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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Apr 14. 2019

페르소나

붙잡히지 않는 이미지와 영상

페르소나: 영화에서 종종 영화감독 자신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


1. <페르소나>는 넷플릭스가 선보인 새로운 오리지널 영화로, 여러 단편들이 모인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다. 옴니버스 영화는 특정한 주제 하에 서로 연결되지 않은 짧은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데, <페르소나>의 경우 이지은(아이유)이라는 배우의 이미지가 그 연결고리가 된다. 서로 다른 4명의 감독들이 이지은이라는 배우로부터 어떠한 이미지를 발견해 영상화했는지, 이런 부분을 <페르소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 <페르소나>는 <러브 세트>, <썩지않게 아주 오래>, <키스가 죄>, <밤을 걷다> 순서로 4개의 에피소드가 이루어져 있다. 우선 <러브 세트>는 관계의 애매함을 매개로 한 섹슈얼리티를 영상화 한 단편이다. 이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그 관계가 설명되는 것과 다르게 보인다. 이러한 인물 관계는 과육을 먹는 입술, 그 입술을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잡아내는 등 목적이 분명한 카메라, 과장된 효과음, 테니스라는 소재가 주는 특수성을 통해서 성적인 관계들로 형상화된다.


<썩지않게 아주 오래>는 남녀가 연애를 하면서 한 번쯤 마주치게 되는 권태기, 혹은 철저히 남자의 입장에서 나쁜 년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다. 특히 작중 남자 친구(박해수)의 심리를 공간과 사물에 담아 시각적으로 강렬히 드러내는 씬들이 인상적이며 가장 집중해서 보게 된 단편이기도 하다. 다만 이지은이라는 배우를 팜므파탈처럼 지나치게 남성적인 시각에서 소비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우며, 가장 불편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키스가 죄>는 산골 시골에 사는 두 소녀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다. 이야기의 전개에 특별함은 없으나 10대라는 나이에 어울리는 순수함과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잘 드러나며, 이러한 감성의 결이 살아있는 단편이다. 또한 이러한 순수함은 작중 등장인물인 '혜박'의 아버지가 처한 상황과 대비를 이루면서 일말의 씁쓸함을 자아낸다. 


<밤을 걷다>는 아마 가장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일 것 같다. 죽은 여자 친구가 남자 친구의 꿈에 나타나 재회하는 내용을 흑백의 영상에 담담히 담아낸 이야기로 누구나 가지고 있을 후회라는 감정이 잘 살아 있는 단편이다. 특히 꿈속의 공간을 드러내기 위해서 주인공 커플을 제외한 모든 배경 인물이 멈춰 있는 점이나 오디오와 영상의 불일치 등의 연출이 눈에 띈다. 



3. <페르소나>는 기획과 제작 단계에서부터 배우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작품이다. 감독이 바라보는 한 배우의 이미지가 곧 영화의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페르소나>는 <키스가 죄>와 <밤을 걷다>처럼 이미 익숙한 이지은의 이미지와 <러브 세트>와 <썩지않게 아주 오래>처럼 의외의 이미지가 묘하게 결합된 영화가 되었다. 사실 각 에피소드가 다루는 이지은(아이유)의 이미지는 '스물셋', '잼잼', '좋은 날', '밤 편지' 등 이미 그의 음악에서 한 번씩 다 소비된 것들이기도 한데, 어떤 노래들이 유독 더 사랑을 받았는지 생각해보면 <페르소나>의 어떤 에피소드가 더 편하게 느껴질지 짐작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이렇듯 철저히 배우의 이미지에 맞춰서 만들어진 영화는 개인적으로 처음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 독특함만은 분명 인상적이다. 


하지만 옴니버스 영화라는 형식이 필연적으로 가지는 모호함과 난해함은 <페르소나>를 감상하는 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특히 <러브 세트>와 <썩지않게 아주 오래>는 이지은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상징과 시각적 요소에만 의존하며 너무 힘을 많이 준 결과물로 보이기도 한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여러 차례 다시 볼 수 있어 다행이기는 하지만, 상징이 많이 들어가더라도 한 번의 관상에서 메시지를 충분히 캐치해낼 수 있는 영화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4. 이지은이라는 배우는 개인적으로 어려 보이는 외면을 가졌으나 어둡고 서늘한 내면과 과거를 지닌 배역을 맡을 때 그 능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연기자라고 생각한다. <페르소나>에서도 마찬가지다. <밤을 걷다>에서 그가 가장 편해 보이고, 이 에피소드가 <페르소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마냥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페르소나>는 이지은이라는 배우에게는 잃을 것 없는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하나의 아이콘이기도 한 그가 철저히 자신을 맞춰준 환경에서 새로운 배역을 연기해 보고, 자신의 장점을 재확인하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의 팬들에게 환상적인 팬 서비스가 되었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다만 한 편의 영화로서 <페르소나>를 접할 대중의 입장에서 여러모로 아쉬움과 난해함이 공존할 것 같기도 하다. 기대에 따라 감흥이 크게 달라질 결과물, <페르소나>다. 



P(Poor 형편없음)

아이디어와 의도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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