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격언 중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젊을 적에 많은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말대로 많은 청년들은 학교, 동아리, 연애, 대외활동 등을 병행하면서 여러 경험을 쌓기도 한다. <라스트 미션>의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시 이 격언을 몸소 실천해 온 인물이다. 젊어서부터 감독과 배우로서 <용서받지 못한 자>, <밀리언 달러 베이비>, <그랜 토리노>와 <아메리칸 스나이퍼> 등을 통해 그는 서부극의 아이콘부터 노장의 품격까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성공과 경험을 해왔다. 그래서일까. 이스트우드의 마지막 영화인 <라스트 미션>은 그가 관객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생 메시지를 담은 듯 느껴진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족과 시간만큼은 아껴야 한다고...
2. <라스트 미션>은 흥미로운 소재를 끌어온 영화다. 본래 제목인 <The Mule>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마약 운반책을 주인공으로 한다. 따라서 영화는 자연히 마약 밀매조직과 이를 잡으려는 수사조직의 이야기를 다룰 수밖에 없는데, 이스트우드 감독은 여기에 한 가지 변수를 더한다. 바로 운반책이 바로 할아버지라는 것. 이러한 선택은 매력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안전하고 평범한 실화 바탕의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이는 소재를 풀어내는 영화의 방식에서 기인한다. 이스트우드 감독은 실화이기도 한 스토리를 자극적으로 각색하려는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은 듯하다. 마약 밀매 조직과 FBI의 추격전이라는 더욱 강렬한 서스펜스를 만들 수 있는 플롯보다도, 주인공 '얼 스톤'이 마약을 운반하게 된 계기와 운반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 가족들과의 화해 등 그의 개인적인 사연을 다룬 플롯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얼 스톤'과 브래들리 쿠퍼의 '콜린 베이츠'가 만나는 순간, 영화는 예상치 못한 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3. 콜린 베이츠는 인생의 황금기에 있는 인물이다. 가정을 이루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서 일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큰 성공을 이룰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래서 그는 마약 밀매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결혼기념일을 잊을 정도로 열중한다. 그런 그가 쫓는 인물이 바로 '얼 스톤'이다.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용사이고 뛰어난 실력을 지닌 정원사로 열심히 살았지만, 지금은 가족들로부터 버림받고 인터넷을 무시해 결과로 파산한 노인일 뿐이다. 얼은 마약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콜린과 대화를 나누며 진심으로 충고한다. 젊을 적에 가족을 위해 일만 하다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가 늙어서 모든 것을 잃고 후회하는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시간은 살 수 없다고. 얼의 진심이 전달되어서일까. 콜린은 얼을 이해 하며 그의 충고를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비록 그가 자신이 쫓는 범인이고, 범죄자라 할지라도.
얼 스톤이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며 어색하게나마 가족들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 끝내 아내가 먼저 숨을 거두는 흐름 등은 사실 아주 뻔한 전개다. 식상한 관습이고, 클리셰이기도 하다. 영화의 평범한 시간 순서의 연출과 편집 때문에 더 익숙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곧 퇴직을 앞둔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그가 짊어졌을 무거운 짐들을 상상하면서, 이제 황혼으로 접어드는 지금 그가 지난 시간을 바라보며 과연 보람을 느낄지 아니면 회한을 느낄지 궁금해하면서, 이 뻔한 영화는 끝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4. <라스트 미션>은 관습적인 영화다. 화려한 카메라 워킹도 없고, 강렬한 액션도 없으며,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스토리, 편집, 연출 모든 것이 좋게 말하면 익숙하고 나쁘게 말하면 뻔해서 영화에는 의외성이 전무하다. 즉 객관적으로 <라스트 미션>이 아주 잘 만든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막과 이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따라가며 인생의 마지막 임무를 마치는 얼 스톤의 모습은 심심할지언정 심금을 울리기에는 충분하다.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고. 특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무엇이 한 노인을 마약을 운반하게 만들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마지막이 <라스트 미션>인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