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내한공연
특별한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두어 달 전 그냥 생각나서 찾아보니 티켓이 꽤 남아있었다. ‘돈룩백 떼창이나 하고 와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는 정말 까맣게 잊고 있다가 티켓 배송을 받고서야 공연이 다음 주라는 걸 깨달았다.
공연 당일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기다란 우산 행렬이 올림픽홀 앞에 늘어져 있었다. 다섯 시로 예정된 입장은 지연된 리허설로 인해 한 시간 가량 늦춰졌다. 입장 대기하던 지하주차장은 굉장히 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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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갤러거즈 하이 플라잉 버즈(NGHFB) 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노엘의 첫 솔로 앨범이 발매된 이후 ‘12년 5월 악스홀에서 열린 내한공연이 처음이었다. 마침 그날이 노엘의 생일이라서 작은 공연장에서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땐 그냥 좋아하는 락스타를 보러 가는 게 마냥 설렜던 기억이다.
그로부터 칠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솔직히 말하면 음악도, 공연도 권태기가 온 것 마냥 재미가 없어진 상태였다. 무언가에 깊이 감동받을 수 있는 시기가 지난 건 아닐까 그런 마음이 한창 들었다. 한두 곡을 제외하면 따로 예습차 들어보지도 않았다. 그냥 좋아하는 곡 하나라도 크게 부르고 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마음이었다.
밴드는 새 앨범의 오프닝 트랙 'Fort Knox'로 포문을 열었다. 무심하면서도 장엄한 느낌을 주는 첫 곡에 이어 'Holy Mountain', 'Keep On Reaching', 'It's a Beautiful World' 신보를 들려주었다. 이질적인 트랙 'Black Star Dancing' 이후(이전과 달리 베이스로 곡 작업을 시작했다고) 'Talk Tonight', 'The Importance of Being Idle' 등의 오아시스 클래식이 등장했다. 'Little by Little' 때는 다들 노래를 얼마나 크게 불렀는지 모르겠다.
공연은 점차 절정으로 치달았다. 'Everybody's on the Run', 'If I Had a Gun' 등 NGHFB 곡들 이후에는 거의 오아시스 베스트를 즐기는 사치스러운 시간이었다. 400회가 넘는 공연 중 열 번도 채 들려주지 않던 'Live Forever, ' 한국에서 처음 들려준 'Stop Crying Your Heart Out, ' 이게 왜 B사이드일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Masterplan'까지 너무나 훌륭한 세트리스트였다. 무엇보다 이전에 못 봤던 'Wonderwall'을 듣고 올 수 있어서 좋았다. 이후 'Don't Look Back in Anger, ' 'All You Need Is Love'를 비롯해 총 네 곡이 앵콜로 연주되고 공연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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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점 중 하나는 공연을 보러 온 연령층이 생각보다 훨씬 어렸다는 점이다. '12년에도 가장 많은 건 이십대 초중반이었던 것 같은데 7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았다. 이렇게 젊은 팬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공연을 보면 이 오십이 넘은 아저씨가 아이돌 뺨을 후려칠 만큼 팬들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제스처 하나로 사람들 비명을 자아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돌아와서는 공연 후기를 하나씩 읽어보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노래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오는 감동이 있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달라도 사람들이 보통 어떤 마음일 때, 어떤 시기에 오아시스를 듣는지 이날 모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던 것이다. 걱정과는 달리 너무나 좋은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듣고 싶은 노래들은 싹 다 듣고 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다음에 볼 때 까지지 건강하길.
(아마 매우 높은 확률로 올해 말 노엘을 한번 더 보게 될 것 같다. 소문대로 U2 내한공연이 연말 성사된다면, 오프닝 밴드로 NGHFB가 함께 한국을 찾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스탠딩을 버텨낼 체력을 길러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