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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Oct 28. 2019

터미네이터와 인간이 들려주는 과학과 양심의 이야기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 리뷰

심판의 날 이후, 인간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던 스카이넷과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반란군 지도자인 존 코너를 미리 죽여 이 전쟁의 시작을 없애기로 결정한 것이다. 스카이넷은 액체형 터미네이터 'T-1000(로버트 패트릭)'을 과거로 보내 어린 '존 코너(에드워드 펄룽)'를 죽이려 하고, 이에 맞서 존 코너는 터미네이터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를 보내 과거의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과거로 돌아간 T-800은 존 코너와 그의 어머니인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를 만나고, 이 셋은 스카이넷의 탄생과 예정된 심판의 날을 막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존, 사라, T-800의 균형과 조화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왜냐하면 <터미네이터 2>가 로드 무비의 구조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로건> 같은 로드 무비에서 주인공들이 여행 중에 보여주는 갈등과 협력의 구도는 영화의 재미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데, 작중 존, 사라, T-800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으며 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충족시킨다. 리더, 행동대장, 보호자라는 제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토리 전개나 액션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한 명에게만 비중이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이다.


두 주인공들 간의 관계를 따로 보면 이 캐릭터들이 영화의 밸런스를 얼마나 잘 유지하는지가 더 명확해진다. 우선 사라와 T-800은 1편에서의 악연이 인연으로, 불신이 신뢰의 관계로 전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두 인물 간의 관계 변화는 과학 기술을 불신하는 인간이 과학기술의 장점을 인정하고 그 필요성에 공감하는 듯한 묘사로도 보이며 영화의 메시지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한편 사라와 존의 관계는 모성애가 바탕이 된 전형적인 모자 관계를 벗어난다. 대신 서로를 향한 애틋함, 불만 등, 서운함 등이 뒤섞인 복합적인 관계로 묘사된다. 이는 어린 나이에 미래의 진상을 알게 된 후 여전사의 정체성을 확립한 사라와 어린 나이부터 리더로 길러진 존의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인물을 생생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관계는 바로 존과 T-800의 관계다. 앞선 두 관계가 갈등을 일으키며 플롯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과 달리, 존과 T-800은 첫 만남 이후 든든한 신뢰 관계를 맺으며 플롯에 정서적인 안정감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작중 둘은 인간과 로봇의 관계에서 친구가 되어가는, 마치 인간과 인간 간의 감정 교류가 이루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라가 T-800이 존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해준다고 말할 정도로. 영화는 존과 T-800 간의 대화 내용을 여러 차례 변형시키면서 자칫 유치할 수도 있는 로봇과 사람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그 유명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엄지손가락이 슬플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물들의 관계도 못지않게 흥미로운 점은 액션이다. <터미네이터 2>는 1991년 작품이지만, 2019년 현재 시점에서 보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뛰어난 액션 장면들이 즐비한 액션 영화다.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액션의 종류가 상당히 다채롭다. 로드 무비의 특성을 살려서 전체적으로 추격전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추격전도 오토바이, 트럭, 경찰차 등을 활용해 가면서 속도감과 육중함을 살린 다양한 연출이 눈에 띈다. 또한 추격전 중간에는 맨몸 액션과 총기 액션 등 다양한 액션들이 배치되면서 영화에 육체적인 활력을 영화에 불어넣는다. 


또한 빌런으로 등장하는 T-1000의 존재감 덕분에 액션 시퀀스들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진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패배할 것 같지도 않은, 사람의 외관을 복제할 수 있는 액체형 터미네이터 때문에 한 시퀀스가 끝났다 하더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강렬한 악역 덕분에 서스펜스와 서프라이즈가 적절히 섞인 긴박하고 몰입감 높은 액션 시퀀스가 탄생한 것이다. 



동시에 <터미네이터 2>는 깊은 메시지를 지닌 SF영화이기도 하다. 아마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과학 기술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는 과학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를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 메시지는 작중 사라의 입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다. 사라는 미래에 스카이넷에 의해 핵폭발이 일어나는 끔찍한 상황을 꿈에서 체험한다. 그리고 미래에 스카이넷을 개발하게 될 '마일즈 다이슨(조  모튼)'을 만나 그를 일갈한다. 처음에 수소폭탄을 만들 때에도 과학자들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몰랐다면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죽음을 창조하고 있다고. 


발전한 과학 기술이 미래에 어떻게 활용될 지에 대해 숙고하지 않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태도는 최후를 마주하는 마일즈, T-800의 태도와도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마일즈는 자신이 초래할 위험을 인지하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인 자신의 프로젝트를 폐기한다. T-800은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의 든든한 조력자로 선한 존재이지만, 스스로를 잠재적인 위험요소라고 평가했고 자기 자신을 파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두 인물의 비장한 모습은 영화의 주제의식을 부각한다. 특히 터미네이터는 존재 자체가 과학 기술의 부정적인 측면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T-800의 용광로 장면은 그 비장미가 더욱 고조된다. 



이처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과학 기술의 발전, 그리고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의 비윤리적인 태도에 경종을 올리면서도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 <터미네이터 2> 이후의 작품들인 <타이타닉>과 <아바타>에서도 이 메시지는 반복되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이 영화들이 제작될 때 언제나 당대 최신의 그리고 최고의 CG 기술이 활용되었다는 점이 흥미롭고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은 시대를 앞서간 영화다. 현재에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해서 이슈가 될 과학과 양심, 윤리 사이의 딜레마에 대해서 뛰어난 캐릭터, 각본, 액션을 통해 스크린에 직관적으로 구현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사라 코너라는 기념비적인 여전사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 또한 30년 전 영화라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부분이다. 


소년과 여성과 로봇이 만나 과학 기술과 사회를 날카롭게 통찰한 영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이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슬프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로봇과 인간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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