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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반자 Dec 15. 2023

에르메스 가방 든  법률사무원 1.

이 여자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야?



서울의 반포에서 오랜 생활을 마무리하고

시골에 왔다.

모님으로 15년을 살다가 말단직원으로 나타났다.



부모님을 가까이에서 모시고자 하는 남편의 바람이 시작이었다


더 늦기 전에


살아계실 때 더 효도하자



남편은  원래 모든 삶이 가족 중심이었지만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이

늘 존재했기 때문에 나는 그걸 미리 짐작하고

둘째 며느리지만 어머니를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건 20년 후에나 실현될것 같았다)


우리의 정착지는 그래도 친정 가까운 진주였다.

시댁은 1시간 30분 거리였지만

그래도 마음을 위안을 주는 곳이었다.


갑자기 진주라니.

발령이 나서도 아니다.

처음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오픈하기로 했다.

뭐라고요???


여태 잘 다니던

월급도 많던 법무법인을 그만두고

갑자기 변호사 사무실을 차린다니.

그리고 내가 말단 사무실 여직원이라니!!!!!


사무실 오픈도 처음이고 사업도 처음이니

경비를 줄이기 위해

나보고 좀 도와 달라고 부탁했었다.


(처음에 자리 잡는 동안만 )


그래  그게 뭐라고


내가 도와주자라고 생각을 한 게 판단 미스였다.

나는 사무실  한 켠에 마련된 책상에 앉아있는

 말단 직원이었다.


돈관리만 해달라는 부탁과 달리

모든 민원은 내 차지가 되었다.


대학원까지 나온 내가

나름 전문가로 살던 내가

정신을 차려보니

법원이면 검찰청이면 민원실에 하루에도 몇 번이나 뛰어다니고 있었다.



처음에는 뭘 몰라서

하루에 다섯 번도 더 다녔다.

아무도 나에게

법률사무원 실습을 시켜주지 않았다.



혼자 맨땅에 헤딩이랄까.


법원민원실, 검찰청 민원실을


높은 구두 신고

에르메스 가방에 진주목걸이에

롤렉스 시계를 한 여자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미친 듯이 뛰어다니면서

묻고 또 물으니

공무원들이

정말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저 여자 아는 게 없어 "


이런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듯했다.


"저 여자 정체는 도대체 뭐야 "


모두들 이상한 외계인처럼 봤다.


아는 게 없으니 더 이상하고

서류를 제대로 가져오는 법이 없으니


다들 저 여자 정체를 궁금해했다.


꾸밀 시간에 좀 더 공부를 해오지

아마 모든 직원들이 그렇게 생각했겠지


어떤 법원직원은

내가 너무 안타까웠는지

나를 앉혀놓고 1시간 공부도 시켜주었다.




그래도

자존심 구기지만

그래도 떳떳하게

또각또각 높은 구두를 신고 당당하게 걸어가서

웃는 얼굴로


매번  묻고 또 물어보았다.

다들 처음은 있으니까.

모르면 물어보면 되니까.

창피하지 않았다.


나는 이런 일은 처음이니까.


내 전공이랑 전혀 다르니까.


아이낳고 키우던 가정주부 였던 나는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였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


저는 이제


우리 사무실 제일 말단 직원 법률사무원이 되겠습니다.

 

"변호사님 회의 있습니다."


"변호사님 이건 언제 제출할까요? "


사십 넘어 이렇게 규칙적으로 살다니

(전생에 아마 엄청 죄를 지은 듯 )


매일 아침 8시 출근 6시 퇴근

(퇴근은 변호사님 기분과 일에 맟춰서 )


에르메스가방 들고 출근하는 아줌마


이제 저는 초보 법률사무원 입니다.


저도 저이지만


우리사무실 변호사님


얼렁뚱땅 사무보조원 때문에


 고통받은 변호사님


정말 우리 잘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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