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리뷰
도쿄에서 사는 소년'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둘은 어느 날 꿈을 꾼 후에 서로 몸이 바뀌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서 서로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적응해 나가던 타키와 미츠하는 이내 다시 원래 몸을 되찾고, 타키는 호기심에 미츠하를 만나러 간다. 그러나 타키는 기억을 되짚어 도착한 이토모리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진실을 알게 되고, 미츠하를 만나기 위해 진짜 여정을 떠난다.
<너의 이름은.>은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다. 다채로운 빛깔을 자랑하는 혜성, 도쿄의 빛나는 야경과 청아한 낮, 한적하면서도 전통의 풍습이 살아있는 이토모리의 모습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작화가 빛을 말하는 순간순간의 장면들이다. 특히 혜성의 경우, 가장 아름다운 듯 보였던 장면이 알고 보니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라는 점에서 이면적인 감정의 부조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작화는 'RADWIMPS'의 청량하면서도 아련함을 남기는 ost와 어우러지면서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이 작품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일본적인 소재를 일본적인 방식으로 잘 풀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과 실이 만나 연을 만드는, 모든 존재의 원인이고 모든 존재의 탄생을 의미하는 '무스비'를 이 작품은 붉은 실의 형태로 거듭 상기시킨다. 만물에 혼이 담겨 있다는 신도의 믿음과 모든 것이 연기의 상호작용에 불과하다는 불교적인 사고방식이 만난 일본의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사고방식을 두 주인공의 인연에 담아서 설득력 있게 묘사하는 것이다.
다만 이처럼 운명적인 세계관에 너무 힘을 준 것은 아쉽다. 타키와 미츠하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온 후의 전개가 지나치게 우연에 기대고,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 안에서 타키와 미츠다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나 둘이 무엇을 그토록 그리워하는지 등은 계속해서 모호하게 지속된다. 물론 이러한 연출이 영화의 분위기나 주제의식을 살리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소재가 타임슬립이라는 점에서 세밀한 설명의 부재는 후반부 영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사건 사이의 긴밀한 연결성이 타임슬립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작품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재앙과 그 결과로 따라오는 트라우마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던 원인은 호쿠 대지진과 세월호 사고라는, 각 사회에 거대한 트라우마가 된 재난의 상처를 이 작품을 감써 안아 준 측면도 있을 것이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 재난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소망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바람이고, 영화는 그 소망을 판타지적으로나마 실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재난이라는 과거와 그 결과인 현실을 대하는 작품의 태도 자체는 주의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바꾸겠다는 바람은 자칫 잘못하면 과거를 인정하지 않은 그릇된 태도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걱정은 이미 현실에서 드러났다. 역사 교과서를 고친다던가, 강제징용과 위안부와 같은 과거를 은폐하고 수정하는 일본 정부의 행보가 대표적인 예시다. 영화에 사회를 담는 것이 영화를 이해하는 유일한 방식은 아니겠지만, 일본 영화가 제작되는 바탕인 일본 사회의 현상을 영화와 무관하게 바라볼 수도 없다.
세월호 사고를 소재로 한 <생일>과 비교하면 <너의 이름은.>이 무엇을 간과했는지가 더욱 분명해진다. <생일>은 단원고 학생의 부모들이 세월호 사고를 되돌리는 판타지를 이루는 영화가 아니다. 상실의 아픔을 현실에서 인정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다루는 영화다. 이처럼 과거의 아픔을 현실이라는 한계 안에서 인정하고 이겨내려는 태도가 부재한 <너의 이름은.>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원인으로서의 과거와 결과로써의 현실을 부정하는 것만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신작 <날씨의 아이>가 흥행하지 못한 것이 단지 개봉한 타이밍이 불운해서일까. 그 불운조차도 과거를 애써 무시하고 마음대로 되돌리려는 그 태도가 빚어낸 또 다른 결과로써의 현실은 아닐까. 듣고 보기에는 아름답고, 이야기를 마주할수록 조금씩 불편해지는 영화, <너의 이름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