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썰킴 May 18. 2024

독서는 글쓰기, 말하기 능력의 토대(3)

3. 나의 농도를 높이는 독서

 자연 현상을 보면 많은 것들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분다. 농도 높은 용액은 농도 낮은 쪽으로 용매가 이동하며 균형을 맞춘다. 이 자연 법칙은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사람의 체내에서는 삼투 작용이 일어나며 체액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그럼 체외에서는 어떤 삼투 작용이 일어날까?     


 체외에서는 생물학적 삼투작용이 아니라 정신적인 삼투 작용이 일어난다. 강철로 단련된 사유, 가늠할 수 없는 지식, 위대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농도가 무척이나 높다. 그런 사람들로부터 우리네와 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로 지식과 정신이 흘러 들어온다. 동양의 공자, 노자 그리고 서양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수많은 동서양의 지성들이 남긴 농도 높은 가르침은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지금까지 우리의 사고와 정신에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석가모니, 예수, 마호메트와 같이 위대한 정신을 지녔던 영적 스승들의 발자취는 천년 이상 지난 지금에도 우리의 영혼에 강한 울림을 남기고 있다.        


 이렇듯 농도 높은 사람들이 지녔던 정신적 유산은 시간이 남아도 사라지지 않고 후대 사람들에게 흐르고 전승된다. 그들이 가진 정신, 사상, 지식들이 워낙 진했기 때문이리라.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이라도 가르치거나, 감화 시키거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선 자신의 농도가 진해야 한다. 이는 자연의 법칙이다. 묽은 지식, 빈곤한 정신으로 누구를 가르칠 수 있을까. 진했기 때문에 그 가르침이 유지되고 시간의 부식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 날도 다르지 않다. 상황은 똑같다. 농도차로부터 시작된다. 지식의 비대칭으로부터 교육, 비즈니스가 시작되고, 위대한 정신으로부터 영적 가르침이 내려온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진한 곳에서 묽은 곳으로 흐른다. 자신의 말과 글에 다른 사람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자신에 대해 한 번 되돌아 봐야 한다. 자신이 쓰는 말과 글은 자신의 수준을 정확히 나타낸다. 하나를 아는 이가 열을 말할 수 없듯이, 아는 만큼 말하고 아는 만큼 쓴다.        


 지식 정보 사회라는 현 세태에 자신의 농도를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존을 넘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가기 위해서 말이다. 이를 위해선, 생각의 수준이 중요하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납득할만한 논리와 근거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만들어 내는 근간은 자신의 생각이다. 자신의 생각 수준이 높아야 다른 사람들도 그에 동조하고 찬동한다. 생각이 빈곤한 자가 절대 일을 잘할 리 없다. 생각 수준이 곧 인생 수준이라는 말도 있다. 생각 수준은 말과 글에도 직결된다.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통 감을 못 잡을 때가 있다. 그 말인 즉, 말하는 이가 핵심을 말하지 못하고 전후 맥락을 개연성 있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생각을 구조화하지 못한 것이 첫 째고, 이야기를 제대로 펼쳐낼 수 있는 지식과 표현력의 부재가 둘째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종이 빽빽하게 글이 가득하지만, 알맹이가 없는 글들이 있다. 같은 내용의 반복에다 문장은 장황하고 산만하다. 그야말로 알맹이가 없는데, 몸집만 불린 글이다. 모 회사의 과자처럼 질소 가스로 가득 찬 글이다.     


 우리는 이와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독서를 통해 자신의 농도를 높이자. 단기간에 많은 독서를 했다고 하여 즉시 말과 글이 바뀌지는 않는다. 말하기, 글쓰기의 기술 측면에만 열중하면 알맹이가 없어질 수 있다. 포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알맹이가 우선이다. 속이 텅 빈 말과 글은 내뱉고 쓰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말과 글은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그 시작은 지식의 축적, 사유의 숙성에서 시작한다. 독서는 이 둘을 동시에 키운다. 독서가 깊어질수록 내 안의 농도가 진해진다. 사용하는 어휘도 증가하며, 표현의 방식도 다양해진다. 이 지점에서 우리의 말과 글은 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되어간다. 생각이 발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이 발전하면 인생의 격도 한 단계 올라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는 글쓰기, 말하기 능력의 토대(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