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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Jan 12. 2019

헝거게임 모킹제이 Part.2

이토록 무거운 한 발의 화살이라니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1. 판타지 혹은 SF 영화 시리즈의 마지막은 '보통' 정해져 있다. 모든 시리즈는 마지막 전투씬에 총력을 다하며, 선(善)의 위대한 승리와 주인공들의 행복한 후일담을 마지막으로 결말을 맺는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아바타>, <스타워즈>가 그 예시다. 하지만 <모킹제이 Part.2>은 '보통'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모킹제이 Part.2>의 후일담은 행복하기는커녕 불편하고 혼란스럽다. 또 애초에 끝이 중요하지도 않다. 사실 <모킹제이 Part.2>은 끝보다 끝에서 비롯된 새로운 시작에 집중한다. 



2. <모킹제이 Part.2>는 전쟁의 끝이 스토리의 중간에 위치한다. 영화의 전반부는 화려한 액션과 서스펜스로 가득하다. 지하도에서 머테이션들과의 추격씬, 캐피톨 내부로 침투한 캣니스와 스타분대의 액션, 그리고 인물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캐피톨이라는 도시 전체를 경기장으로 삼는 또 하나의 헝거게임을 이룬다. <헝거게임>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을 볼거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는 시점을 시작으로 <모킹제이 Part.2>는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반군은 인도주의적 의료지원마저 함정으로 이용하며 잔악한 승리를 거둔다. 캣니스의 여동생인 프림마저 희생된 이 잔혹하고 혼란스러운 승리로부터 영화는 다시 시작한다. 따라서 <모킹제이 Part.2>의 후반부는 블록버스터였던 전반부와는 달리, 캣니스를 중심으로 하는 인물들 간의 심리스릴러에 가깝다. 



3. 캣니스 대 스노우, 캣니스 대 코인, 캣니스 대 게일, 코인 대 생존한 우승자들, 코인 대 스노우... 약 1시간이 살짝 되지 않는 <모킹제이 Part.2> 후반부는 딱 피 한 방울 만을 흘리면서 저 수많은 갈등을 모두 카메라에 담아내고 논리적으로 귀결시키는 데 성공한다. 특히나 가장 많은 갈등의 중심에 있는 캣니스의 내면을 온전히 스크린에 담아냈다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노우 대통령과의 대화, 코인 대통령의 헝거게임 제안, 게일과의 마지막 대화까지. <모킹제이 Part.2>의 후반부는 캣니스의 적과 아군의 개념을 흐트러뜨리면서 그녀가 프림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발견하고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모든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 스노우에 대한 복수심과 코인에 대한 의심, 믿었던 게일에 대한 배신감과 프림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그녀의 복수를 하겠다는 다짐. 이 모든 감정이 뒤엉키면서 <모킹제이 Part.2>는 전쟁이 끝났음에도 전보다 더 강한, 그리고 더 불편한 서스펜스를 조성하는 데 성공한다. 그렇기에 <모킹제이 Part.2>는 심리스릴러로서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절대적으로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에서 비롯된다. 그녀의 연기는 화살 한 발과 고양이 한 마리로도 놀라운 반전, 탁월한 서스펜스, 가슴이 찢어질 듯한 비참함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4. 단순한 종전이 아닌 캣니스의 갈등과 선택으로 끝나는 <모킹제이 Part.2>의 결말은 <헝거게임> 시리즈가 자유의지를 되찾기 위한 투쟁의 스토리라는 점에서 연속성 측면에서도 훌륭한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던 헝거게임 참가, 생존을 위한 살인, 피타와의 로맨스와 결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강제로 이루어진) 모킹제이로서의 활동까지. 캣니스는 언제나 본인도 모르게 타인의 계획에 속해 있었고, 벗어나고자 발버둥 쳐도 늘 실패했다. 예를 들어, 초반에 기차역 씬에서 캣니스는 대본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상부의 허락 없이 멋대로 캐피톨로 향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인은 스타분대와 프로포간다를 활용해 캣니스를 다시 그녀의 손아귀에 넣어버린다. 


그러나  <모킹제이 Part.2>의 결말에서 그녀는 마침내 본인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데 성공한다. 마침내 진정한 캣니스 에버딘의 정체성을 찾고, 드디어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캣니스에게 <모킹제이 Part.2>의 결말은 단순한 끝이 아니다. (원작의 표현을 빌리면) 파괴의 불인 게일 대신 희망의 불인 피타를 선택한 것처럼, 파괴가 아닌 희망찬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캣니스가 판엠의 모든 구역들을 상징하는 모킹제이라는 점에서, 플루타르크 말마따나 판엠의 모든 이들에게도 <모킹제이 Part.2>의 결말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이렇듯 <모킹제이 Part.2>는 많은 영화들이 보여준 1차원적인 끝이 아닌 그 뒤에 있을 시작까지 포착해내는 깊은 시선을 지닌 영화다. 


이러한 <모킹제이 Part.2>의 후반부와 결말은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던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기존 장르의 관습을 과감히 파괴하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모킹제이 Part.2>는  전편들에 비해 크게 흥행에 있어서 성공한 작품은 아니다. 아마도 영화의 후반부의 호불호가 강할 수도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5.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배우들의 연기와 탄탄한 각본이다. 제니퍼 로렌스를 비롯한 줄리안 무어, 엘리자베스 뱅크스, 나탈리 도너, 리암 햄스워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도날드 서덜랜드, 우디 해럴슨, 조쉬 해처슨 등 떠오르는 신예와 관록의 중견 배우들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각자의 캐릭터를 구축해낸다. 원작자가 직접 각색한 것으로 알려진 각본은 심화된 주제의식, 추가된 스노우와 코인의 시점, 축소된 로맨스와 삼각관계로 인해 원작의 아쉬움을 줄인 흥미로운 시나리오로 재탄생했다. 


다만 이는 바꿔 말해서 저 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체적으로 아쉽다는 뜻이다. 액션은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도 시가전 시퀀스 하나 없을 정도로 규모적인 측면에서 빈약하고, 카메라/조명/편집은 아무런 특징이 없다. 그나마 장미, 화살, 고양이와 같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소재들을 활용해 스토리를 암시하거나 인물의 감정선을 내보이는 것이 그나마 특기할 대목이다. 즉 <모킹제이 Part.2>는 시리즈의 완결편으로서 안정적으로 충실히 역할을 수행하고 부분적으로 특정 장르(판타지, SF, 디스토피아, 영 어덜트)의 관습에 도전한 작품이다. 



A (Acceptable 무난함)

관습을 파괴한 스토리와 안정적인 연출이 선사한 일정 부분의 성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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