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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Dec 22. 2018

평균의 종말

<SKY캐슬>과 서울대학교 대나무 숲을 바라보며


1. 근래 <SKY 캐슬>의 인기가 뜨겁다. 대한민국의 입시를 마주한 여러 가정의 학부모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방영을 거듭하면서 그 인기에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스타 배우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볼거리나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닌 이 드라마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이유라고 생각한다. <SKY 캐슬>은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로 대표되는 명문대학에 보내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입시에 목을 매는 인물들의 행보를 묘사하는데, 극 중 인물들의 모습이 극적 과장이 아닌 현실과 일치하다고 느낄만한 상황이 현재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2. 드라마 내용처럼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이 입시에 목숨을 걸고(미사여구가 아니라 진짜 목숨을 걸고 있다), 사교육 시장이 숱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것은 대한민국 입시와 교육이 딛고 있는 토양에서 그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이 토양에 관한 설명을, 그리고 새로운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 바로 <평균의 종말>이다.


산업화/근대화/표준화가 인격체의 몰개성화를 초래한다고 비판한 영화,  <모던 타임즈>


3. <평균의 종말>은 근대화와 산업화에 맞춰서 등장한 새로운 교육방식에 대해 먼저 설명한다. 시작에는 케틀러라는 인물이 있었다. 케틀러는 평균이라는 개념을 사회문화학에 도입한 최초의 인물로, 인간에 관련된 모든 것을 평균으로 수치화하면서 새로운 사회 법칙을 만들었다. 평균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은 정상이 아니다. 이것이 케틀러가 만든 사회문화학에서의 평균의 법칙이다.


이를 이어받은 이는 골턴이다. 그는 케틀러의 아이디어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평균과 계층의 의미를 결합했다. 그 결과 평균을 능가하면 우월하고, 평균이면 평범하며, 평균에 미치지 못하면 열등하다는 새로운 계층 법칙이 탄생했다. 이를 확대시킨 인물은 테일러라는 미국인이다. 태일러는 평균을 이용해 교육과 노동 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했다. 모든 시스템을 표준화해서(즉 평균에 맞춰서) 이를 벗어나는 사람들은 비효율적인 학생 혹은 노동자로 치부해 사회에서 배제시켜버린 것이다. 이 평균주의가 현재까지 이어진 근대화/산업화 시대 평균주의에 기초한 교육의 바탕이다.  


4. 이 평균주의가 무서운 것은, 모두가 실감하듯 각 개인들의 특성이 사회 내에서 말살되고 그들이 단지 하나의 부품으로 취급당하게 된다는 점이다. 개개인의 특성에는 재능, 지능, 성격, 인성 등 여러 요소가 있는데 이를 평면적으로 단지 점수에 맞춰 평가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반대로 생각하면, 이는 사회에서 요구하는(즉 대학이나 기업) 점수 기준만 맞출 수 있다면 그 점수 외에 나머지 부분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며 이는 현재 한국 입시와 교육의 핵심 문제다.


<SKY 캐슬>에서는 대학과  성적에만 관심을 가지며 아이의 인성과 관련된 부분은 문제 삼지 않는 학부모들을 묘사하며 스스로 어떤 문제가 본인에게 있는지 인지조차 못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이러는 이유는 한다. 본인들도 스스로를 평균 점수보다 얼마나 자신이 높은지로 판단하고 판단당하기에 자기 자신을 개성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인성과 성격을 알아보기 위한 자기소개서 문항과 면접은 스펙을 자랑하는 자리로 변질된 지 오래되었다.



이러한 교육 상 문제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 최근에 핫한 서울대학교 대나무 숲이다. 서울대학교 대숲에서는 영재고 학생들의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제도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을 시작으로, 지역균형 전형과 타 수시/정시 전형 간의 형평성 문제, 각 학과들 중에 어떤 학과가 졸업 후에 돈을 많이 버는지에 대한 논라, 특목고 출신과 일반고 출신 간의 교내 학업 성취 능력에 대한 비교까지, 어찌 보면 그동안 애써 눌러왔던 해묵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또한 평균주의에 기초한 교육이 빚어낸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그리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는데 익숙하지 않고 그저 평균 점수보다 얼마나 높은지 낮은지 비교하면서 우월함과 열등함을 비교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다. 그리고 교육과 공부를 통해 자신만의 비전을 실현하는 것이 아닌 타인이 말하는 최고의 가치 -의대 혹은 서울대 -만들 추구했기 때문에 발생한 논란이기도 하다. 물론 이외에 더 많은 문제가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겠지만(경제/사회적 계층 간의 갈등과 입시와 진학 제도 상의 불합리함 등등) 사실 이 문제들조차 본질적으로 평균주의를 바탕으로 한 줄 세우기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현재 문제점의 근본적인 핵심은 결국 평균주의가 우리네 교육의 기반을 지탱한다는 사실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평균의 종말>의 저자인 토드 로즈는 이에 대해, 조금은 이상적이지만 그럼에도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5. 작가는 평균주의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을 3가지의 원칙으로 제시한다. 그 원칙들은 아래와 같다.


1. 들쭉날쭉의 원칙

2. 맥락의 원칙

3. 경로의 원칙     


들쭉날쭉의 원칙은 인간의 특성은 다차원적이기 때문에 일차원적인 사고로 인간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는 평균 지능을 가진 사람이어도 누구는 사고력이 높고 누구는 어휘력이 높듯, 완전히 평균적 능력을 지닐 수는 없다는 의미다. 맥락의 원칙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 혹은 성격을 발휘하거나 발현시키는 것이 특정 상황에 맞춰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평상시에는 소심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에는 수많은 사람 앞에서도 당당히 할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예를 들어 배우 이종석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배우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소심 해지는 공포증이 있다). 마지막으로 경로의 원칙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해진 한 가지 인생/길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경로는 자신만이 경험하면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위의 3원칙에 근거한 3가지 대안책을 제안한다. 첫째, 학위가 아닌 자격증 수여하기. 둘째, 성적 대신 실력을 평가하기. 셋째, 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결정권 허용하기. 물론 작가인 토드 로즈는 이러한 해결책이 기업과 대학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6. 드라마를 통해서든, 서울대학교 대숲을 비롯해 최근 발생하는 여러 논란 때문이든 평균주의에 입각한 효율성 추구와 줄 세우기가 중심이 되는 대한민국 입시와 교육이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변화의 핵심은 시스템의 변화가 되어야 하며, 시스템의 변화에 앞서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즉 평균주의에 기초한 줄 세우기, 효율성 추구, 개인의 개성 무시와 같은 인식과 행위 등이 모두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평균의 종말>은 작가의 본인의 사례와 여러 사건들을 예시로 들며 이러한 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다원적인 사회로의 변화를 꿈꾸며, <SKY 캐슬>을 씁쓸하게 공감하며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코미디로 비웃을 그날을 희망하며,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곳에서 제도와 출신에 의해 반목하지 않고 각자의 꿈을 향해 힘차게 걸어갈 그날을 상상하며 <평균의 종말>을 읽어본다.


시스템과 인식의 변화는 가능하며, 그 이유는 충분하다.


*작가인 '토드 로즈'는 하버드 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이며 발달심리학 전문가다. ADHD와 학습 부진아로 일용직 일자리를 전전하던 그는 기존의 교육체계가 아닌 대안 교육체계를 통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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