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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Aug 17. 2019

낯섦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미녀와 야수> 리뷰

1. 살다 보면 낯설다는 느낌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 학교에 들어가고, 여행을 가는 등 우리는 흔히 새로운 것을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익숙했던 것들도 쉬이 낯설어한다. 오랜 시간 집을 떠났다가 돌아온다던가, 휴학을 했다가 복학을 하면 집과 캠퍼스가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어색해하는 것처럼.  


새로운 것도, 익숙한 것도 낯설어하는 우리들. 어찌 보면 낯섦은 경험이 아니라 두려움과 짝을 이루는 감정일 듯하다. 새로운 것이 낯선 이유는 잘 알지 못해 생기는 두려움 때문이며, 익숙한 것이 낯설어질 때 우리는 그것들을 두려워하기도 하니깐. 우리의 일상은 낯설어하고 두려워하는 과정의 끝없는 연속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낯섦과 두려움을 짝으로 갖는 우리의 일상과 이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힌트를 주는 영화가 있다. 아름다운 영상과 감동적인 노래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 영화이기도 하다. 바로 디즈니 라이브 액션 리메이크 작품 중 하나로 2017년에 개봉한 <미녀와 야수>다. 



2. <미녀와 야수>는 이른바 '디즈니 르네상스'라 불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황금기였던 1991년에 개봉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당시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또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최초로 1억 달러를 돌파한 애니메이션이라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따라서 <미녀와 야수>가 디즈니의 라이브 액션 영화 중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작품 중 하나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다. 


그리고 새롭게 제작된 <미녀와 야수>는 북미에서만 5억 달러를 넘겼고, 세계적으로는 모두 12억 6천만 달러 가량의 수익을 올리면서 기대대로 흥행에 성공했다. 물론 원작의 유명세, 시대에 맞춰 발전한 화려한 VFX(Visual Effects, 영화계에서 CG 대신 사용하는 용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감동적인 노래들, 유명 배우들과 가수들의 제작 참여가 흥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주제 의식과 내러티브를 시대에 발맞춰 되살려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미녀와 야수>의 흥행에 있어 그 어떤 요인보다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3. <미녀와 야수>에서 낯섦과 두려움의 대상은 누가 뭐라 해도 야수다. 하지만 야수에 앞서서 먼저 등장하는 대상이 있다. 바로 책이다. 책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주는 도구다. 펴서 읽어보기 전까지는 내용을 전혀 알 수 없기에 언제나 새롭고 낯선 대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책을 좋아한다는 것, 책을 즐겨 읽는다는 것은 낯선 대상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작중 벨이 책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녀가 야수를 경계하다가도 그의 과거를 궁금해하고 그에게 끌리게 되는 스토리의 전개를 알려주는 복선이다. 그녀는 새롭고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줄 알며,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녀가 주체적이고 발명가로서의 자질을 보유했음을 암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반면 벨에게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하고, 야수를 공격하는 개스톤은 책을 극도로 싫어한다. 책을 왜 읽는지 이해조차 못하는 인물이다. 그가 자신이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고 이해하거나 알기 위해서 노력조차 하지 않는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책이든 야수든 싫어하고 공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영화 초입에 등장하는, 개스톤이 벨에게 청혼하며 책을 이상하게 여기는 시퀀스는 벨과 개스톤의 캐릭터성과 둘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영화의 방향성을 미리 짚어주는 중요한 대목이다. 낯섦과 두려움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명확히 하는 장면이기도 하고. 비록 다소 유머스럽게 표현되어 쉽게 간과할지도 모르지만. 


  

4. 책이 등장한 후에야 비로소 작중 모습을 드러내는 야수는 이처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벨과 개스톤 중 벨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야수는 허영심과 오만에 빠져서 낯선 이에 대한 친절을 베푸는 것조차 잊어버렸었다. 그랬던 야수는 벨을 만나고 그녀와 '책'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열게 된다. 또한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면서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이러한 전개는 낯설고 두려운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의미심장한 대목이고 할 수 있다. 또한 열린 마음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타인을 포용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야수를 적대시하던 개스톤의 최후나,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여 개스톤과 함께 자신들의 가족을 공격하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5. 뉴스를 보다 보면 짧은 인생 동안 지금처럼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강했던 적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서구에 의해 탄생한 이슬람 세력의 테러와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수많은 난민들이 생겨났고, 난민들을 거부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테러도 끊이지 않는다. 트럼프. 시진핑, 아베 등 많은 정치지도자들이 배타적인 태도로 자국 우선주의를 주창하고 나서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녀와 야수>를 보고 난 뒤 야수를 연민과 사랑으로, 열린 마음과 호기심을 가지고 대할 줄 아는 벨이 영화에만 있는 것 같아서 슬퍼지기도 한다. 이렇게 리메이크된 <미녀와 야수>는 왜 자신이 이 시점에 필요한 영화인지 증명하는 데 성공한다. 비록 독창성이 떨어지고, 내용 전개가 매끄럽지 않아 어색하거나 배우들의 연기가 아쉬워 원작의 아우라를 온전히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지는 몰라도(쓸데없는 정치적 올바름이 들어갔다는 동의할 수 없는 지적도).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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