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vs 인지주의 심리학
목차
3. 인간의 습관을 설명하는 두 학파간의 대결
뇌과학자들이 오늘날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습관 이론을 발견하기 전까지, 습관에 대해서는 지난 100년 간 두 심리학 학파의 대결이 있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두 심리학 학파의 대결과 뇌과학의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적어보려고 한다. 습관을 배우는 데에 역사, 이론이 뭐가 중요해?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첫 챕터로 이 주제를 잡은 것은 두 심리학 학파의 대결이야 말로 습관을 설명하는 중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 두 심리학 학파 모두 틀리지 않았다. 습관은 두 심리학 학파가 각각 주장하는 두 시스템 모두에 의해 작동한다.
"인간은 쥐와 다를바가 없소 " 행동주의 심리학의 선빵
습관을 다룬 어떤 책을 살펴보더라도 100%의 확률로 찾아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자극 -> 행동 -> 보상
특별한 설계가 들어간 실험 상자 안의 쥐를 상상해보자. 쥐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쥐가 노래를 들은 후 레버를 잡아 당기면 먹이가 나온다. 처음에 쥐는 레버의 작동방식을 잘 알지 못했지만, 노래가 나오고, 레버를 잡아당기면 먹이를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래가 나오면 조건반사적으로 레버를 당기기 시작했다. 이처럼 인간의 행동은 반복된 보상이나 처벌에 의해 형성되고, 보상과 처벌을 연상시키는 자극들은 행동을 유도 한다는 것이 바로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의 주장이었다. 거칠게 이야기 하자면 쥐의 행동이나 인간의 행동이나 내재된 원리는 비슷하다 라는 뜻이었다. 즉 대부분의 습관 관련 서적들은 행동주의 심리학을 기반으로 쓰여졌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똑같이 '쥐'에 의해 반격을 당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행동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아" 인지주의 심리학자의 카운터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심리학자 애드워드 톨먼은 이번에는 먹이 없이 미로에 쥐 한마리를 풀어보았다. 그리고 쥐에게 시간을 주었다. 그러자 쥐는 굳이 먹이가 없더라도 혼자서 미로를 탐색하기 시작했고, 미로에 대한 지도를 머리속에서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톨먼은 미로 안에 먹이를 하나 배치했는데, 그러자 쥐는 일전에 학습한 미로의 구조를 통해 빠르게 먹이를 찾는데에 성공했다. 이 실험은 '굳이 먹이가 없더라도 쥐는 혼자서 학습을 하잖아?' 라는 새로운 발견과 함께 '그럼 인간도 그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은 1960년대 '인지 혁명' 에 의해 증명되기 시작했다. 이를 증명하는 실험이 몇 가지 더 있다. 인지주의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무언 가를 학습할 때에 특정 개념을 카테고리로 묶으면 더 빨리 학습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은 '자전거, 자동차, 트럭, 비행기 ' 같은 연관된 단어들을 외울 때 '태국, 남극펭귄, 라쟈냐, gtx1080' 같이 연관이 없는 단어들을 외울 때 더 빨리 학습을 한다. (지금은 정말 당연한 이야기 지만) 인간의 동기 또한 더 빠른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배고플 때 '우주선, 종이' 같은 단어들 보다 '스테이크, 쿠키'같은 단어들을 훨씬 더 잘 외웠다. 비슷한 카테고리 이거나, 특정한 동기를 갖고 있을 때 인간의 행동은 더욱 뛰어나졌다. 동일한 자극과 보상만 있다면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의 주장과는 정 반대되는 결과 였다.
이처럼 인지주의 심리학자들에 의해 인간에게는 '자극', '반응', '보상' 처럼 동물적인 원리 말고도 더욱 복잡한 작동방식이 있다고 믿었다. 예컨대 인간의 '동기', '목표', '의지' 같은 것들이 그러한 것이다. 인지주의 심리학은 누구나 개인이 노력하면 성공을 할 수 있다 라는 자본주의 믿음과 의지와 노력을 숭배하는 대중매체 (나이키 슬로건 - just do it, 스포츠 스타들의 인터뷰)등의 영향으로 더욱 확산되었다. 인간이라는 복잡하고 주체적인 존재에 비해 '자극, 행동, 보상'과 같은 단순한 설명은 격에 떨어져 보였다. 물론 당시에 제작된 각종 컨텐츠들(자기계발서, TV 등)의 영향도 무시 못한다. "인간은 쥐와 같습니다"라는 주장보다는 '당신의 의지, 목표를 믿으십시오'와 같은 주장이 훨씬 인기있는 셈이다.
실제로 1800년대 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책에 등장하는 'habits' 빈도수는 계속 떨어졌다
"이 싸움을 끝내러 왔다" 曰 뇌과학자
1900년대 후반 mri의 등장으로 우리는 뇌의 활동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뇌과학자들은 기존 심리학자들은 활용 할 수 없었던 훌륭한 도구를 얻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인간의 행동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인지주의'와 '힝동주의' 선배 심리학자들의 주장 중 무엇이 옳았던 거야? 뇌과학자들이 밝혀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행동은 행동주의냐, 인지주의냐 식으로 딱 한가지 원리 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크게 두 가지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실제 학계 용어로도 시스템1, 시스템2 라고도 불린다) 사람이 처음 접하는 과제을 배우거나, 결정 하거나 고민을 할 때에는 인지주의 심리학이 주장한 '의식적 자아'가 작동을 한다. 그러나 반대로 그 과제를 반복할 때에는 '의식적 자아'가 작동할 때와는 전혀 다른 뇌영역이 작동을 한다. 이 영역은 무언가를 지속할 때 활성화 되는 뇌 영역으로 오늘날 뇌과학자들은 이 영역이 바로 우리의 습관을 관장하는 영역이라 받아들이고 있다. 즉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인간의 두뇌는 무언가를 '결정하는 영역 - 의식적 자아'과 '지속하는 영역 - 습관 '으로 분리 되어 있다. 오늘의 마지막 실험을 살펴보자. 뇌과학자들은 다음 처럼 행동주의 심리학의 실험을 재현했다.
(자극) 화면에 특정한 신호, 문자, 숫자가 나온다
(반응) 피험자는 '네' 혹은 '아니오' 버튼을 누른다
(보상) 정답을 알리는 신호가 나온다
실험 초반 참가자들은 어떤 버튼을 누를 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했다. 즉 의식적 자아를 활용 했다. 그러나 몇 번 퀴즈를 반복하자 사람들의 생각하는 시간이 짧아졌고 더이상 그들은 자신의 인지 능력을 활용하지 않고, 자동 반사적인 습관에 의존했다. 심지어 딴 생각을 하거나, 다른 일을 동시에 수행하기도 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이러한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몇 가지 문제를 내보도록 하겠다.
고작 입으로 20번만 반복하게 했을 뿐인데도 여러분의 두뇌는 습관에 의해 지배 되기 시작했다. 만약 여러분들이 무언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의지를 다 잡고, 계획을 세우는 식으로 여러분의 삶이나 인생을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두뇌의 절반밖에 활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하면 뇌의 나머지 부분 습관을 활용해 볼 수 있을 지 고민 해야 한다. 인간의 두뇌는 시작하는 영역과 지속하는 영역이 다르며,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시작하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이 더 경쟁력 있다. 냄비 근성은 장인 정신을 이기지 못한다
혹시나 궁금해 할 수 도 있으니, 위 문제들의 답은 각각 '스푼', '각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