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orno(Pornography) 포르노(포르노그래피): 인간의 성적 행위를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영화, 서적, 사진, 만화의 총칭
2. '18세가 되는 소녀들은 계속 생깁니다'. 이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핫 걸 원티드>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문구다. 또한 이 작품의 포르노 산업의 요인, 연속성과 구조적으로 이루어지는 여성 착취와 학대까지 포함하는 이 작품의 주제이기도 하다. <핫 걸 원티드>는 포르노 산업에 뛰어드는 수많은 여성들의 선택이 결코 그들의 성적 주체성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려 한다. 이는 작중에서도 언급되듯 미리암 윅스의 인터뷰 내용과는 상반된다. 미국의 포르노 배우이자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명문대학으로 손꼽히는 듀크대학교의 재학생인 미리암 윅스(활동명 벨 녹스)는 자신이 여성의 성적 결정권과 주체성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포르노에 출연했다고 밝힌 바 있다(사실 그녀도 경제적 이유로 포르노에 출연했음을 인정한다).
문화적으로 섹스어필이 만연하고, 사회/경제적으로 돈이 필요하며, 포르노 시나리오 상에선 여성의 거절/반대가 소극적인 동의/찬성의 의미가 될 뿐만 아니라, 철저히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객체로서 여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과연 여성들에게, 특히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어린 여성들에게 선택권이 있는가...라는 것이 이 작품의 의문점이자 주제다. 그리고 <핫 걸 원티드>는 여성들의 원해서 '핫 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핫 걸'로서만 소비되어진다고 항변한다.
3. 이처럼 <핫 걸 원티드>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차분히 꿰뚫어보는 통찰과 사실적이면서도 충격적인 영상을 통해 (미국의) 포르노 산업의 실상을 고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다큐는 형식의 문제와도 연관된 문제점이 있다. 간단히 말해, 출연자들에 대한 고민과 배려가 부족하다. 이 작품은 포르노 산업에 실제로 출연했던 여성들의 삶을 카메라가 사실적으로 담아서 완성된 다큐다. 개인적으로 사회적 문제점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라면, 해당 다큐에 출연하는 일반인들에 대해서도 고민해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즉, "(아무리 그 실상을 완전하게 알고 싶다 하더라도) 실제로 포르노 출연자들을 취재하면서 그들의 이름, 가족, 학력, 거주지 등이 완전히 공개되어버리면 포르노가 금기시 되는 사회에서 그들은 과연 어떤 대우를 받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작품 제작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핫 걸 원티드>는 그러한 고민이 부족하다. 포르노에 출연하는 여성들이 (대부분) 일반인이며, 완전히 자유로운 선택이 아닌 사회구조적 압력에 의해 일정부분 비자발적으로 포르노에 출연하게 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정작 그들을 어떻게 보호할 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이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여성들이 성적으로 착취당하는 현실에 화도 나고 안타깝기도 하면서 (이 다큐를 보는 행위로 인해) 정작 나 스스로도 그 착취에 한 몫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다보니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만 있어서도 이 작품의 문제의식이 더욱 빛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4. <핫 걸 원티드>의 경우 미국의 포르노 산업을 취해했기에 국내 상황은 작품에서 묘사되는 것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넓은 범위의 성매매 산업과 관련되서 생각해보자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국내 상황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보고난 후에 '과연 성매매에 있어서 오롯이 남녀 둘 만의, 동등하고 완전히 자발적인 계약이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요소들로 인한 것인가?'와 같은 여러 의문들이 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