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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Apr 25. 2019

어벤져스: 엔드게임

Thank you Avengers,  Rest in Peace


1. 거두절미하고 말해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완성도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미치지 못한다. 일부 캐릭터들의 감정선은 끊기고, 다른 인물들과의 비중과 활약상의 밸런스가 어색한 캐릭터들도 분명 존재한다. 우연에 기댄 스토리 전개, 그로 인한 개연성 부족이라는 문제도 눈에 띈다. '인피니티 사가'의 최종이라고 하기엔 드라마의 비중이 너무 많고 액션의 절대적인 양이 부족하다.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단독 영화의 문법대로 따졌을 때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결코 밸런스가 완벽하거나 잘 만든 영화라고 볼 수 없다.



2. 하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단순히 하나의 단독 작품으로 바라보며 이 영화 한 편의 내적 완성도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영화라는 예술은 기타 장르와는 다르게 관객과 영화 간의 상호 작용이 사회적으로 넓은 파급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스타워즈> 시리즈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해리포터> 시리즈 등이다. 이들은 그저 하나의 영화가 아니라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서 그 세대를 대표하는 문화적 이슈로 자리 잡았다. MCU도 마찬가지다. 2008년 <아이언 맨>으로부터 시작된 이 시리즈의 영화적/상업적/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MCU는 한 시대를 대변하는 문화적 아이콘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이전에 개봉한 21개 영화들의 연장선상에서 MCU가 자신이 시대를 대표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영화이자, 그 주역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고, '인피니티 사가' 그 이후를 천명하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Whatever It takes


3.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주된 소재는 '시간 여행'이다. 이미 숱한 영화들에서 다루어진 소재이고, 특히 히어로 영화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도 사용한 바 있는 이슈이기에 결코 참신한 소재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엔드게임>에서 시간 여행은 차원을 달리 하는 감정적 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초반부의 속도감 있는 전개 이후, 중반부에서 살아남은 어벤져스는 '모든 것을 걸고'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시간 여행을 통해서 6인의 오리지널 어벤져스가 쌓아온 캐릭터성, 갈등, 콤플렉스, 이야기들은 자연히 서로 다른 줄기 속에서 부각되고, 해소되고, 새롭게 전개된다. 삶과 죽음, 우정과 사랑, 절망과 희망, 포기와 의지, 개인적인 만족과 이타적인 희생 사이에서 고뇌하는 히어로들의 모습이 감정적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이 과정은 실로 MCU 스러운 유머와 지난 10년의 오마주로 가득하다.


따라서 <인피니티 워>가 타노스의 이야기였다면, <엔드게임>은 진정으로 어벤져스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액션이 적고 드라마 비중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관객들은 시간여행 속 빼곡한 오마주와 패러디를 목격하며 지난 10년 간의 세월을 떠올리고, 다시 한번 캐릭터들의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다.



Avengers Assemble


4. 차분한 드라마 조성 이후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21편의 영화들을 통해 쌓아 온 장작에 드디어 불이 붙듯 마침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어벤져스와 타노스의 전투씬은 결코 많지 않은 분량에도 모든 캐릭터들의 개성이 빛나는 멋진 액션을 보여준다. <반지의 제왕>과 <레디 플레이어 원>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이 시퀀스는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 속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고와 최대치를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특히 이 하이라이트는 그저 어벤져스라는 집단이 아닌,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복수자'가 되어 타노스와 맞선다는 점에서 그 치밀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왜냐하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는 토르만이 복수자에 가까웠으나, 이번엔 모두가 그렇기 때문이다. 짧게는 영화의 초중반부, 길게는 MCU가 쌍아온 감정선이 액션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단언컨대 전율과 슬픔의 도가니, 감동과 기쁨의 눈물, 열광과 환희의 탄성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는 하이라이트 전투씬이었으며, 마무리다. 이를 보기 위해서라면 앞선 21개의 영화를 보는 것은 결코 아깝지 않은 투자다.



I, am, Iron Man


I could do this all day


5. 하이라이트 전투 씬 이후 <엔드게임>은 인물들의 후일담을 다루며 마무리된다. 몇 가지 논란이 생길 수 있는 결말인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끝과 시작이 함께 담긴 이처럼 아름답고 바람직한 마무리가 더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 이보다 더 나은 결말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MCU와 함께한 모든 캐릭터들, 특히 6인의 오리지널 멤버에게 바치는 엔딩 크레디트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중에서도 양대 산맥인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에게 바치는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두 캐릭터의 팬이라면 눈물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개인 대 공동체, 미래 대 과거, 대의 대 자유 등 대립할 수 있는 모든 이항대립의 대변자였던 토니 스타크와 캡틴 아메리카. 아마 거의 모든 사람은 둘 중 하나에게 스스로를 동일시했을 것이다. 사실 그렇기에 서로에게 배우고 서로 닮아가며 아이언 맨과 스티브 로저스가 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전개와 마무리는 (비록 그래서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 밸런스, 감정선이 무너졌을지라도) 감동과 아쉬움 속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엔드게임>의 마무리는 새로운 MCU를 암시하기도 한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 정치적 올바름과 관련된 논란이 분명 제기될 것이다. 실제로 작중 몇 장면들은 상당한 임팩트를 주는 만큼 논란이 걱정되기도 한다(개인적으로는  단순한 클리셰 비틀기로 보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마블이라면 이러한 논란마저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기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블을 사랑한 사람들에게, 마블을 봐오면서 성장한 모든 이들에게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인피니티 사가', 그 대서사시의 완벽한 마무리. MCU를 사랑해준 팬들을 위한 빼곡한 팬서비스, 떠나는 히어로들을 향한 품격 있는 인사를 할 줄 아는 영화. 바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다.



O (Outstanding 특출남)

치즈버거로 사람을 울리는 영화. 무슨 말이 더 필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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