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일은 독주가 아닌 합주다.
현존하는 인간 중에 아무런 도움 없이 완전 자급자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있을까? 의식주를 위시한 우리들이 사용하는 모든 것들은 각기 다른 직군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품뿐만이 아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유기적 협력을 하며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일에서도 그렇다. 일을 개인적으로 의뢰받아서 수행하는 프리랜서도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 자영업자들은 후배, 동료, 상사, 직원, 사장 등과 같이 다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본인이 독보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가졌더라도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없다. 우리는 일을 할 때 항시 호흡을 맞춰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지식은 고도화되고 일도 복잡해진다. 혼자서 일을 전부 처리할 수 없기에, 협업과 일의 분배는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일을 같이 할 때 언제나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인간관계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감정 배제하고 일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우린 로봇이 아니다. 열정, 자긍심과 같이 일을 더 열심히 추동하는 감정도 존재하지만, 지루함과 권태,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존재한다. 일에 있어서 감정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가지고 있다.
간혹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는 실력이 뛰어나지만 도통 배려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감정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지식적인 측면에서 고도로 지적인 인간일지언정 사회화가 부족한 인간이라 말할 수 있다. 혹자는 이런 사람들을 소시오패스라 부른다. 이런 사람들이 더 목표 지향적이고 죄책감이 없기 때문에 높은 자리에까지 오른다고 한다. 하지만 상상해 보라. 이런 사람들이 지도층이 되어 좌지우지되고 있는 조직을 말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나는 사람이 사회화되기 위해선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고, 다른 사람의 처지가 되어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두 가지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소설이다. 소설은 잘난 사람의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는다. 시련이 있던 사람이나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더 많이 다룬다.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에 대한 연민, 슬픔, 희망, 용기와 같은 감정을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체험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소설은 인간이 사회화되는 과정에 있어 좋은 교보재가 될 수 있다. 많은 지식을 머리에 집어넣고,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한 이론을 제시해 본들 사회 구성원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헛똑똑이 불과하다.
혹시 동료와의 관계에서 고통받고 있는가? 소설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라. 꼭 소설이 아니라도 좋다. 심리학이든 인문학이든 모두 좋다. 모든 책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책을 읽고, 나를 파악하고, 주변을 둘러보자. 그리고 다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고 이해해 보자. 이 지점에서 우리는 동료들과 더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갈 준비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