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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진철 Sep 15. 2018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충격을 받았던 게 몇 번 있는데 13년 펜타포트 헤드라이너였던 들국화도 그 중 하나였다. 이후 전 국민적 애창곡이 된 ‘걱정말아요 그대’를 처음 듣고 한창 흥얼거리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우연히 다시 들었을 땐 좀 거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가 아니라 노랫말이 그랬다.


우리가 겪는 괴로움의 많은 부분은 고통 자체도 있지만 고통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거나, 알아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난다. 실제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불운과 고통에 항상 명확한 인과관계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유를 찾고 싶어한다. 인간은 서사에 지배당하는 동물이라 고통의 이유를 찾아내면 고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통의 원인을 만들어낸다. 창작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편한 방법은 역시 자신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다 내가 부족한 탓이야.’ 이유가 만들어졌으니 고통을 훌훌 털어버릴 동력이 생겨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뭔진 잘 모르겠지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내가 병신이라서 그래’라고 넘기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정말 병신이 된다. 자신을 탓하는 일이 습관이 된 사람은 점점 쪼그라들다 못해 쭈글쭈글해진다. 매사에 방어적인 인간이 되어버리고 만다. 스스로에게 엄하거나, 스스로에게 애정을 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이다. (대개 이 둘은 교집합을 그리는 듯)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습관적 죄책감이 주는 안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해야 한다는 구호는 쉽지만 실천은 항상 어렵다. 그래서 마무리는 왠지 화이팅 세 글자로 하고 싶어진다. 충분히 뻔뻔하지 못한 사람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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