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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Nov 18. 2019

'겨울왕국'을 지나 봄을 마주한 디즈니

<겨울왕국> 리뷰

아렌델 왕국의 공주이자 둘도 없는 자매인 '엘사'와 '안나'. 어느 날 엘사가 잘못 사용한 마법에 의해 안나는 큰 상처를 입는다. 이후 엘사는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마법의 힘을 두려워하며 성 안에 자신을 가두고, 안나는 엘사의 마법에 대한 기억이 지워진다. 시간이 흘러 배를 타고 외국으로 향했던 부모님이 악천후로 바다에서 숨을 거두고, 엘사의 즉위식이 열린다. 그러나 엘사는 여전히 스스로를 괴물로 생각하며 도망쳐버리고, 안나는 엘사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2013년 겨울에 개봉한 <겨울왕국>은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오랜만에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 중심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클리셰를 하나하나 파괴하면서 스스로를 얽어매던 전통에서 벗어난 도전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단순히 동화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엘사의 마법이라는 영화의 핵심 소재를 살린 <Frozen>이라는 제목부터 영화의 도전정신을 내비친다.  


 

영화 내적으로 도전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엘사'와 '안나'로 대표되는 캐릭터와 이들이 상징하는 자매애라는 주제의식이다. 엘사와 안나는 디즈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여성 캐릭터의 전형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우선 안나는 활달하고, 적극적이며, 사랑 표현도 먼저 나서서 하는 등 수동적이고 운명을 기다리는 다른 공주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엘사의 경우, 안나보다는 내향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녀도 다른 인물, 특히 남성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안나 못지않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겨울왕국>은 대부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그렇듯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단지 그 사랑을 이성애가 아니라 자매애로 설정하면서 신선함과 익숙함을 모두 잡아냈다는 점이 독특할 뿐이다. 안나의 진정한 사랑이 다름 아닌 엘사라는 전개는 예상하던 스토리를 정면으로 뒤엎으면서 반전을 선사한다. 한편 자매애도 넓은 범주로는 가족애이고, 가족 간의 사랑은 많은 영화들에서 익히 다룬 소재라는 점에서 <겨울왕국>의  변화와 반전은 보다 손쉽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  



이처럼 변화를 선택하면서도 <겨울왕국>은 뮤지컬이라는 지극히 디즈니다운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Beauty and Beast'와 'Whole New World'처럼 시대를 뛰어넘어 회자되는 명곡들을 선보인 바 있는데, <겨울왕국>도 마찬가지다. 안나와 엘사의 성장배경과 성격을 대비시켜 보여준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과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그리고 엘사의 성장을 보여준 'Let It Go' 등은 스토리와 어우러지는 스코어가 얼마나 관객들을 효과적으로 매료시킬 수 있는지를 정확히 보여준, 디즈니의 매력을 뽐낸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트롤들이 등장하는 중반부를 기점으로 인상적인 스코어의 대다수를 영화 전반부에 배치하고, 후반부에는 스토리의 전개 비중을 높인 선택은 아쉽다. 뮤지컬 스코어가 영화의 캐릭터 및 이야기와 조화되면서 너무나도 큰 임팩트를 남긴 나머지, 후반부가 내용상으로 가장 극적이고 긴장감이 넘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전반부와 비교되면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화 분량을 배분하는데 일정 부분 실패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측면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겨울왕국>이 지금의 디즈니가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영화라는 점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2000년대 들어서 픽사와 드림웍스 등 후발 주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었다. 그러다 <라푼젤>과 <주먹왕 랄프>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부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었는데, <겨울왕국>의 대성공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었다. 실제로 <겨울왕국> 이후에 제작된 <빅 히어로>, <주토피아>, <모아나>는 모두 흥행과 비평에서 성공을 거뒀다.


또한 <겨울왕국>의 성공은 고전 비틀기와 정치적 다양성의 영화화가 품은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기도 하며, 이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작품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겨울왕국> 이후에 제작된 <말레피센트>를 비롯한 디즈니 라이브 액션 영화들은 고전 동화들의 내용을 따라가지 않고, 이 영화들의 전개 역시 인종, 여성, 동성애자들에게 가해지던 억압과 불평등에 맞서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작품 내적인 아쉬움은 일정 부분 존재하더라도, 영화 자체의 영향력과 그로 인한 영화 산업의 변화상만 놓고 보더라도 <겨울왕국>은 두고두고 회자될 최고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눈만 보면 Let It Go를 떠올리게 하는 엘사와 안나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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