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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Jun 15. 2019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제3자의 입장에서 홍콩을 응원하게 되는

1. 1997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중국의 폼으로 돌아갔다. 이후 홍콩은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사회체제를 유지한 채 중국의 일부로써, 아시아 경제와 금융의 중심지로서, 이국적인 관광도시로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른바 일국양제를 무시하는 중국 공산당의 행보와 중국과의 통합으로 인한 경제적, 정치적 불만들로 인해서 홍콩 시민들은 적지 않은 불만이 쌓여 왔고, 그 불만들은 결국 2014년 이는 '우산혁명'으로 터져 나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인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은 홍콩의 우산혁명을 주도한 3개의 단체들 중 중고등학생들이 조직한 '학민사조'와 그 리더인 '조슈아 웡'을 다룬다. 그(그들)가 언제부터 중국 정부에 맞서 저항해왔는지, 저항을 시작한 계기와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저항의 결과와 그(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지.



2. <우산혁명>은 분명 흥미로운 작품이다. 특히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한국의 민주화 역사를 떠올리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4.19 혁명부터 6월 민주항쟁을 거쳐 가장 최근의 촛불 혁명까지 민주화 운동마다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두렵다는 이유로 도망치지 않았다. 그저 옳지 않기에, 배운 것과 현실이 다르기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학교 밖으로 뛰쳐나와 목소리를 높였을 뿐이다.


재밌는 것은 인권이 민족과 국적에 관계없이 평등하듯이 사회의 변화와 움직임도 그렇다는 것이다. 홍콩 또한 조슈아 웡 같은 학생들이 중국 정부의 부당한 '중국 국민 교육'에 반대해 학생 운동을 시작했고 이것이 확대되어 우산혁명까지 이어졌다는 점도, 중국 공산당이 과거 독재 정권들처럼 시민들의 목소리를 막으려다가 자충수를 뒀다는 사실도 놀라울 만큼 한국과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본인이 옳다는 것을 행동에 옮길 줄 아는 조슈아의 신념과 용기는 우리가 목격하고 배운 역사와 오버랩되면서 나도 모르게 그를 응원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은 효과적인 프로파간다다.  



3. 하지만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을 보고 나면 이 작품이 다루는 사회적인 이슈와 메시지와는 별개로 작품 자체의 단점이 눈에 띈다. 우선 이 다큐멘터리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고들지 않는다. 현재 홍콩과 중국의 대립, 홍콩 시민들이 갖는 불만, 이 모든 문제를 발생시킨 것은 다름 아닌 서구의 식민지 지배다. 하지만 우산혁명을 지난 또 다른 시위가 벌어지는 현재까지도 서구는 자신들이 일으킨 문제에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단지 인권과 자유를 명분으로 홍콩의 입장을 옹호하며 중국 공산당을 비판할 뿐인데, 이는 서구 사회의 책임 회피일 뿐이다. 영국이 지배하던 시절 실제에도 빈부격차와 사회 내에서의 차별과 불평등한 대우는 존재했었다. 단지 악역이 영국에서 중국 공산당으로 교체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우산혁명>은 영국 지배 당시의 사회적인 문제점을 보여주지는 않고 중국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서구적인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조슈아 웡을 작품 내에서 활용하는 방식도 문제가 있다. 물론 그 어린 나이부터 사회 운동에 나선 그의 모습은 분명 존경할 만하다. 하지만 <우산혁명>은 과도할 정도로 그를 정의의 사도로 포장한다. 홍콩의 현재 상황을 감안했을 때 학생들이 시위를 주도한 이유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외의 것도 분명 존재하지만, <우산혁명>은 이를 무시해버리고 있다.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중국 내에서 홍콩의 경제적 비율은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중국 본토 사람들이 홍콩으로 유입되면서 홍콩 젊은 세대들의 일자리가 줄어들었으고, 본토인들을 포함한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렇기에 경우에 따라 우산 혁명을 홍콩 젊은 세대의 밥그릇 지키기로 해석할 여지도 있는 셈이다. 어느 정치세력이건 명분과 실익이 다를 수 있기도 하고. 그리고 바로 이러한 입체적인 현실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 <우산혁명>이 다큐멘터리로서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이슈를 다룰 때 기계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필요는 없지만, 필요한 순간에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은 다큐멘터리보다는 서구 사회와 홍콩의 젊은 세대의 입장을 대변하는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작품이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



4. 안타깝게도 홍콩과 중국 본토의 대립은 현재 진행형이고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도 큰 이슈인 상황이다.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은 서로 다른 두 세상의 충돌을 조명하고 기록하고 있으며, 이 충돌과 전혀 무관한 삶을 누리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작품의 스탠스나 프레임 상에 존재하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 의의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뒤 우산 대신 촛불로 민주주의를 경험한 바 있는 일원으로써 주인공인 조슈아 웡은 물론 그와 함께하는 모든 홍콩 사람들의 과거에 위로를 건네고, 현재를 격려하며 미래를 응원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기록이 필요한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홍콩의 모순과 문제들이 단지 중국 공산당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곱씹을 필요도 있겠지만.



P(Poor, 형편없음)

프로파간다로서는 훌륭한. 다큐멘터리로는 실망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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