나기 전에 각자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롤로그 시퀀스에서부터 <죽음의 성물 1부>는 푸른빛과 회색의 무채색이 감도는 색채를 유지한다. 이러한 색채는 스토리 상 어두운 배경과 그러한 배경에서 지팡이 끝의 조명에만 의지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조성된다. 이러한 색채는 이번 작에서 가장 중요한 긴장감, 캐릭터 간의 불신, 익숙한 것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을 강조해준다. 또한 전반적인 작품의 색채 덕분에 결말부 '도비'의 장례식 신의 경우, 작중 드물게 밝고 따뜻한 빛이 사용되면서 도비를 향한 해리의 사랑과 슬픔의 감정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다. 이처럼 <죽음의 성물 1부>는 '빛'의 활용만으로도 스스로가 전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는 차별성을 관객들에게 효율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



4. 이러한 빛의 활용뿐만 아니라 <죽음의 성물 1부>는 셔레이드의 활용, 연출, 카메라 기법에 이르기까지 전작에서 보여주지 못한 놀라운 광경을 선사한다. 셔레이드부터 살펴보면, <죽음의 성물 1부>는 헤드위그의 죽음/ 론과 헤르미온느의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장면/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춤을 추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대사를 거의 활용하지 않으면서도 제스처와 움직임, 상징의 활용을 통해 영상만으로도 캐릭터의 성장, 캐릭터 간의 관계 변화를 훌륭하게 전달해낸다.


연출 면에서도 그간 보여주지 않은 특징점들이 드러난다. 특히 순간이동 시 전후 상황의 속도감 대조를 활용한 서스펜스가 돋보인다. 마법부와 말포이 저택에서 순간이동으로 도망치는 장면들의 경우 순간이동 전에는 슬로 모션으로 인물들의 긴박하고 절박한 상황으로 적절히 포착하고, 순간이동부터는 갑자기 속도감을 높이면서 이후 벌어질 상황을 관객들에게 갑작스럽게 던져버린다. 론의 부상, 그리몰드 광장 12번지를 잃은 것, 그리고 도비의 죽음 등은 관객들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제시되며 극의 분위기를 바꾸어준다. 순간이동이라는 해리포터 시리즈만의 특징을 가장 잘 활용한 연출인 것이다.



카메라의 움직임 역시 훌륭하다. 특히 두 시퀀스가 눈에 들어온다. 하나는 제노필리우스 러브굿의 집에서 도망친 주인공 3인방이 추격꾼들에게 쫓기는 추격 시퀀스다. 심도 깊은 와이드 샷으로 촬영한 이 시퀀스는 모든 인물들의 움직임과 배경을 정확히 관객들에게 제시하면서 그간 시리즈에서 제공해주지 못했던, 추격 시퀀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동물적인 쾌감과 박진감을 제공해준다.  다른 하나는 말포이 저택에서 도망친 해리 일행이 빌과 플뢰르의 집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카메라는 인물들을 비추지 않는다. 오히려 해변가 어딘가를 비추면서 카메라 자신조차 길을 잃은 듯 잠시 헤매는데, 이 잠깐을 통해 관객들은 그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와 이후 벌어질 상황, 즉 도비의 죽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이 씬은 특히 카메라의 움직임과 영리한 연출, 빛의 활용을 모두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5. <해리포터> 시리즈는 이미 검증된 스토리를 지닌 원작이 있는 시리즈다. 그렇기에 이미 탄탄한 스토리를 얼마나 영상으로 잘 풀어내느냐가 영화 성공의 관건이 된다. <죽음의 성물 1부>는 시리즈 내에서 스스로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알고 소설의 2/3 가량 되는 내용을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할 지도 아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분>는 시리즈를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뛰어난, 가장 훌륭한, 가장 흥미롭고 가장 재밌는 영화다.


E (Exceeds Expectations 기대이상)

글이 아닌 영상으로 관객을 홀릴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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