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opp’s Journey to the Kop>, LFCTV
축구 좋아하니. 묻는다면 고민 없이 그럼 하고 말한다. 어떤 팀 좋아해. 이건 잠시 시간이 필요하다. 레알이 좋아 바르사가 좋아 같은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있어도(바르사가 좋음) 특별히 지지하는 팀은 없는 관망파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같은 값이면 언더독을 응원하는 편이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 클롭 좋아해, 묻는다면 내 답은 정해져 있다. 그럼, 당연하지.
2015년 겨울 LFC TV가 공개한 < Klopp’s Journey to the Kop>은 위르겐 클롭이 리버풀 감독으로 부임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슈트트가르트 시골 소년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감독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위르겐은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다면 미래가 음.” 어린 클롭은 전교생 앞에서 선생님의 걱정을 한 몸에 받는다. 다행히도(!) 운동을 좋아했던 클롭은 축구선수가 된다. 스포츠과학을 공부하며 3부리그 선수로 활약한다. 적은 수입으로 펍에서 일을 병행해야 했다. 다행히 2부리그 마인츠에서 그에게 스카웃 제안이 왔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그 후 약 10 시즌을 마인츠에서 보낸다.
선수로서의 클롭은 자신을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전술 이해도는 1부리그, 기술은 5부리그. 그래서 평균 2부리그 선수라고. 실제 클롭은 선수로서 단 한 번도 분데스리가 무대를 뛰어본 경험이 없다.
클롭의 감독 커리어 역시 마인츠에서 시작된다. 3부 강등 위기에 처한 클럽은 새로운 감독을 찾아야 했다. 보드진은 선수로 뛰고 있던 클롭을 감독으로 선임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그라운드에서는 탁월한 리더십을 보였고, 경기 후에는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후배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그에게서 감독의 역량을 보았던 것이다. 놀랍게도 클롭은 제의를 받은 지 5초도 안 되어 ‘까짓거 해보지 뭐’ 하고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훗날 인터뷰에서 그는 ‘25살부터 누군가 감독직을 제의하는 것을 기다렸는데, 서른이 넘도록 아무도 말을 꺼내질 않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선수였던 클롭은 감독으로서의 첫 경기를 곧바로 시작한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것은 단 열 두 경기. 그는 첫 일곱 경기중 여섯 경기에서 승리하며 마인츠를 강등에서 구해낸다.
“클롭은 엄청난 동기부여자였어요. 축구화만 있다면 나도 당장 그라운드에 나가 뛰어야 할 것 같았다니까.” 헤이델 마인츠 단장의 너스레 섞인 발언은 클롭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잘 보여준다. 클롭은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며 이를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192cm의 거구인 그가 그라운드에서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선수들과의 스킨십도 거침없다. 선수들 역시 그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으며, 일부는 그를 ‘형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덕장인 클롭은 선수가 부진해도 꾸준히 기회를 주며, 아무리 엉망이더라도 언론 앞에서는 자신의 선수를 보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시에 그는 냉정한 전략가이기도 하다. ‘게겐프레싱’으로 대표되는 전술로 훗날 그는 리그를 제패한다. 하프타임에서 클롭의 지시는 열 문장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것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마인츠도, 도르트문트도 재정적으로 넉넉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스타플레이어 영입은 어려웠다. 선수 보는 눈이 뛰어났던 클롭은 선수 육성, 저평가된 선수 영입 등으로 난관을 헤쳐나간다. (클롭은 선수에게 최적화된 포지션을 찾아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부진한 공격수였던 차두리를 윙백으로 전환시킨 것도 클롭이다.)
백년 클럽 마인츠의 역사상 첫 분데스리가 승격, 노쇠해가던 명문 도르트문트의 재건 등 이후 다큐멘터리에서 다룰 모든 내용을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직접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유튜브에 친절하게 한글자막까지 올라와 있다) 신념과 열정을 갖춘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