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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킴 May 18. 2024

독서는 추억이 된다(3)

3. 독서의 연표, 그리고 숙성

 역사서나 철학서를 보면 연표가 들어있는 책들이 있다. 연표란 어떤 역사적 사건이나 사상의 출현, 인물의 탄생을 연대순으로 따라 정리한 것이다. 철학의 흐름이나, 역사의 흐름과 같은 거시적인 흐름을 파악할 때 매우 요긴한 정보이다. 기업의 홈페이지에서도 기업 소개란에 들어가면 기업의 연표가 적혀 있는데, 이도 기업의 발전사를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도구이다.     


 사람에게도 연표가 있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시간 순으로 발생한 사건을 적은 것을 ‘연보’라 부른다. 사람의 인생이란 유아기, 유년기, 청년기, 중년기, 장년기 그리고 노년기를 거쳐 죽음에 이르게 된다. 모두 자신의 인생에서 중대한 사건이 몇 개씩은 있었을 것이다. 가족의 죽음, 결혼, 승진, 자녀의 탄생과 같은 크고 작은 일들이 수없이 존재했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으로 중요 사건을 정리하다 보면 자신이 현재 인생이 지난 과거의 선택, 경험, 생각들의 합임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래서 현재의 나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과거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독서 또한 동일 선상에 있다. 나의 독서 경험의 합이 현재 나의 독서 방향과 취향을 이룬다. 과거 읽었던 책의 행로를 역으로 추적해 나가면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 읽었던 책들은 나의 생각과 행동의 원천이고 근거가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사고체계를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쓰며 수년 간 써왔던 필사 노트를 다시금 들춰보았다. 내가 읽었던 책들과 필사했던 구절들, 그 구절들 옆에 무수히 쓰인 내 생각들을 보며 현재의 생각이 과거의 생각을 동심원으로 삼고 있음을 깨닫는다.     


 과거의 생각을 현재 나와 연결시키는 것은 나의 독서 여정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깨닫게 해 준다. 그리고 독서를 넘어 내 인생행로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에 대한 고찰에 이르게 한다. 독서와 삶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있어 그 무엇 하나를 빼고 온전한 직조물을 이루지 못한다. 


 독서 연표 작성은 귀찮은 짓일지도 있다. 내가 어느 시기에 어떤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고, 그로 말미암아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그냥 책을 읽는다는 것보다 힘이 든다. 하지만 일 년에 한 번씩이라도 독서 연표 작성을 통해 자신의 독서 여정, 인생 여정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무작정 길을 찾기보다는, 자신이 현재 어디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여행을 가면 GPS를 켜고 수시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듯이 우리의 독서 길도 수시로 위치를 확인하며 나가는 것이 좋다. 자신의 위치 파악이야 말로 독서에서든 인생에서든 메타 인지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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