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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May 09. 2019

코스모스

별의 아이

1. '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별을 보고 수많은 이야기를 떠올려 별자리를 만들었고, 그렇기에 수많은 별들에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다. 별을 보면서 우리는 희망을 품고 우리의 운명을 찾아가며 또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별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갖는 것은 아주 신기한 일은 또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별의 아이들이니깐. 



2.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기본적으로 천문학 서적이다. 따라서 빅뱅이론, 적색 편이, 케플러 법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등(...) 수많은 물리학적, 수학적 개념과 공식이 등장한다. 그러나 상대성 이론을 모른다고 <인터스텔라>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물론 관련된 이론을 알면 더 좋긴 했을 것이다) <코스모스를 읽을 때도 중점적으로 봐야 할 부분은 책에 등장하는 공식과 이론들이 아니다. 왜냐하면 칼 세이건이 별과 우주에 관련된 이론을 전하고자 <코스모스>를 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차분하게 현시점까지의 천문학의 역사를 살펴본 후 결과적으로 이러한 별과 우주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그 죽음이 우주 안에서 한낱 먼지에 불과한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주목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의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간이 우주에서 먼지에 불과할지언정, 우리는 우주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존재다



3. 칼 세이건은 우리, 즉 인간은 우주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그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사실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론적으로 이 우주를 구성하는 수많은 원소들이 별들의 탄생과 소멸 과정으로부터 나왔으며 결국 그 원소들이 우리의 몸을 이룬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예를 들어 별들을 이루는 원소 중 필수적인 것이 수소인데, 수소는 물을 구성하는 원소이며 우리의 몸은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같은 원소가 존재한다는 것이 곧 인간의 몸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요리를 할 때 재료가 같다고 같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듯, 생명체의 탄생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코스모스>에서 칼 세이건은 지구와 똑같은 환경에 있는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고 말한다. 중력이 조금만 달라져도, 행성의 크기가 조금만 달라져도, 별과 행성 간의 거리가 조금만 달라도 지금의 인류와는 다른 형태의 생명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주장이 맞다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각각의 한 명 한 명이 이 드넓은 우주에서 고유성을 지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고유한 존재인 '나'와 또 다른 고유한 존재인 '너', 그리고 너와 내가 함께하는 또 다른 고유한 '우리'


4. 사실 <코스모스>의 이론적 내용은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과학 교과서의 내용에서 몇 발자국 전진한 수준이다. 약간의 노력만 있다면 모두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 놀랄만한 내용이 담긴 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코스모스>가 일반적인 과학 상식 책들과는 달리 칼 세이건의 명저로 극찬받는 이유는 같은 과학적 이론과 증거를 다루더라도 이를 통해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통찰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코스모스>는
 한 개인이 그 별에서 비롯한 단 하나의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고 있는 '너'에 대해서도 해당한다.  '나'와 '너'가 함께하는 '우리'와 '그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는 곧 각각의 고유함과 유일함, 특별함을 인정해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명제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코스모스>는 결국 우리가 귀가 따갑도록 학교에서 배우고 신문과 방송으로 읽고 보고 들으며, 성인이 되어 사회에서 직접 실천해보고 보장받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인간으로서의 삶'에 관한 책이다. 단지 그 방식이 다소 낯선 천문학적 지식을 활용한 방식일 뿐이다. 멀리 떨어진 존재에 불과할 수 도 있는 별을 보면서 별이라는 존재에 대한 우리의 친밀함을 놓치지 않고, 별의 일생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의 특수함, 다양함,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멋진 글. 그래서 <코스모스>가 설령 과학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뜻깊은 책일 수밖에 없다. 




별을 통해 '인간'을 설명하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역사, 과학, 윤리의 종합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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