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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킴 May 18. 2024

곱씹으며 읽기의 효용(2)

2. 생각의 생성, 연결, 확장

 일세를 풍미한 혁신가 스티븐 잡스는 연설에서 ‘Connected dot'이란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다보면 예전에는 관련 없다고 생각한 경험들과 배움이 나중에는 모두 연결이 되어 있을 거란 이야기다. 스티븐 잡스는 대학교를 중퇴하고 우연스러운 기회에 배웠던 캘리그라피 지식을 나중에 최초의 컴퓨터 폰트를 제작할 때 사용하였다. 눈 여겨 보았던 전자 기기의 기능들을 통합시켜 아이폰을 만들었다. 그의 삶으로 보건대 그가 겪고 생각한 것들은 개별로 존재하는 파편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하나의 집합체로 묶이게 되었다.     

 나는 스티븐 잡스가 말한 'Connected dot'의 개념이 슬로 리딩의 창발적 연결과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점이 지식, 경험, 생각이라면, 이 점들은 생이 지속하는 내내 그 수가 증가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점들을 외로운 섬처럼 고립된 채로 놓아두기보단, 서로 간에 연결을 해나가는 것이다. 슬로 리딩은 연결에 특화된 독서다. 자신의 리듬으로 읽는 독서다. 문장을 읽고 생각이 많아지면, 그 자리에 머물며 생각 정리를 하자.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은 점의 생성, 연결, 확장의 순간이다.    

 

 이 순간이 중요하다. 내 안의 지식 고리가 촘촘해지는 순간이며, 통찰이 생기는 순간이며, 창조가 일어나는 순간이다. 모두가 같은 책을 읽어도 얻는 바가 다른 것은 모두 자기안의 사고 작용의 소화력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읽는 그대로 소화를 못 시키고 배출시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분적으로 흡수하는 사람도 있고, 모든 것을 흡수하는 사람도 있다. 이 소화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는 것도 밥을 먹는 것처럼 소화를 위해서는 곱씹으며 생각하기가 제일이다.      


 곱씹으며 생각하기가 생활화된 사람들이 있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평생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다. 학자들은 자신이 연구하는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조사하고, 가설을 세우고, 결론을 낸다. 그들은 생각의 연결을 넘어, 범인을 초월하는 생각의 확장에 이르게 된다.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현실 속 이면에 있는 원리와 패턴들을 발견해낸다. 그래서일까. 치열한 연구를 통해 학자들이 얻어낸 결론은 읽고 생각할 가치가 있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 중에 구소련의 과학자 알트슐러란 인물이 있다. 알트슐러는 20만 건의 특허를 분석하여 발명의 원리를 도출해낸다. 종래에 발명이란 우연한 영감을 통해 탄생되는 것이라 믿었지만, 그는 발명이란 모순을 밝혀내는 문제 분석으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하였다. 그가 특허를 분석하며 발견한 1,500가지의 기술적 모순들은 그가 만든 Triz라는 알고리즘으로 해결 가능하였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발명을 하고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Triz와 같이 체계적으로 이론을 적립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알트슐러처럼 남들이 보지 못한 원리를 찾아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원동력의 기저에는  철저하게 곱씹으며 되새김질하는 행위가 뒷받침되었을 것이다. 대단한 발견이나 통찰의 순간은 한순간에 오지 않는다. 모두 그 순간이 발화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견뎌내며, 생각을 고도화했을 것이다.


 긴 시간동안 생각을 담금질하여 끌어낸 생각의 결정이다. 슬로 리딩은 생각을 심화시킨다. 텍스트를 곱씹는데서 생각이 깊어진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찾아보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풀릴 때까지 궁리한다. 궁리 끝에 나만의 생각이 만들어지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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