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카메라의 힘
1. 성공한 남자와 엉망인 인생을 사는 여자.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인연인 음악, 그리고 음악에서 비롯된 사랑. 익숙하고 오래된 이야기다. 그렇다면 오래된 이야기를 얼마나 새로운 것처럼 포장하느냐가 핵심이 될 텐데, <스타 이즈 본>은 단언컨대 최선의 방법으로 진부함을 포장하는 데 성공한다.
2. 이 작품의 전개는 신선한 것이 없다. 남자와 여자 주인공들이 각각 성공하고 실패하는 과정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부분이다. 그 외의 조연들과의 관계성도 의외라고 할 만한 부분은 없다. 결말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감동적이고, 전율이 돋는 마무리다. <스타 이즈 본>이 비록 1930년대에 최초 개봉해서 지금껏 거듭 리메이크된 작품이라고 해도, 그 점을 감안해도 평범한 각본과 평범한 연출을 보여준다. 딱 한 가지만 제외하고.
3. <스타 이즈 본>처럼 음악이 메인이 되는 작품은, 그리고 무대에 서는 장면이 등장하는 작품은 당연히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씬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스토리 전개의 전환점이 되거나 각 인물들의 변화 등을 묘사 혹은 암시할 수 있는 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중요도에 비해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 <라라랜드>, <맘마미아> 등 다양한 음악/뮤지컬 영화들은 다소 진부한 연출 방식을 보여준다. 이 작품들 속 카메라의 시선은 주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의 시선이거나, 혹은 카메라가 그 공연을 보고 감동하는 관객들을 잡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타 이즈 본>은 관객이 아닌, 공연을 펼치는 퍼포머의 시선을 따라간다. 스테이지 더 뒤에 있는 밴드에서 바라보는 듯한 카메라 시점과 무대 위에서 퍼포머에게 집중하는 카메라 시점은 <스타 이즈 본>만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우선 무대 위에서의 부담과 중압감, 그리고 그 공연의 활력이 아티스트의 시선에서 더 생생하게 다가오기에 관객들에게 노래의 의미나 감정선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스타 이즈 본>에서는 노래하는 두 주인공에게 더 감정이입이 잘 된다는 의미다. 음악 영화에서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특히 이 영화처럼 그 음악이 그냥 들어도 탄성이 나올 정도로 좋은 수준이라면.
이러한 카메라는 또한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더 큰 무대에 서고 성공하는 앨리를 잭슨이 왜 질투하는지(왜 자신이 그 자리에 있고 싶어 하는지)가 무대에서의 전율을 통해 관객들에게 직관적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비록 평범한 각본임에도, 이러한 카메라 배치 하나가 '감독' 브래들리 쿠퍼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4. 영화를 볼 때, 작중 인물들은 단순히 각본가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크게 두 가지 측면, 배우를 감독이 어떻게 이용할지 혹은 단순히 그 인물의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스타 이즈 본>은 후자의 증명이다.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 이 둘은 본인이 곧 캐릭터가 된다. 브래들리 쿠퍼는 모든 것을 잃고 무너지는 남자라는 다소 뻔할 수 있는 인물에 여유로운 미소와 깊은 눈빛으로 새로움을 불어넣는다.
레이디 가가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한다. 즉 노래하고 노래에 감정을 싣고, 피아노로 이야기하고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한다. 그녀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익숙한 일이고, 자신이 만든 노래와 함께하면서 그녀는 앨리가 된다. <스타 이즈 본>은 '영화'로서의 특징을 잘 살린 리메이크다. 영리한 카메라 활용과 배우들의 열연이 평범한 각본마저 새롭게 만들어 버렸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