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코트 입고 왔네?
퇴근길 동기가 물었다. 교복처럼 입고 다녔던 패딩이 아니라 그랬나보다. 하긴 이제 벌써 삼월이고 오늘의 최고온도는 무려 십 사도였다고 한다. 꽃샘추위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 겨울은 이제 완전히 간 것일까. 겨울 내내 매일 패딩을 입고 다니긴 했지만 사실 없다고 해서 죽을 만큼 춥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지난 겨울이 너무 추웠던 걸 감안해도 이번 겨울은 정말 싱거웠다. 누구는 겨울다운 맛이 없다고도 하지만 나는 이런 겨울에 불만이 하나도 없다. 사실은 매년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추운 겨울은 정말이지 딱 질색이다. 살을 에이는 칼바람도, 금세 더러워지는 눈과 미끄러운 길바닥도, 추운 날이 주는 무기력과 피로감도 나는 너무 싫다. 별다른 힘듦을 주지 않고 슬쩍 봄으로 자리를 넘겨주는 이번 겨울은 드물게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