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noDAY Mar 02. 2019

플로리다 프로젝트

익숙함과 불편함의 변주곡 제1악장: 순수해서 더 아픈

1. 사람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간단하다. 우리는 우리가 보이는 것만,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익숙하게' 느끼곤 한다. 하지만 가끔 가다가 누군가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불편'해 보인다. 이 불편함을 아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를 전하고자 하지만, 그 불편함은 대다수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반대되기 때문에 저항에 쉽게 부딪친다. 이때 사회의 거북함을 전달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정면으로 돌파하거나, 우리에게 친숙한 외관으로 위장하거나.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후자를 선택한 작품이다.



2.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올랜도 디즈니랜드 근처에 있는 매직 캐슬에서 사는 '무니'와 무니의 엄마인 '핼리', 그리고 매직 호텔의 매니저인 '바비'의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색감과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소리와 장난이 가득한 이 작품은, 그러나, 결코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아름다움 이면에 있는 아픔에 관한 이야기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두 가지의 형식적 특징이 있다. 우선 이 작품의 화법은 '보여주기'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자신이 원하는, 전하려는 주제를 대사로 제시지 않는다. 단지 캐릭터의 행동과 표정, 처한 상황을 '보여줌'으로서 전달할 뿐이다. 이러한 화법으로 인해서 관객들은 그저 카메라에 담긴 이미지만으로 영화의 주제를 인식하게 되며, 이는 영화라는 장르만의 고유한 특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변주곡'이라는 점이다. 이는 위의 보여주기 식 화법과도 깊숙이 맞물리는 특징이다. 변주곡은 같은 멜로디가 약간의 변화만을 보여주며 계속해서 진행되는 노래로, 노래들은 듣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시작과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웃음기 가득한 무니와 친구들의 놀이와 장난, 대조적으로 삶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핼리', 그리고 이 모녀를 (소극적이나마) 도와주는 '바비', 이 3명의 이야기가 반복된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매번 다른 결과로 끝나며, 이 결과들이 모여 결국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결말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이 결말은 시각적인 아름다움 속에 불편함으로 가득하다.  



3.  영화 속 무니와 핼리는 디즈니랜드의 티켓이나 상품을 무단으로 훔쳐서 판다. 핼리는 무니가 있는 와중에도 성판매를 시도하고, 무니는 거의 방치된 상태로 친구들과 온갖 장난을 친다. 이렇게 살아가는 둘 모두 스크린에서는 너무나도 행복하다. 하지만 이 행복도 그 안에서는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특히 호텔에서 조식을 먹으며 행복한 무니와 그런 무니를 바라보는 핼리의 표정이 번갈아 비추는 교차 씬은 관객들이 1시간 넘게 지켜본 모녀의 행복이 단순한 행복만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실제로 이 씬 직후의 장면은 아동국에서 무니를 데려가려다 도망가는 무니를 놓치는 씬이다. 핼리는 무능력하지만, 마찬가지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아동국(사회)을 매몰차게 욕하고(이때 카메라는 핼리의 입만을 비춰준다), 무니를 놓쳐버린 아동국 직원들에게 핼리가 욕을 하는 순간 바비는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이처럼 5분도 안 되는 후반부의 시퀀스는 평범하고 익숙한 모녀의 일상을 보던 관객들의 불편함이 순간적으로 구체화되는 지점이다. 우리는 우리가 즐길 수 있는 행복 이외의 것에 얼마나 신경 쓰고 살았을까. 그 행복을 누릴 수 없는 '이외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생활여건을 마련해 주기 위해 애쓴 적이 있는지. 그저 바비처럼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했다' 수준에 머문 것은 아닌지. 사회와 국가라는 실체가 없는 관념 상의 제도와 규약에 모든 책임을 지우고 바로 옆에서 날이 갈수록 불행해지고 굶어가는, 실체로 존재하는 이웃들을 내버린 것은 아닌지. 익숙함이 불편함이 되는 순간, 작중 아름답게 내리쬐던 플로리다의 햇빛이 살을 태우듯 뜨거워진다.



4. <플로리다 프로젝트> 결말 역시 이러한 전개의 연장선이다. 결말부에서 무니는 친구와 함께 디즈니랜드로 달려가는데, 카메라는 단 한 번도 무니의 표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관객들은 무니가 디즈니랜드에 가서 행복한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 무니가 디즈니랜드에서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꿈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디즈니랜드가 누군가에게는 꿈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너무나도 익숙한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환상에 불과한 곳이거나 꿈이 이루어지는 곳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니에게 디즈니랜드는 그저 살기 위한 목적일 뿐이다. 무니가 자주 하던 장난 중 하나가 디즈니랜드에 놀러 온 관광객들의 가방을 훔치는 것이고, 핼리는 그 관광객들의 티켓을 훔쳐서 파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모든 세상이 우리가 보는 대로 보이지는 않는 모양이다.  



5. <플로리다 프로젝트> 정말이지 아름다운 영화다. 영상미, 색채, 플로리다의 날씨, 아이들의 순수한 미소... 이 모든 것을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을 때 우리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전혀 익숙하지 않고, 새롭고, 낯설기만 한 진짜 세상을.



E (Exceeds Expectations 기대이상)

극과 극이 부딪히고 얽히는 것, 그게 새로움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미드나잇 인 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