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기대를 해보는 걸로
1. <엑스맨> 시리즈는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한 히어로 영화라는 독특한 위치 선정과 이미지 메이킹이 성공적으로 먹힌 프랜차이즈 시리즈다. 다수에 맞서는 소수자들의 입장 대립을 주 갈등구도로 내세우면서도 선과 악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다수 등장시킨 것은 이 시리즈의 인기를 지탱해온 원동력이기도 했다. 단지 시리즈가 오랜 시간 진행되면서 비슷한 플롯이 자주 반복되고 관객들을 피로하게 만든 측면이 있었고, 그 피로감이 터져 나온 것이 바로 <엑스맨 : 아포칼립스>다. 그렇기에 이번에 개봉하는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그동안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주도한 엑스맨 시리즈의 반복성과 피로감을 해소시키고 동시에 <엑스맨> 시리즈의 대단원을 내야 하는 작품이다.
2. 영화 개봉에 앞서 5/27일 롯데월드 몰 롯데시네마에서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하이라이트 상영회가 진행됐다. 이 상영회는 약 30분간 진행되었고, 크게 5개의 시퀀스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구체적인 스토리 진행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이 상영회가 끝난 뒤 확실한 것이 하나 있었다. 소피 터너와 타이 쉐리던 등 배우들이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처럼, <다크 피닉스>의 액션은 확실히 기대해볼 만하다는 점이었다. 이미 트레일러에서 등장한, 필시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될 기차에서의 액션씬은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그럼에도 액션의 퀄리티나 구성 등이 <아포칼립스>에 비해서 진일보한 지점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전편보다 육체적인 액션과 긴장감이 강조되고 MCU 영화를 보는 것처럼 캐릭터 간의 능력을 서로 얽히게 배치하고 지난 시리즈들의 액션을 뒤집는 정교한 합을 맞추는 장면들이 바로 그 지점이었다.
3. 전작들과는 달리 '진 그레이 & 다크 피닉스'에 집중한 내러티브와 연출, 내적 갈등을 표현하는데 집중한 소피 터너의 연기도 눈에 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정작 아포칼립스 보다도 에릭과 찰스의 대립에 집중하다가 스토리 전개가 산으로 가버렸고, <엑스맨: 라스트 스탠드>도 다크 피닉스가 아닌 '큐어'와 같은 다른 소재에 집중하다가 혹평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부분이다. 일단 사이먼 킨버그 감독 겸 각본가가 인터뷰에서 느꼈지만 확실히 배운 것이 있긴 한 듯하다. 영화의 1/4 정도밖에 보지 못한 상태이지만, 전작이었던 <아포칼립스>에서의 실망감은 잠시 밀어놓고 <다크 피닉스>가 멋진 마무리를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다만 근래 할리우드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여성 캐릭터들과 여성 서사를 강화하는데 노력한 흔적도 보이는데, 하이라이트에서는 그 부분이 부각되지는 않아서 어느 정도로 스크린에서 잘 구현될지는 의문이 남기도 했다. 물론 개봉할 본편을 봐야 제대로 알 수 있겠지만...
4. 하이라이트 상영회 이전에는 감독 사이먼 킨버그, 제작자 허치 파커, 마이클 패스벤더, 타이 쉐리던, 소피 터너, 에반 피터스가 참석한 레드 카펫 행사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흠잡을 것 없이 깔끔하게 진행된 행사였다. 배우들의 팬 서비스는 정말 대단했고, 현장에 모인 팬들이나 배우들, 감독, 제작자 모두 흥분하고 들떠 있는 것이 느껴지면서 서로 간의 교감이 잘 되었던 것 같다. 팬 서비스에서 시간을 많이 소요했음에도 배우들의 인터뷰나 게임 등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진행되고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배우들의 답변이 비교적 원활히 전해진 것도 인상적이었다. 엑스맨의 마지막을 장식할 <엑스맨: 다크 피닉스>, 그 본편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만큼은 확실하게 심어준 성공적인 레드카펫 행사와 하이라이트 상영회였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