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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진철 Oct 22. 2019

수영일기 #7

패턴 익히기, 그리고 10월 수영일지

우리는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마신다. 샤워할 때는 머리부터 감는다. 양말은 왼쪽부터 신는다. 출근하면 이메일부터 읽는다. 우리는 패턴에 따라 움직인다. 패턴의 핵심은 자동화다. 일일이 결정하는 수고를 덜어줌으로써 효율을 높인다. 때문에 이로운 패턴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수영을 배우면서 여러 가지 패턴을 몸에 익히려 노력 중이다. 기초반에 들어가면 처음 배우는 것이 호흡과 발차기다. 호흡에만 집중하면 하체가 가라앉고, 발차기에만 집중하면 호흡이 무너진다. 의식하지 않아도 발차기가 나가도록 다리를 자동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온전히 호흡에 집중할 수 있다. 발차기를 자동화하려면 그저 열심히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허벅지에 열이 올라오는 게 물속에서도 느껴질 만큼 열심히 반복한다.


자유수영을 하는 날이면 종종 아이들이 수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참 빨리 느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에도 척척 뜨고 앞으로도 잘 나간다. 부러움을 잘 안 느끼고 사는 편인데 이건 좀 부럽다.

어느 수영 강사님 블로그에서 본 것 같은데, 아이들은 패턴을 학습하는 속도가 성인에 비해 훨씬 빠르다고 한다. 성인들이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단계를 하나하나 생각해가며 천천히 배우는 데 반해, 아이들은 패턴이 몸에 자연스럽게 새겨지면서 빠르게 배운다는 것이다. 배움에 늦은 때란 없지만 더 나은 때가 있다는 것이겠지. 진작 시작하지 않은 것이 원통하다.

다행히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생존수영’을 배운다고 한다. 아직 전국적으로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별로 교육을 확대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 다니던 수영장에서 특정 시간대를 초등생 생존수영 수업을 위해 비워둔다는 공지문을 본 기억이 난다. 유럽에서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수영을 가르친다는 얘길 듣고 감탄했었는데, 우리나라도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이러한 안전교육들이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아직은 수영장 인프라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부디 아이들이 더 일찍 수영을 배울 수 있길 바란다.


아기물개들 배영 실력에 감탄. 부모님들 목청에 또 감탄.



10월 수영일지

10/2 : 10월 강습 시작. 옆차기 할 때 어깨를 더 위로 들어야 한다는 피드백.
10/3 : 자유형 왜 돼...? 행복해
10/4 : 늦잠 ㅜ.ㅜ
10/6 : 스트로크가 너무 성급함. 옆차기가 안되고 있으니 천천히 자세부터 잡아라. 수영 4년차 교정반 아재의 조언.
10/8 : 새벽부터 나와 연습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10/11 : 상체 힘을 뺄 것. 체력이 좀 괜찮아짐을 느낌.
10/13 : 닭가슴살 토스트 구워먹고 자유수영. 자유형 할 때 고개를 뒤가 아니라 옆으로 돌려보자.
10/14 : 오늘의 어드바이스. 발차기를 위아래로 크게. 수면 위에 닿도록. 그렇다고 세게 찰 필요는 없음. 사이드킥과 옆으로 호흡 연습 많이.
10/15 : 자유수영. 오늘은 무리하지 않고 사이드킥 연습.
10/18 : 다음주부터 배영 시작. 그 전까지 자유형에 좀 더 익숙해져야 할텐데.
10/20 : 자유수영 출근했다가 오늘이 수영대회인걸 깨달음. 아기물개들 배영 끝내주네.
10/21 : 전날 맥주 좀 먹었다고 몸이 무겁네. 배영의 기초 시작. 쓰는 근육도 달라진 것 같다. 허벅지 안쪽에 자극이 옴.
10/22 : 아 오늘 또 휴관일이었네. 또 속냐.
10/23 : 배영을 할 땐 까치발을 들듯 발을 펴도록 한다.
10/25 : 어제 술을 먹어서 그런가 일찍 일어남. 배영할때는 턱을 들지 말 것. 근데 안들면 자꾸 물먹음.
10/26 : 자유형 돌릴땐 고개가 아니라 몸통 전체를 돌린다.
10/29 : 자유형할때 힘을 안쓰고 나가는 건 나아진 것 같은데 여전히 우측호흡이 안된다. 연습해야지 별 수 있나.
10/30 : 자유형은 나름 나아진듯. 배영이 좀 문젠데 일단 발을 잘 차야할 것 같다. 하체 힘을 길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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